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위클리 웨이브는 이아립, 신초이 & 가자미소년단, 김예림, 그리고 Janelle Monáe의 새 앨범에 관한 코멘트다. | [weiv]
 

 

 

이아립 |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 | 열두폭병풍, 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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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그윽하고 고즈넉한 목소리는 여전히 그녀만이 가진 좋은 장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다. 여러 고민의 흔적이 들리지만 과감한 편곡을 드러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스토리를 가진 몇몇 음악들이 좋게 들렸는데, 사운드 면에서 차별화되었으면 어땠을까. 그런 점에서 라이브 공연장을 통해서도 좋은 반응을 이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는 흥미롭게 들린다. 한편으로 록 스타일로 만들고 싶었다던 “우린 곧 알게 될 거야”의 원래 의도가 관철되었으면 어떨지 궁금하다. 6/10
한명륜: 밴드가 아닌 ‘이아립 시대’, 이아립의 보컬이 갖는 정체성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결과물로 보인다. 처음 들을 때는 다소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일정 레벨 이상 올라오지 않는 어쿠스틱 기타의 볼륨과 이아립의 목소리도. 그러나 진가는 두세 번 들을 때부터다. 특히 후반부 “서라벌 호프(feat. 강아솔)”, “사랑의 내비게이션” 등에서는 간명한 듯하면서도 육감적으로 움직이는 근음들이 보컬을 가만가만 건드리는데, 그 모양새에 은근한 동력이 느껴진다. 부지불식간에 따라 부르게 하는 힘이 있다. 8/10

 

 

신초이 & 가자미소년단 | 가자미소년단 더하기 신초이 | CJ E&M,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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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욱: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청량한 록음악이다. 기타 리프와 연주도 좋고, 멜로디 감각도 좋다. 신초이의 음색도 밴드 사운드와 잘 어우러진다. 데이브레이크, 십센치, 페퍼톤스 등의 인지도 있는 밴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7/10
최민우: 선명하고 청량한 로큰롤 사운드와 매끈한 멜로디를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음반이고, 그런 면에서라면 무난히 즐길 수 있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흔한 말로 ‘청춘의 로큰롤’이다. 그 이상의 무언가는 들리지 않지만 여기서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5/10

 

 

김예림 | Her Voice | 미스틱89, 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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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우: 전작 [A Voice]와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여성 보컬을 둘러싼 베테랑 남성 작곡가들’의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은근슬쩍 ‘샹송’이 떠오르는 건 김예림의 독특하지만 약간 단조로운 창법과 목소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흠잡을 곳 없는 말끔한 팝 음반이지만 [A Voice]보다는 덜 흥미로운데,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김예림(과 윤종신)의 다음 과제가 아닐까 하는 주제넘은 생각도 잠깐 든다. 6/10
한명륜: 윤종신, 김광진, 김창기, 이규호, 이상순, 퓨어 킴 등.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작사가들이 오랜만에 ‘보도(寶刀)’를 만났다 싶은 심정이었을까. 연주 파트나 가사 모두에서 시도가 과하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런 감상은 1번 트랙의 중반부쯤에서 해제될 법하게 만들어졌다. 김예림의 보컬은 저음역의 한계를 시험당하고(“Urban Green”), 서술적인 가사의 지루함을 지울 것을 주문받으며(“Rain”), 끊고 떨었다가 슬쩍 놓고, 때로는 교태부리는 기타 연주 중간 중간에 툭툭 치고 들어오기를 요구받는다(“Drunken Shrimp”). 이 무리해 보이는 주문들은, 그러나 무안할 만큼 쉽게 수용된다. 곡마다 각각 다른 작곡·작사자의 정체성이 너무 투명도 높게 반영돼, 마치 피처링한 작업들을 모아놓은 듯한 인상마저 든다. 옥에 티라고 할까. 의무적인 감점이라기보다 자신의 음반에, 자신의 목소리로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가 향후의 과제일 터다. 8/10

 

 

Janelle Monáe | The Electric Lady | Bad Boy, 2013.09.10
Janelle Monae

최지선: 두 번째 작품에서도 자넬 모네는 여전하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에 입각해서 퍼즐을 맞추어가는 태도도 영리해 보인다. 전작부터 이어지는 <메트로폴리스> 같은 기조나,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을 근간으로 한 콘셉트에 서린, 말하자면 여성주의적 공상과학 또는 아프로퓨처리즘적 시각도 마찬가지. 무엇보다 이런 행보가 무겁지 않아 좋다. 그녀의 협력자들과 함께한 알앤비, 소울, 재즈, 훵크, 힙합 등 다채로운 ‘검은’ 음악도 유연하고 유려하게 조합된다. “Q.U.E.E.N.”의 가사를 빌자면,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는 그녀만의 유쾌한 여정. 9/10
최성욱: 자넬 모네의 야망이 고스란히 드러난 앨범이다. SF 장르의 형식을 빌려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발언을 하고 R&B에 기대어 재즈, 록, 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린다. 야망은 있으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아티스트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자넬 모네는 전작에 이어서 또 한 번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의 곡예에 성공했다. 굳이 노랫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훵크한 리듬과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그녀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흥겹다. 클래스가 다르다.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