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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은의 3집을 관통하는 정서는 1, 2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는 연애를 비롯한 인간관계를 통한 자기성찰과 통찰 혹은 직관이 흐른다. 물론 다른 맥락도 있다. “누가 너를 저 높은 곳에 올라가도록 만들었을까”는 사회면을 달구는 ‘폭력적인 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서울살이는”은 홀로 보내는 시간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 특히 이 앨범을 ‘오지은’이라는 캐릭터가 끄는 한 편의 이야기로 볼 때 “서울살이는”은 일종의 쉼표, 방백의 위치에 놓인다.

오지은의 노래가 특별하게 각인되었던 것은 그 정서가 이러나저러나 인간이란 ‘결국’ 외로운 존재라는 통찰을 일관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필연적인 고독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도달한다는 점에서 어떻게도 해소될 수 없는 절대적인 압력을 가진다. 그래서 오지은 노래의 주인공들은 위악적일 때도 많고 종종 누군가에게 악마적인 저주를 걸기도 한다. 특정 대상과의 관계를 기대하고 맺어가고 유지하는 감각이, 종종 지독하게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강도를 지니는 셈이다. 이런 높은 밀도의 욕망을 소리내어 말하고 실체없이 웅크린 욕망에 권위를 부여해 부활시키는 것이야말로 오지은의 노래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카타르시스기도 하다. 그런데 오지은은, 흥미롭게도, 자신이 공중에 흩뿌린 이미지의 그물을 의도적으로 비껴나가는 듯한 음악을 한 두 곡 넣기도 한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엉킨 내면 혹은 모순을 스스로 드러낸다. 3집에서는 “서울살이는”이 그렇다. 이 곡은 다른 곡들과 달리 직접적으로 관계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그로부터 찾아올 게 분명한 외톨이의 감각을 노래하면서도 그 결말을 긍정적인 쪽으로 도약시킨다. 하지만 이 인상적인 점프, 노래의 긍정적 정서가 마침내 거리의 행인들이나 라디오 디제이가 읽는 사연들 같은 익명으로 엮인 관계, 실체없는 관계성으로부터 오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서 오히려 이것은 불안을 감추기 위한 장막, ‘AT필드’ 같은 방어막으로도 보이는데 이런 도시적 우울이야말로 ‘에바 세대’의 것이 아닌지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노래의 결론은 ‘어쨌든 살아가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힘들고 어렵고 그럼에도 조금은 즐거워서,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으며 살아가는 것. 앨범에서 이 곡이 남다른 위치를 차지한 이유는 이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그 바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동경을, 그래서 모두에게 정체불명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고 사랑하고 죽는다. 거기서 나름의 공동체를 만들거나 찾는다면 조금 덜 외롭고 힘들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의 한 부분인지 아닌지 헛갈리는 채로, 수백만의 익명성 중에 하나로 버둥대다가 튕겨나간다. 2011년은 (서울의 인구조사를 한 이래) 처음으로 서울을 떠난 인구수가 늘어난 해였다. 그러니까 이 도시는 이미 포화상태고,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버티는 중이다. 이 도시엔 가족이 없다. 이 도시엔 내 집이 없다. 이 도시엔 내 자리가 없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서울이란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그저 머무는 곳, 떠다니는 곳이 아닐까. 월세 40만 원의 원룸에서 50만 원의 원룸으로, 홍대 앞에서 이태원으로,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여의도 IFC몰로, 여기서 저기로 흘러 다니는 것. 하지만 생각해보라, ‘서울’을 다루는 이야기는 조금씩 쓸쓸하면서도 결국은 긍정적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마침내 이 도시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이 한없이 깊은 짝사랑이라 할지라도, 더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이 우울을 긍정하고 만다. | 차우진 [email protected]

note. 노랫말에 대해 쓰는 [차우진의 워드비트]는 홍대 앞 소식지 [스트리트H]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weiv]에는 분량상 생략되거나 미흡했던 부분이 수정되어 실립니다.

 

서울살이는 – 오지은 | 3 (2013)

서울살이는 조금은 외로워서 친구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하지만
서울사람들은 조금은 어려워서 어디까지 다가가야 할지 몰라

서울살이는 조금은 힘들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앞에 앉은 사람
쳐다보다가도 저 사람의 오늘의 땀 내 것보다도 짠맛일지 몰라

광화문 계단 위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면
사람들 수만큼의 우주가 떠다니고 있네 이 작은 도시에

서울살이는 조금은 어려워서 하나를 얻는 사이에 두 개를 잃어가
외로움의 파도와 닿을 줄을 모르는 길 높기만 해서 막막한 이 벽

새벽의 라디오 디제이 목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면
사람들 수만큼의 마음이 떠다니고 있네
전파를 타고서

서울살이는 조금은 즐거워서 가끔의 작은 행복에 시름을 잊지만
서울살이는 결국엔 어려워서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계속 이렇게 울다가 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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