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인천, 맑음

이번 [2011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날씨는 나중에도 인구에 회자될 만한 것이었다. 뭐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은 음악’을 즐기는 공연이어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번 해의 것은 좀 남달랐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날에는 태풍까지 불어 닥쳤으니까. 허나 이러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흘간 약 5만 5000여 명의 관객들이 이 페스티벌에서 여름을 즐겼다는 것은,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그것의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딱히 날씨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인천의 분위기만은 맑았다. 그 곳에 있던 웨이브 필자들의 공연 소감을 들어본다. 20110830|이재훈, 정구원, 임승균

8월 5일: GD & TOP + 태양

펜타포트 첫날 메인 스테이지는 알려진 대로 ‘토요타 슈퍼 트랙스’로 꾸며졌다. 그러나 슈퍼트랙스의 첫 무대에서 태양이 뜬금없게도 외친 “곤니치와!”나 잡다한 멘트는 멤버들이 이 자리를 ‘펜타포트’의 일부가 아니라 토요타가 후원하는 별개의 ‘슈퍼 트랙스’로 인식하고 있음을 암시했고, 밴드를 대동한 태양 솔로 스테이지를 제외하면 밴드나 DJ는 커녕 MR에만 의지해서 ‘행사 뛰듯’ 이뤄진 셋의 공연은 아니나 다를까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들이 보여주었어야 했을 무대 장악력은 그닥 신통치 못했고, 다른 멤버의 의상 컨셉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TOP의 프레피 룩은 코디의 근무태만까지 의심케 했다. 여러 히트곡을 선사하고 이들이 퇴장한 이후에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공연 자체가 아니라 웬걸, 무대 뒤편에 디스플레이 된 새빨간 탱크였다.
임승균|editor

8월 5일: Go Chic

고 쉬크(Go Chic)는 출연진 가운데 어떠한 사전정보도 없었던 유일한 밴드였다. 생김새로 미루어보아 아시아출신의, 혹은 아시아계 밴드이리라고 짐작하였고 나중에야 이들이 타이완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파티 타임’을 연호하며 댄스플로어 친화적인 일렉트로/댄스 펑크를 연주하던 고 칙에게 첫날부터 이미 진흙탕이 된 서브 스테이지의 관객들은 말 그대로 몸을 사리지 않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본토’의 그것을 제법 잘 재현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할 구석이 없는 평이한 곡들은 어떤 특정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임승균|editor

8월 5일: 타이거 JK & T(윤미래)

GD와 TOP, 태양의 다소 실망스러운 출연에 떨어져버린 기대치를 되돌려 준 것은 타이거 JK(혹은 드렁큰 타이거?)와 T, 그리고 이제는 없으면 허전한 비지(Bizzy)였다. 이미 국내 페스티벌에 있어서는 베테랑 급이자 의심할 수 없는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무대는 역시나 뜨거웠고, 특히나 가족 단위가 많았던 첫날 ‘슈퍼 트랙스’ 스테이지에 있어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Good Life”와 “Liquor Shot”을 건너 (무한도전의) “Let’s Dance”에 이르는, 드렁큰 타이거 디스코그라피의 총망라와도 같은 셋 리스트는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기에 최적이었다. 20분의 공연 딜레이는 충분히 보상해 줄 수 있었고, 되려 공연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무대.
임승균|editor

8월 5일: 더블유 & 웨일

엄청난 라이브 실력의 베테랑 밴드와 관능미 넘치는 보컬의 만남은, 이 한 시간도 안 되는 서브 스테이지의 공연을, 그 많은 펜타포트 공연 중에서도 손꼽힐만한 무대로 만들었다. 한 치의 빈틈없는 더블유(W)의 연주와 전자음들의 조합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훌륭했지만, 웨일(Whale)의 안정된 보컬과 훌륭한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시너지를 일으켰다. 특히나 공전의 히트곡인 “RPG Shine”은 작년에 이어서 멋진 ‘떼창’ 레퍼토리로 자리매김 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재훈|editor

8월 5일: 미스에이

이 무대를 보기 위해 내가 잡은 자리 앞에는 한 가족이 있었다. 그런데 사춘기로 보이는 큰 아들은 질풍노도의 반항심으로 인해 무대를 등지고 앉아 공연장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스마트폰 게임만 해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미스에이(Miss A)가 등장해서 “Good-bye Baby”를 부르며 현란한 안무를 시작하자, 그 학생도 스윽 고개를 돌려서 그녀들의 무대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락 페스티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퍼포먼스와 엉성한 멘트, 그리고 터무니없이 짧았던 공연 시간은 이 학생의 시선을 다시 핸드폰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그 학생은 나중에 어머니에게 등짝을 세차게 맞았다.
이재훈|editor

