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3년 10월 27일 저녁 7시
장소: 상수동 슬런치 팩토리
질문: 차우진 [email protected], 최지선 [email protected]
정리: 김영진 [email protected]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는 2012년에 발매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컴필레이션 [이야기해주세요]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1년 정도 흐른 뒤, 그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었다. [weiv]는 여러 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천천히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일단 송은지 씨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그녀는 이 앨범이 그 자체로 ‘몸’이 되길 바랐다고 말한다. | 차우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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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 두 번째 앨범을 기획한 시점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해주세요](2012)에 이어 [이야기해주세요-두 번째 노래들](2013)은 어떻게 출발하게 되었으며 본격적인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요?
송은지: 처음에는 두 번째 앨범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었어요. 그런데 첫 번째 앨범을 만들기 위해 2012년 4월 후원 공연을 열었을 때, 관련해서 몇몇 언론에 기사가 나갔고 그걸 보고 연락을 주신 사람이 두 분 계셨어요. 그게 소이 씨와 이효리 씨예요. 사실 당시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변 사람들과 의논도 많이 했고요. 일단 저도 반가웠고,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잘됐다고 좋아해주셨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다소 불편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처음에 생각했던 의도, 맨 처음 그렸던 그림과 뭔가 조금 달라진 모습이 떠올라서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흔쾌히 바로 하자고는 답변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게 결국 두 번째 앨범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분들 덕분에 두 번째 프로젝트로 자연스레 넘어가게 됐고, 어느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죠. (웃음) 그래서인지 섭외만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차우진: 이 기획의 출발은 은지 씨가 참여하고 있던 일종의 스터디 모임에서 비롯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듣고 싶은데요.
송은지: 이런저런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모임에서 출발했어요. 그러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해 모종의 작업 혹은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도 가보고 세미나도 해보면서 1년 가까이 그런 생각을 이어나갔죠. 그러면서 [이야기해주세요] 앨범을 구상하게 됐어요. 한 음악가에게 같이하자고 얘기하면, 그분이 다른 분에게 앨범 참여를 권하는 식으로 이어졌어요. 그렇게 이 기획에 동참해주신 분들이 하나둘 자연스레 늘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첫 번째 앨범은 두 장의 CD로 나뉘게 된 거고요. 반면 이번 앨범은 두 장으로 나누면 오히려 음악적 밀도가 떨어질 것 같아 하나로 가게 됐지요.

차우진: 그 모임의 주제는 무엇이었고, 그 안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합니다.
송은지: 여성,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내용이었어요. 사실 누군가 그 주제를 꺼냈을 때 대부분 어려울 것 같다는 반응이었죠. 그때 모임에 있던 대학원에 다니던 분이, 그럼 우리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래서 책을 읽고 그와 관련한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면서 진행되었어요. 참여자들 각자 최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해보려고도 했는데, 그러다 간혹 싸우기도 하고 그랬죠. (웃음)

최지선: 첫 번째 앨범과 비교해볼 때, 두 번째 작업은 어땠나요. 쉬웠던 점도 있겠지만, 더 어려워진 것도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앨범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라든지 개인적인 평가도 궁금하네요.
송은지: 첫 번째 작업 때는 섭외 단계부터 마지막 발매를 앞둔 시점까지도 참여한 음악가들이 대부분 같이 모여 회의도 하면서 모든 걸 함께 결정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단 한 번도 모두가 같은 자리에 모인 적이 없어요. 얼마 전 월간지 촬영을 했는데, 그때 비로소 10명 정도가 같은 자리에서 만났어요. 서로 처음 얼굴을 보는 분들도 많았죠. 그 이유가, 일단은 제가 작년 가을 이후 한동안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앨범 준비로 바빴어요. 그 전에는 나눔의 집에도 가고 수요 집회도 종종 갔었는데 더 이상 그러지 못해 할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또 첫 번째 앨범 때처럼 참여자들에게 자주 연락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다고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았다는 거예요.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이번 앨범이 첫 번째 앨범과는 꽤 다른 느낌으로 나왔어요. 가령,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훨씬 더 아늑한 곡들로 모인 측면이 있어요. 첫 번째 앨범을 준비할 때 너무 어쿠스틱한 곡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그땐 오히려 그렇지 않았고, 이번 앨범에서는 비교적 그런 느낌의 곡들이 모인 거죠. 그래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지난번보다 좀 더 편안한 음반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어요. 물론 수록곡 중에 진짜 ‘쎈’ 트랙, 가령 대놓고 특정 대상을 비판하는 노래가 하나 정도는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같은 건 남아요. 하지만 그건 돌 맞을 각오도 있어야 하는 거니까. (웃음)

