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악퉁, 지드래곤, 베인스, Nine Inch Nails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악퉁 | 기록 | 트리퍼사운드, 2013.08.30
achtung

최지선: 경쾌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첫 곡 “Drive”는 좋은 시작점이다. 이후 다채로운 스타일을 자신의 풍미에 맞는 양념으로 끌어들이거나 적절한 관현악 사운드로 편곡되는 등 적절한 수준의 곡 구성과 흐름을 들려준다. 그렇지만 지나치리만큼 무난하게 들리는데, 각 악기 파트나 보컬 등의 각 레이어들이 지나치게 도정된 것 같다고나 할까. 6/10
한명륜: 악퉁의 음악이 좀 더 많은 대중과 교섭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마도 가사에 있지 않을까. 이규호가 작사에 참여한 “구름비”는 그 가능성의 더 구체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규호의 방식은 기존 악퉁의 가사 쓰기에 비해 훨씬 단어의 배치가 간결하다. 물론 아직 이러한 방식이 완벽하게 악퉁의 것으로 넘어오는 데는 또 한 번의 정규 앨범이 만들어질 정도의 시간이 요구될지도. 물론 연주 파트의 매력은 현상 유지만 해도 차감되지 않을 완성도를 보인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타의 어택이 좀 더 날카로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 아쉬움이기는 하지만, 이는 역시 취향차가 적용될 부분일 수도 있다. 8/10

 

 

지드래곤 | 쿠데타 | YG 엔터테인먼트, 2013.09.05
GD

최민우: “쿠데타”가 “One Of A Kind”의 열화된 버전처럼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공들여 구성한 소리와 도전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음반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One Of A Kind]의 장점을 이어받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만 전작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모종의 중압감이 느껴진다. 지드래곤(과 작곡가들)은 이 음반에서 전복적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쿠데타”, “세상을 흔들어”), 삐딱하고자 최선을 다 하며(“미치GO”, “삐딱하게”), 게스트의 기에 눌리지 않으려 최선을 다 하는 것처럼 들린다(“늴리리야”). 보컬의 음색과 발음이 가끔 거슬릴 정도로 뒤틀리는 것도 혹 그와 관련이 있을까? 이 ‘최선을 다 함’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즉 ‘진격하는 아이돌-아티스트의 음악적 성숙’으로 간주할 것이냐 또는 ‘성실하고 예쁘게, 화보처럼 갈무리된 파격과 전복’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GD와 음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6/10
한명륜: “쿠데타”는 많지 않은 소스들의 맥락 없는 군집, 자기 복제의 연속 수준인 보컬 퍼포먼스로 인해 딱히 언급할 길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Black”이나 “삐딱하게” 등의 트랙이 귀를 끄는데, 잘 만들어졌다기보다도 YG의 간판 작곡가로 자리 잡아온 테디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 그는 멜로디나 리듬에서 자신이 쉽게 손대던 이디엄을 완전히 해체하지 않으면서도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노력을 현재 가장 핫한 뮤지션의 앨범을 통해 구현하려 했다는 것, 결과물의 질을 떠나서 가치 있는 작업이다. 6/10

 

 

베인스 | Glass Tower | 2013.08.30
veins

최성욱: 기타 음과 베이스 음의 조화도 좋고, 연주도 안정적이다. 질주하는 에너지와 날카로움은 여타의 거라지록 밴드보다 떨어지지만, 특유의 리듬감이 인상적이다. 조금 더 입체적으로 사운드를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6/10
최지선: 베인스를 통해 얼핏 과거 1980, 90년대 서양에 등장했던 걸출한 여성 록 밴드 몇몇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정련된 인상을 준다. 이들에겐 날카로운 보컬, 단단하고 강인한 사운드가 있지만 그 속에서는 세밀함도 느껴진다. 스트레이트하고 간결한 리프 속에 기억하기 쉬운 선율이 흐르기도 하고, 어두운 듯하다가도 이내 흥겨운 분위기로 인도되기도 한다. 연주는 안정적이며, 곡 사이의 편차가 적고 고른 편. 눈에 띄는 싱글 한 곡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6/10

 

 

Nine Inch Nails | Hesitation Marks | Columbia, 2013.09.03
Nine Inch Nails

최성욱: 온순해진 트렌트 레즈너를 바라보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잘 배열된 글리치 음과 미니멀하면서도 다양한 층위를 구성하는 사운드의 향연이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미세한 진동까지 섬세하게 세공하고 제어하는 장인의 솜씨가 돋보인다. 8/10
최민우: 밴드의 근작들, 그러니까 [Year Zero](2007) 이후 가장 정돈되고 말끔하며 집중력 있는 음반이라는 인상이다. 그간 레즈너가 꾸준히 작업해온 영화음악([Social Network],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과 하우 투 디스트로이 에인절스(How To Destroy Angels)와 같은 프로젝트 밴드의 흔적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반을 얘기할 때 ‘듣기 편하다’고 말하는 게 어색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기서 발견하게 되는 건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언제든 폭발시킬 준비를 하는 ‘혁명가’의 가쁜 숨결보다는 침착하게 텍스처를 짜고 있는 ‘장인’의 엄격한 손길이다. 전자에서 후자로 건너가는 와중에 스러진 ‘천재’들을 자주 봐온 입장에서는 이 신작에 작게나마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