8월 5일: 원더버드

“공연 잘하는 아저씨 밴드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에 귀국했다는 보컬 고구마의 말은 정말 틀리지 않았다. 이 ‘간지 절정의 올스타 아저씨 밴드’는 멋진 라이브 실력으로 그들을 기다려 왔던 팬들과 해후했다. “핑키의 노래”, “옛날사람”, “액션미녀”, “사랑이 아니야”등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며 관객들은 춤을 추었고 끊이지 않는 환호성을 보냈다. 오래된 밴드와 오래된 팬들의 하나 된 분위기가 무대와 객석을 메운 공연.
이재훈|editor

8월 5일: B.o.B.

아무리 (복잡한 과정을 거쳐) “Nothin’ On You”가 ‘국민 팝송’의 대열에 합류했다지만, 이제 고작 한 장의 정규앨범을 낸 래퍼를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로 세운다는 말을 듣고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살짝 앞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백 밴드를 대동하고 무대에 올라선 B.o.B. a.k.a. 바비 레이(Bobby Ray)는 이 모든 걱정을 단번에 종식시키며, 신인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잘 짜여진 무대를 선보였다. 실제로 공연시간의 거의 반 정도의 시간 동안 기타를 메거나 치고 있었던 B.o.B.의 스웨거(swagger)는 래퍼라기보다는 흡사 록 스타의 그것이었고, 1집 수록곡 거의 전부를 부르다 못해 앵콜곡으로 MGMT의 “Kids”라는 다소 의외의 선택까지 보여주었다. ‘락’ 페스티벌의 장르논쟁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격.
임승균|editor

8월 6일: 가리온 with 소울 스테디 락커스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두 팀의 공연은 역시나 훌륭했고, 짧지만 “옛이야기”에서 “영순위” 까지 가리온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곡들을 총망라하는 셋 리스트도 만족스러웠다. 관객들의 반응 또한 뜨거워서, 내 앞에 있는 한 아주머니 팬은 돌도 지나지 않아 보이는 아이를 안고서는 아이와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하지만 풀 밴드 편성의 힙합 팀이 린킨파크(Linkin Park).보다는 더 루츠(The Roots)가 되어주었으면 했던 바람은 나만의 것일까? 마지막 곡이었던 “무투”의 랩메탈스런 편곡은 아쉬웠던 부분.
임승균|editor

8월 6일: 노브레인

“눈 앞에 펼쳐지는 세상을 보리라 / 추악한 돼지들의 몸놀림을 보리라 / 이제는 절대로 꿈꾸지 않으리라”고 뇌까리던 이들이 이제는 태권도복에 검은 띠를 두르고 나와서 국가대표 응원가를 부른다. 나는 더 이상 이들을 표현할 마땅한 문장을 찾지 못하겠다. 아, 한마디. 과연 ‘대한민국 국가대표’답게 라이브는 잘 하더군.
임승균|editor

8월 6일: Plain White T’s

본래 팝 펑크를 연주했지만 엉뚱하게도 몇 곡의 어쿠스틱 트랙으로 인기를 얻은 플레인 화이트 티스(Plain White T’s)는 어찌 보면 자신들의 이력에 걸맞는, 아주 뛰어나지도 반대로 아주 떨어지지도 않는 무난한 무대를 선보였다. 다만 2일차의 (분명 의도적인 것으로 보이는) 전체적으로 헤비한, ‘놀기 좋은’ 밴드로 짜여진 라인업 사이에 서브 스테이지의 헤드라이너를 차지하기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밴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공연이 40분이나 딜레이되는 것은, 좀 심했지?
임승균|editor

