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Cab For Cutie | Codes And Keys | Barsuk/Atlantic, 2011

‘아티스트’ 표류기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보컬 벤 기버드(Ben Gibbard)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듯싶다. 그가 몸담고 있는 글리치/인디팝 프로젝트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에 대한 [weiv]의 리뷰를 인용하자면, 그는 “올 타임 쿼터백(All-Time Quarterback)이란 이름으로 데모 테이프를 녹음하던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멜로디’를 지향해 왔고, 바로 그것이 그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기버드의 보컬 멜로디와 (밴드의 사운드적 핵심이 되는 기타리스트/프로듀서인) 크리스 월러(Chris Walla)의 청량하면서도 리버브를 통한 공간감이 강조된 기타 플레이가 [Transatlanticism](2003)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메이저 레이블로 이적한 뒤로도 [Plans](2005)와 [Narrow Stairs](2008)를 선보이며 점진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일궈간 데스 캡 포 큐티는, 말하자면 ‘메이저 레이블에서 인디록(팝?)을 구사하는 밴드’의 모범 사례였다.

다행히 [Codes And Keys](2011)에서도 기버드의 멜로디 감각은 빛을 발한다. 따라서 이 앨범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데스 캡 포 큐티는 [SPIN]과의 인터뷰에서 [Codes And Keys]가 “기타 중심의 앨범이 아니며, 레퍼런스는 브라이언 이노(Brain Eno)의 [Another Green World](1975)”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전부터 어느 정도의 앰비언트 성향을 내비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번 앨범에서 이노 혹은 앰비언트 사운드를 크게 의식한 흔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타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피아노와 키보드의 비중이 늘어남으로써 사운드의 레이어는 더욱 촘촘해졌고 텍스처는 다양해졌으며, 이에 발맞추어 공간감은 한층 강해졌다. 드럼 루핑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트랙 “Home Is A Fire”는 앨범이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향성을 띄고 있음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Codes And Keys]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정돈되지 못한 요소들의 조합이다. 즉 야심찬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사운드라는 측면에서 브라이언 이노의 그것을 재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인디록을 베이스 삼아 앰비언트, 크라우트록, 포스트펑크를 조금씩 섞어 놓았지만, 이런 요소들은 각자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어정쩡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크게 벌여놓은 판을 어찌 수습하면 좋을지 모른 채 텍스처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한 “Unobstructed Views” 와 “St. Peter’s Cathedral”을 포함한) 대부분의 곡에서 보컬 멜로디만은 여전히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앨범의 하이라이트로 다가오는 곡은, 오히려 기존의 방법론(공간감과 멜로디!)을 상대적으로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You Are A Tourist’나 “Underneath The Sycamore”, “Stay Young, Go Dancing”, “Codes And Keys” 등이다. 직접적으로 노이!(Neu!)를 연상시키는 “Doors Unlocked And Open”이 그중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속한다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Codes And Keys]는 데스 캡 포 큐티가 시도해 온 점진적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전작인 [Narrow Stairs]에 이르러 곡 구성은 복잡해지고 오버드라이브는 강렬해졌으며 기타 솔로 및 보다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은 인디록 밴드’에서 좀 더 ‘아티스틱’한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은 이제 [Narrow Stairs]의 정반대편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개척하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강박관념이 반드시 좋은 결과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태도는 종종 기존의 강점마저 소실시키곤 한다. 안타깝게도 [Codes And Keys]는 이 반례에 해당한다. | 글 임승균 [email protected]

ratings : 2.5/5

수록곡
1. Home Is A Fire
2. Codes And Keys
3. Some Boys
4. Doors Unlocked And Open
5. You Are A Tourist
6. Unobstructed Views
7. Monday Morning
8. Portable Television
9. Underneath The Sycamore
10. St. Peter’s Cathedral
11. Stay Young, Go Da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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