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 Everybody | Everybody (2013)

 

샤이니의 “Everybody” 뮤직비디오는 이전과는 꽤 다른 인상을 남긴다. 부자연스럽게 보일 만큼 절도 있고 과격한 동작들은 마치 온몸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내뿜으려고 작정한 것 같다. 포인트는 ‘과격하게’다. “누난 너무 예뻐”부터 “Dream Girl”까지, 이들은 그저 말쑥하고 귀여운 남자 아이들이었다. 가끔 심각한 표정을 지어도 그건 마치 어른(남자)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았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트레이드마크 같은 해맑은 미소가 따라붙었다. 게다가 이제까지 앨범의 타이틀곡은 모두 가볍게 틀기에 부담 없는 파티용 팝이었는데, “Everybody”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칠고 강한 이미지로 밀어붙인다. 심지어 여기서 이들은 (오프닝에 나오듯) 전기 인형 혹은 로봇이다.

이 곡은 토마스 트롤센(Thomas Troelsen)과 코치 앤 센도(Coach & Sendo), 유영진의 공동 작곡이다. 코치 앤 센도는 비트 메이킹과 편곡을, 유영진은 여느 때처럼 ‘한국적(혹은 SM적)’으로 다듬는 역할을 맡았음을 감안할 때, “Everybody”의 구조적인 뼈대는 토마스 트롤센이 만들었다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이때 그의 전작과 비교해서 강렬한 베이스 라인과 브레이크 비트의 부각을 중요한 변화로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스크릴렉스(skrillex)나 포터 로빈슨(Porter Robinson) 같은 인기 디제이들이 언급되지만, 사실 나는 이걸 덥스텝(Dubstep)으로 부르든 콤플렉스트로(Complextro)로 부르든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한다. 샤이니에 한정할 때, 일단 내가 관심이 있는 건 왜 이들이 이토록 ‘쎈’ 사운드를 타이틀곡으로 삼았을까란 질문이다.

특히 아이돌 음악이 사운드 외에 비주얼과 퍼포먼스에도 상당한 지분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아이돌 그룹의 정체성이 전적으로 콘셉트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런 변화는 명백히 전략적이란 생각도 든다. 곡의 안무(토니 테스타가 맡았다)도 “셜록”이나 “Dream Girl”과는 다른 지점을 향해 돌진하는데, 멤버들의 동선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면서도 마치 ‘군기가 든 것처럼’ 딱딱한 동작들을 붙여 기괴한 순간들을 만든다. 최전선의 전자음악 방법론으로 만들어진 사운드, 그리고 인형이나 로봇의 인공적인 이미지와 안무, 또한 연출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군복 스타일의 제복이나 맨몸에 모피를 걸친 멤버들이 불만에 사로잡힌 듯 인상을 쓰고 고함을 지르며 석상을 깨부수는 모습은, 적어도 내겐, 마치 자신들의 유년기를 끝장내는 것처럼 보인다. 유년기의 끝, 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생각해보라. 막내 태민(93년생)이 올해 만 20살이다. 이런 변화가 사실 자연스러운 셈이다. 절대로 나이 먹을 것 같지 않던 샤이니도 천천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에게 ‘성장’은 특별한 요소다. 데뷔 무대에서 허점투성이 모습을 보여준 아이돌 그룹이 차츰 프로페셔널하게 성장하는 시나리오는 팬덤과 기획사 모두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년에서 남자로, 소녀에서 여자로 변하는 이미지 또한 그 맥락에서 이해되는데, 한편 남자 아이돌에겐 질적 변화로서 ‘아티스트’란 개념이 더해지는 경우도 많다. ‘곡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아이돌 보도자료의 단골 내용인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샤이니는 거기서 어느 정도 비껴나 있다. 데뷔 무대에서조차 어설프지 않던 이들은 애초부터 다른 위치에서 출발했고 그래서 이들에게 ‘성장’은 다른 맥락을 가진다. 언젠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성수 프로듀싱 실장과 ‘샤이니는 아이돌에 최적화된 그룹’이란 요지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로서는 이들이 ‘아이돌 vs 아티스트’의 이분법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요컨대 아이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룹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차우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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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 문제는 이런 식의 ‘성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점이다. 팬의 입장이 아닌 비평적 관점에서, 요컨대 나는 성장이라는 요소가 산업 안에서 공식화되는 것이 꽤나 부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여전히 거기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이돌을 이해하는 데 ‘연출된 정체성’이 꽤 중요하다면, 그것은 배우나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고민도 든다. 그럼에도 아이돌은 음악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가깝다는 걸 안다. 덕분에 나는 저 갈래에서 좀 머뭇거리고, “Everybody”를 보면서도 성장하는 샤이니와 아이돌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와 음악 산업 자체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건 모순인데, 아무튼 산업이 심화되고 내가 나이 먹을수록 내면의 이런 균열이 더 벌어질지 아니면 가까스로 봉합될지 모르겠다. 일단 여기서는 아이돌의 ‘성장’이 남녀 그룹에서, 또한 한국과 일본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게 아닐까란 ‘질문’을 던지는 걸로 마무리하자. 좀 더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