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4113509-1002-ofmontrealOf Montreal –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 – Polyvinyl, 2007

 

전방위 인디팝의 횡행활보

어렸을 적, 같은 레고 부품을 썼음에도 내 투박한 로봇과는 다르게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내던 친구가 있었다. 어떤 분야에 있어 기예적으로 ‘타고났다’는 것은 이런 걸까. 오브 몬트리얼(Of Montreal)의 8번째 정규작 [Hissing Fauna, Are You the Destroyer?](2007)는 이와 같은 생각을 서슴없이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앨범은 오브 몬트리얼의 2001년 이후 작업물들 중 케빈 반즈(Kevin Barnes)의 바로 그 타고난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된 것으로 다가온다.

여기서 ‘2001년 이후’라는 것은 데뷔앨범 [Cherry Peel](1997)부터 [Coquelicot Asleep in the Poppies: A Variety of Whimsical Verse](2001)까지의 시기와 [Aldhils Arboretum](2002)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구분함에 따른 것이다. 로-파이 기반의 독창적인 트위팝을 시도했던 전자의 음반들과는 달리, 오브 몬트리얼의 수장 케빈 반즈는 후자의 기간 동안 곡조와 편곡 모두에 있어 상당 부분 스타일을 바꿔가며 팀을 더 모던하고 대중적인 밴드로 만들어왔다. 그리고 현재, 초기 경향의 성공적 방점을 찍은 [The Gay Parade](1999)마냥 2007년작 [Hissing Fauna]로 다시 한 번 복고와 위트로 뭉친 키치팝의 미래적 버전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알이엠(R.E.M.)의 결성지이기도 한 조지아(Georgia)주 애씬스(Athens)에서 시작한 케빈 반즈의 프로젝트 밴드 오브 몬트리얼은, 미국 내 또 하나의 ‘브레인 탱크’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엘리펀트 6(The Elephant 6 Recording Company) 소속이기도 하다. 이 인디 레이블에서 비교적 알려진 밴드로는 애플스 인 스테레오(The Apples in Stereo), 뷸라(Beulah), 뉴트럴 밀크 호텔(Neutral Milk Hotel) 등이 있는데, 케빈 반즈는 그 안에서도 엘리펀트 6의 뮤지션들이 공유하는 실험성이나 작법상의 특징(꼴라쥬 혹은 짜깁기)을 영미권 록의 유행적 요소들과 결합하는 데 가장 열심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의 태도가 잘 녹아 있는 [Hissing Fauna]는 ‘전자음향이 지배하는 카오스 록’이라던가 ‘글램록화(化)된 신스팝’ 등 언뜻 머릿속에 떠오르게 되는 수사적 표현들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큼한 선율과 연주를 들려준다. 첫 싱글 “Heimdalsgate Like a Promethean Curse”의 자유분방하고 멜로디컬한 디스코도 그렇고, 비교적 무난한 로큰롤로 들리는 “Suffer For Fashion”나 “A Sentence of Sorts in Kongsvinger”조차 갖가지 잡스러운 음향적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더구나 ‘캐치한’ 비트들이 난무하는 “Cato As a Pun”은 마치 나인 인치 네일스(NIN)나 그랜대디(Grandaddy) 등으로부터 한 수씩 배워 뚝딱하고 만들어낸 변종 사이키팝 같고, 차분한 댄스 넘버 “Gronlandic Edit”는 영국의 핫 칩(Hot Chip)보다 덜 지루하면서도 더 정교하고 복잡한 트랙이다.

그리고 앨범의 클라이맥스이자 12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7번 트랙 “The Past Is a Grotesque Animal”은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에 케빈 반즈 특유의 곡 전개에 대한 상상력과 대담함이 배어든 곡이다. 물론 한편으로 언급한 곡들 모두가 앨범의 전반부에 배치되어 흥을 잔뜩 돋우고는 후반부에서 다소 묵직하게 표정을 바꾸고 있는 점은 부정적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신선하고 발칙한 곡들이 계속되다 갑작스레 프린스(Prince)의 가성이 난무하듯 들리는 후반부의 트랙들은 김빠지는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태껏 오브 몬트리얼의 음반들 중 이토록 신나게 쉭쉭거리며 삑삑거리는 멜로디와 리듬의 활보는 없었다. 10여 년 경력의 이 미국 밴드는 [Hissing Fauna]를 통해 선진적인 팝/록 트렌드를 한 단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 김영진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Suffer For Fashion
2. Sink The Seine
3. Cato As A Pun
4. Heimdalsgate Like A Promethean Curse
5. Gronlandic Edit
6. A Sentence Of Sorts In Kongsvinger
7. The Past Is A Grotesque Animal
8. Bunny Ain’t No Kind Of Rider
9. Faberge Falls For Shuggie
10. Labyrinthian Pomp
11. She’s A Rejecter
12. We Were Born The Mutants Again With Leafling

관련 영상

Of Montreal “Suffer For Fashion”

관련 사이트
Of Montreal 공식 사이트
http://www.ofmontre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