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노래 표지모든 게 노래 | 김중혁 지음
(마음산책, 2013)

 

소설가 김중혁의 산문집 《모든 게 노래》는 무언가를 사색하고 숙고하게 만들기보다 일종의 취향과 정서를 공감하고 같이 회상해보자고 권유하는 책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음악들을 소환해 거기에 묻어 있는 상념들을 하나씩 늘어놓는다. 부담 없는 음악 이야기 책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책의 이러한 화법은 좀 더 진지한 생각 거리를 던져주기도 한다. ‘음악 이야기가 아니면서 음악 이야기’인 책 속의 글들은 한편으로 ‘음악에 대해 말하는 법’을 고민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글이 노래와 연결되면 좋겠다”(6)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이 음악평론가들의 글과는 다르다는 점을 밝히는 전제임과 동시에 음악적 경험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으로도 들린다. 결국 좋은 음악이 주는 좋은 순간들에 대한 칭송인 것인데, 이는 음악평론의 주요한 목적이기도 하므로 표적은 비슷한 셈이다.

하지만 《모든 게 노래》는 그 목표에 다다르기까지 음악평론가들의 글이나 음악매체의 기사와는 다른 방식을 따른다. 저자는 책의 핵심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억’을 토대로 매우 사사롭고 내밀한 단상이나 사건 들을 회상하고, 연상해낸다. 그래선지 다양한 경험과 주관이 별 맥락 없이 섞인 그의 사담은, 유쾌하거나 짠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허술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꼭지들이 <씨네21> 등의 잡지에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연재한 칼럼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럼에도, 가령 학창 시절 또는 훈련소 때의 추억 한 토막을 특정한 노래와 얽어 삼삼하게 전달하는 그의 ‘말재주’는 여전하다. 팟캐스트 방송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들려주는 김중혁 특유의 말투나 리듬감을 닮은, 구어스러운 문체에도 또 다른 매력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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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마음산책)
 

저자는 음악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과 태도를 사적인 영역에서 구현해내고, 그런 방식은 특히 그와 비슷한 음악적 감성을 공유하는 이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가질 만하다. 개개인에게 음악은 시간과 기억에 사로잡혀 있기 마련이다. 음악은 철저하게 시간에 의지하는 예술이고, 음악은 시간을 잠식함으로써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음악이 잡아먹도록 내어준다. 아마 대부분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노래를 듣는 순간, 그 노래와 함께하던 지난날의 어떤 시간이 입체적으로 되살아나는 경험. 그때 함께했던 음악이 아직도 내 눈과 피부와 가슴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경험. 《모든 게 노래》는 그렇게 시간 속에 묻혀 있다가 마침내 지금의 나에게 이르게 된 음악, 그 음악이 환기하는 정서를 묘사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음악을 말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에는 이런 방법도 있다고. 당신도 나처럼 자기만의 노래와 거기에 새겨진 기억들을 돌아보며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떻겠냐고. 당신만의 《모든 게 노래》를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고. 실제로 ‘음악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 이 책을 읽다 보면, 간혹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한 번쯤 써내려가고픈 욕구가 피어오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을 용어들로 점철된, 평론이라 불리는 글들보다 훨씬 아늑한 나만의 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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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공: 마음산책)

 
《모든 게 노래》를 펼쳤을 때, 비슷한 책이 세 권 떠올랐다. 멀게는 영국 작가 닉 혼비의 《닉 혼비의 노래(들)》이고, 가깝게는 [weiv]의 편집장 차우진이 쓴 《청춘의 사운드》와 음악평론가 김작가의 《악행일지》다. 이 책들은 서로 확연한 차이가 있지만, 음악을 이야기하는 태도나 어법에 있어선 상당 부분 유사한 면도 있다. 사실 《닉 혼비의 노래(들)》는 김중혁이 본문에서 그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직접 거론하고 있고, 《청춘의 사운드》는 2000년대 이후의 국내 대중음악들을 청년의 정서와 연관 지어 풀어낸 책이며, 《악행일지》는 한국 인디음악 씬에 대한 자의식과 개인적 체험이 흥미롭게 투영된 에세이다. 셋 모두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저마다 나름대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고, 정형적인 음악평론의 방식과 거리를 둔다는 점에서 《모든 게 노래》와도 공통분모를 가진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모든 게 노래》는 밋밋한 수다로 느껴질 테고, 반면 누군가에겐 저자와 같은 상념에 푹 젖도록 하는 산문으로 다가갈 것이다. 그사이 어디쯤에 속할 독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한 가지 확실한 생각은 이렇다.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책을, 이런 글을 써나갔으면 좋겠다.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을 자기 멋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객관적 지식과 엄정성을 따르는 글들만큼이나, 자기만의 언어로 음악을 말하는 이들도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야 보다 풍성한 음악 이야기들이 우리의 시간 속에 쌓여갈 것이고, 선뜻 꺼내기 어려웠던 은밀한 순간까지 함께 향유해갈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유난히 인상 깊었던, 책의 마지막 부분이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세월을 보내고 나이를 먹으며 우리가 쌓아가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몇 시간의 기억이다. 밤을 꼴딱 새우며 책을 읽었던 시간들, 처음으로 가본 콘서트장에서 10분처럼 지나가 버린 두 시간, 혼자 산책하던 새벽의 한 시간, 그 시간들, 그리고 책 속, 공연장, 산책길처럼 현실에 있지만 현실에서 살짝 어긋나 있는 공간에서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 우리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뛰어넘는 방법을 배운다. 시간을 가뿐히 뛰어넘어 다른 시간과 공간에 가닿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시간을 견딘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다.”(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