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7085417-hee-sisters희자매 – 디스코 걸스: 안타 레코드 이어즈 앤쏠로지
1978―1980 – Beatball, 2011

 

뭔가 대단한 그루브

희자매는 1978년에 데뷔한 3인조 그룹으로, 인순이가 소속된 그룹이자 안타 프로덕션의 ‘히트 상품’ 중 하나였다. “실버들” 등의 ‘트로트 고고’ 혹은 ‘어덜트’ 취향의 곡들이 히트를 기록하면서 유명세를 얻었으며, 안타 프로덕션 하에서 다섯 장의 음반을 발표했다(엄밀히는 네 장이고, 인순이는 3집 이후 탈퇴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라기보다는 특화된 영역에서 견실한 성과를 거둔 그룹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 들어 있는 것은 더께를 벗겨낸 그 시절의 음원들이다.

당대의 분위기를 기억할 수도 없고 아예 ‘유산’ 취급을 할 수도 없는 세대의 리뷰어 입장에서 희자매의 음악을 이야기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음악이 지금 여기서 수용되는 양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다행스럽게도 이 앤솔로지에는 리믹스 CD가 실려 있다. 소울스케이프, 시모, 무드 슐라를 포함한 여섯 명의 DJ가 희자매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리믹스 트랙이다. “아리랑 내님아”, “우리는 사랑해요”, “희망 속에 살자” 등을 재조립하고 있는데, 모두 신서사이저와 브라스 섹션, 유들유들한 리듬으로 만들어낸 ‘한국적 디스코’다(“님 찾아가는 길”은 번안가요지만 역시 비지스(Bee Gees)의 곡이다). “뜬소문”의 꿈틀거리는 베이스 라인을 뽑아내 RJD2풍의 휭키한 인스트루먼틀 힙합을 만들어낸 소울스케이프의 버전을 듣다 보면 지금의 뮤지션들이 희자매의 어떤 부분에 감응하고 있는지 약간 감이 온다. ‘스페이시(spacy)’하고 몽환적인 무드가 돋보이는 “그대 먼저”를 덥스텝으로 비튼 시모의 버전도 인상적이다. 이 리믹스 버전 때문에 음반을 사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곡들은? 이를테면 “실버들”은? 음반에 수록된 많은 곡들이 ‘자료적 가치’가 더 앞선다는 인상이 드는 건 사실이다. 특히나 트로트 고고 성향의 곡들에 대해 ‘진지한’ 음악 팬이라면 복합적인 감정이 앞설 것이다. 언젠가는 재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지금은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놀라운 도입부와 환상적인 간주가 잊히지 않는 “우리는 사랑해요”나 김 트리오의 곡으로도 유명한 “연안부두”, 육중하게 구르는 베이스가 돋보이는 “한 마리 새가 되어” 등에서 약동하는 그루브는 ‘지금 들어도 좋다’는 수준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옛날에는 뭔가 대단한 게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는 한탄은 대개 없었던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 그 ‘뭔가 대단한 것’은 정말 있었던 것이다. 이 앤솔로지에 들어 있는 것도 바로 그 대단한 것이다. | 최민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CD1
1. 실버들
2. 우리는 사랑해요
3. 이제는 모두 잊어요
4. 앵두
5. 말도 안돼
6. 아리랑 내님아
7. 어찌합니까
8. 사랑만은 않겠어요
9. 오동잎
10. 칸나의 뜰
11. 그 사람
12. 가을밤의 이야기(Carmelita)
13. 한 마리 새가 되어
14. 님 찾아가는 길(Too much Heaven)
15. 나그네 길(You’re The One That I Want from ‘Grease’)
16. 내 마음
17. 말해주세요
18. 돌아와요(Brandy)
19. 첫사랑

CD2
1. 망향
2. 약속
3. 연안부두
4. 내 마음 그곳에
5. 희망 속에 살자
6. 가을비 우산 속
7. 뜬소문
8. 구름 나그네
9. 순아
10. 그 사람 바보
11. 그대 먼저
12. 행복하세요
13. 연인
14. 아무도 몰라요
15. 시인의 독백
16. 마음의 별
17. 달무리
18. 비야 내려라
19. 사랑의 화살(Cupid)

CD3
1. DJ YTst Mix inspired by 아리랑 내님아
2. DJ JINBO Mix inspired by 우리는 사랑해요(꿈속에서)
3. DJ MOOD SCHULA Mix inspired by 희망 속에 살자
4. DJ PEEJAY Mix inspired by 님 찾아가는 길
5. DJ SIMO Mix inspired by 그대 먼저
6. DJ SOULSCAPE Mix inspired by 뜬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