8월 6일: Korn

콘(Korn)이 펜타에 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퇴물 밴드’라거나 ‘언제나 페스티벌의 둘째 날은 라인업을 약하게 짜는 것 같아’같은 말을 하였다. 하지만 밴드는 언제나 라이브로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첫 곡 “Blind”를 시작으로 “Freak on a Leash”, “Got the Life”, “Right Now”, “Ball Tongue”, “Somebody Someone”, “Thoughtless” 등 히트곡 퍼레이드를 들려주며 관객들을 쉴 틈 없이 몰아 붙였다. 마지막 곡이었던 “Ya’ll Want a Single”로 대미를 장식한 이 ‘형님’ 밴드는 정말이지 위와 같은 세간의 평가에 ‘폄훼’의 딱지를 붙여 걷어 차줄만 한, 공연에 대한 우려를 ‘우쭐’로 바꿔주는 라이브였다.
이재훈|editor

8월 7일: 이디오테잎

이 정도로 큰 무대에서 일렉트로닉 밴드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진장 거대한 PA 스피커를 통해 쏟아져 내리는 비트는 확실히 몸을 (말 그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아마 록 공연이 이런 무대에서 가지는 메리트보다 일렉트로닉 공연이 가지는 메리트가 더 크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그러한 경험과는 별개로, 이디오테잎의 음악이 더 ‘뜨겁지’ 못했던 점은 아쉬웠다. 절정에 다다르기 직전에 바로 접어주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불완전연소를 너무 많이 경험했다. 그래도 슈가도넛의 드러머 DR의 드럼은 박력 만점.
정구원|editor

8월 7일: 검정치마

조휴일은 아이돌이었다. 이번 펜타포트에서 여성 관객의 비율이 이 정도로 높았던 공연은 또 없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흰 티셔츠에 선원 모자를 쓰고 약간 소심한 듯이 공연을 진행하던 그는 확실히 내 눈에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거의 전부였다. 2집 곡과 1집 곡을 반반씩 섞어서 진행된 라이브는 그렇게까지 대단하지도 않았고, 또 그렇다고 특별히 못 하는 부분도 없는 평탄한 라이브였다. 다만 한 곡, “Antifreeze”만큼은 레코딩에서 찾을 수 없었던 인상적인 순간이 존재했다. 마치 아레나 록을 듣는 듯한 ‘감동적’인 경험. 이렇게 짜릿한 곡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따라 불렀다.
정구원|editor

8월 7일: Joe Brooks

말쑥한 외모의 영국 청년 조 브룩스(Joe Brooks)는 드림 스테이지 맞은 편 케밥을 판매하는 텐트의 주인장 옷을 빌려 입은 듯한(?) 복장으로 등장했다. 예상하던 대로 여성 팬들의 함성이 이어졌고(플래카드를 가져온 팬들도 있었다!), “World at Our Feet”로 공연을 시작했다. 청명한 기타 사운드와 맑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조 브룩스는 공연 중간 중간 한국어로 ‘사랑한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던졌고 그의 첫 인기 싱글인 “Superman”과 달콤한 “Holes Inside”로 공연을 마무리 하였다. 저녁 먹을 시간에 맞춘 여유로웠던 분위기의 공연이었다.
이재훈|editor

8월 7일: The Ting Tings

데뷔작 [We Started Nothing](2008) 이후 뚜렷한 활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다가 펜타포트 일정에 맞추어 예정되었던 단독 공연마저 취소되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공연 당일에는 비바람과 함께 태풍까지 북상하고 있었던 팅팅스지만, 이들은 “새끈하게 놀자?”는 다소 무리수 섞인 한국어 멘트와 함께 메인 스테이지에 걸맞은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다. “That’s Not My Name”과 “Shut Up And Let Me Go”같은 히트곡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반 정도를 신곡으로 꾸린 셋 리스트에 관객들이 다소 낯설어한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임승균|editor

8월 7일: !!!(Chk Chk Chk)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이들의 음악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라이브가 대단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서 시작된 공연은, 만약에 내가 기대를 했었다고 해도 그 기대치마저 아득히 뛰어넘었을 법한 그런 공연이었다. 보컬 닉 오퍼(Nic Offer)는 펜스를 두 번이나 넘어서 관객들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반짝이 수트를 걸치고 나오고, 공연 내내 미친 듯한 댄스를 선보이면서 관객들도 함께 미치게 만들었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인디하면서도 훵키한 사운드를 끼얹으며 관객을 미치게 만들었다. ‘대형 락 페스티벌’에서 이렇게 솔직한 태도로 관객을 미치게 만드는 밴드를 보기는 쉽지 않은데, 칙칙칙은 운 좋게도 그런 밴드들 중 하나였다. 아마도 지산과 펜타를 통틀어서 최고의 공연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정구원|edi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