차우진: 어찌 보면 기획자이자 프로듀서와 같은 포지션인데, 그 입장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은지 씨가 이처럼 작지 않은 기획을 직접 도맡아 한 건 처음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끌어갈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있었나요?
송은지: 첫 번째 앨범도 그랬고, 두 번째 앨범에도 음반 부클릿에 저를 ‘compiled by’로 소개했어요. 최소한의 표현인데, ‘directed’나 ‘produced’ 같은 단어보다는 이게 그나마 잘 설명해줄 것 같았거든요. 한편으로는 활동가의 심정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주에는, 육체적으로 너무 바쁘기도 했지만, 갑자기 속에서 화딱지가 나기도 하더라고요. 내가 이토록 힘든데,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허탈해 하면서. (웃음)

차우진: ‘활동가’라고 표현하셨는데, 두 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연속성을 띠게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요? 만약 그런 생각을 했다면, 그때의 은지 씨가 갖는 포지션은 어떤 게 될까요?
송은지: 솔직히 나 자신을 활동가라 칭하고 싶진 않지만, 또 내가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을 어쨌든 해야 하는구나,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 그런 표현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면도 있어요. (웃음) 그래서인지 첫 번째 앨범의 수익금이 통장에 입금된 후엔 아마존에서 관련 도서들을 주문했는데, 그 책들을 영어권 음악인들에게 보내서 좀 더 인터내셔널한 프로젝트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실제로 제인 버킨(Jane Birkin) 아줌마에게 말씀드린 적도 있고요. 물론 완곡하게 거절하셨지만. (웃음)

차우진: 뭔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기는 편이군요. (웃음) 그때 구입한 책이 궁금한데요.
송은지: 《Hearts of Pine》이라는 책이 있어요. 유태계 미국인이자 토론토대학의 음악인류학과 교수인 조슈아 필저(Joshua D. Pilzer)라는 분이 나눔의 집에서 몇 년간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분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연구해 쓴 논문을 지난해에 단행본으로 펴낸 책이에요. 할머니들이 부른 노래도 웹사이트에 있고요. 그 책이 나왔다는 걸 알고 일단 열 권을 주문했어요. 그걸 이 일로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보내면 이 프로젝트가 여기저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죠. 그 책들은 아직 집에 쌓여 있지만, (웃음) 그렇게 ‘이어지는’ 것에 제가 관심이 많은 편인 것 같아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프리실라 안(Priscilla Ahn)이나 카렌 오(Karen O) 같은 여성 음악인들에게 전해줘도 좋겠단 생각도 하고요.

차우진: 앨범에 참여한 음악가들 중 곡을 만드는 데 있어 다소 어렵게 생각하는 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첫 번째 앨범은 청자 입장에서도 만만치 않았거든요. 그 앨범을 들었을 때 주제 자체에 눌리는 느낌도 있었어요. 이 앨범과 주제에 대해 무언가를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 라는 강박도 있었고요. 그 점에서 두 번째 앨범은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 강한 것 같습니다. 사실 첫 앨범에서 좋았던 곡은 할머니들에 대한 얘기보다는 자기에 대한 얘기, 혹은 할머니 당신들의 말을 옮기는 듯 한 곡들이 좋았거든요. 할머니들에게 어떠한 심상을 덧붙이지 않은 곡들 말이죠.
송은지: 맞아요, 그래서 대부분이 어려워하셨어요. 그건 1집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실제로 쉬운 작업일 수가 없지요. 앨범에 참여해달라는 것 자체부터 어려운 요구란 것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 어려워하면서도 그렇게 시작한 곡들이 각각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그걸 보면서 개인적으론, 각자 자기만의 숙제들을 풀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맙게 생각하는 건, 결과적으로 저마다 자기다운 노래를 만들어냈다는 점이에요. 그 점이 무척 좋았어요.

최지선: 곡을 쓰기가 힘들었을 것 같지만, 동시에 각각의 뮤지션들에게는 하나의 소중한 과정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업 과정에 있어서 혹시 참여자들에게 따로 조언이나 가이드라인 같은 걸 제시하진 않았나요?
송은지: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첫 번째 앨범 때는 초반에 데모 곡을 받아 약간의 피드백을 주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주제만 보내 각자가 할 수 있는 음악, 단지 그것만을 요청했어요. 아, 다만 참여 음악가들에게 단체 메일로 이 말 하나는 전했어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 혹은 여성의 몸으로 뭔가를 하고 또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한 내용이라면 무엇이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저는 결국 이 음반이 하나의 몸이길 바랐어요. 음악이라는 것은 여러 차원의 몸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몸에 대한 개인적 관심 때문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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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 사실 그동안 은지 씨가 해온 활동들, 2011년에 유어마인드의 이로, 김중혁 작가와 준비했던 <제 1회 산울림 낭독 페스티벌>이나 지난달 열린 소규모아카시아밴드 단독공연 때 보여준 개인 퍼포먼스(거기서 그녀는 현대무용가처럼 천천히 무대를 거닐며 몇 개의 문장을 반복해서 낭독했다)에서도 그런 걸 느낀 적이 있어요. 이 사람은 몸을 써서 뭔가 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같은. “이 앨범이 하나의 몸이길 바랐다’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송은지: 사실 이 앨범이 청자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다가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좀 재미없게 느껴져요. 그보다는, 앞서도 말했지만, 저는 이 앨범이 하나의 ‘몸’이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참여자들에게도 이 점만큼은 강조해서 전달한 거고요. 음악이라는 건 사실 근본적으로 몸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물론 개인적으로 몸에 대한 관심도 집요한 편이에요. 특히 사람의 몸, 그중에서도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아름답기도 하지만 때론 자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일어나고 있는지는 제가 늘 가져온 화두인 것 같아요. 또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뿐 아니라,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많고요.

차우진: 솔직히 저는 이 앨범을 말하는 데 있어 ‘여성의 몸이 전쟁터’란 표현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 좀 식상하니까. (웃음) 아무튼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에 관한 제도나 태도 같은 것들이 후진적인 편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의 성과나 효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고도 보는데, 그럼에도 이것을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있을까요?
송은지: 그런 게 명확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애초에 제가 하고자 했던 건 첫 번째 앨범에 이미 담겨 있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완성하고 나니 그 처음의 의도가 이 앨범에서는 다르게 나타난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말하자면 첫 번째 [이야기해주세요]에는 다소 힘이 들어가 있던 반면, 두 번째 앨범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또 다른 모습으로 나왔으니까요. 그래서 만약, 앞으로도 이 기획이 이어진다면 내가 ‘해나가는’ 일보다는 프로젝트가 스스로 ‘되어가는’ 일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무언가를 강박적으로 하기보다는 저절로 되어가는 걸 기대하는 거죠.

차우진: 그렇게 [이야기해주세요] 시리즈가 세 번째, 네 번째로 이어진다면, 앨범의 성격이 좀 더 다양해지나 난해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남성 음악가가 참여하게 될 때 이 기획이 한층 복잡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걱정되거나 궁금한 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여성 공동체에 남자가 들어왔을 때 그 이야기, 이를테면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도 있잖아요? 정확히 말해 호의를 가진 남자 뮤지션이 참여했을 지라도 주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거나 다소 기획 의도와 거리가 먼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 이런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을 것 같아요.
송은지: 남자 뮤지션은 안 된다, 라고 정해둔 것은 없어요. 다만 누군가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참여한다면 괜찮겠지만, 남자 음악가에게 제가 먼저 연락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분은 하고 싶어서 했지만 막상 노래가 조금 갸우뚱하게 나오면, 말씀하신 대로 그건 다소 난감해질 수 있는 문제니까요. 물론 이번 앨범에 몇몇 남자 분들이 세션 등의 방식으로 참여해주시기도 했는데, 그분들은 모두 기꺼이 즐겁게 참여해주셨고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어요. 만약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남자 뮤지션, 예컨대 내셔널(The National)처럼 의식 있는 밴드가 참여하겠다고 나서준다면 바로 땡큐겠죠. (웃음)

차우진: 아론 데스너(Aaron Dessner)와 브라이스 데스너(Bryce Dessner) 형제가 [Dark Was The Night]의 프로듀싱도 맡았으니 조금은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웃음) 사실 그 앨범은 레드 핫(Red Hot)이라는 에이즈 퇴치 단체가 꾸준히 기획했던 건데(레드 핫의 슬로건은 ‘Fighting AIDS Through Pop Culture’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주세요’도 매년은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음악 뿐 아니라 다른 범주로도 기획이 뻗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프로젝트의 시작도 수요 집회였고, 그런 점에서 음악 밖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포럼이나 세미나는 좀 식상하겠지만, 다른 형태의 예술이나 언론이 관심 가질 만한 어떤 것들도 가능할 것 같고요. 꾸준히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해보는 얘깁니다. (웃음)
송은지: 그런 면에선 내심 바라는 게 있어요. 어떤 중요한 이야기나 활동이 실제로 외면당할 때엔 거기엔 구태의연한 부분이 있어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만약 [이야기해주세요]란 기획이 계속된다면, 조금씩 내부의 구태의연한 지점들을 깨나가는 모습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인데요. 결과물이 첫 번째 앨범처럼 나왔다면 사람들에게 이 기획은 구태의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거예요. 뭐 현재로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에 다행이지만. (웃음) 아무튼, 어떤 식으로든 관습적인 요소를 하나둘 깨면서 나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바라는 건 그것뿐이에요.

차우진: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야기해주세요]가 위안부 할머니 혹은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데서 다분히 여성주의적인 결과물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은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주의적’이라는 게 명확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활동이나 이해의 범위를 좁히는 인상도 주니까요. 그래서 경험적으론, 보다 대중적인 효과를 바라는 기획자나 창작자들이 여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조심스럽다는 것도 압니다. 여기에 대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 등과 연관해 얘기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송은지: 이 기획이 여성주의적인 결과물로 분류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여성주의적인 기획이기 이전에 음악적인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앨범이 기존의 여성주의적 방식과 매우 다른, 차별화된 접근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주제부터가 그럴 수가 없는 측면도 있고요. 사실 이게 어떻게 흘러갈지는 저 역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어요. 이번 앨범은 과연 몇 장이나 팔릴 것인가라는 의문을 포함해서 말이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