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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기비츠(Pigibit5) – Cherryboy Revolution – 비트볼, 2011

 

30대 동정남의 혁명 혹은 자위

채송화, 스트링스, 아무밴드, 아톰북, 히치하이커, 데이드림, 니나이언, 머머스룸, 가나스, 피리과. 이상은 돼지(Pig)와 토끼(Rabbit)를 합쳤다는 피기비츠의 멤버 네 명이 거쳐 간 밴드 목록이다. 그 이름들은 홍대앞 클럽에서 공연깨나 보았다는 사람들도 ‘이름은 몇 번 들어본 것 같은데 막상 공연을 직접 본 적은 없다’고 말할 확률이 높다. 이들이 연주하던 장소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홍대앞 중심의 쌔끈한 공연장이 아니라, 이 구역의 언저리 외딴 곳에 위치한 공기 나쁘고 냄새 나는 지하실 클럽이었을 테니 그럴 법도 하다.

그렇다면 궁상주의(miserabilism)? 하지만 이들의 궁상이 극단적이지는 않다. 장조의 기본 코드들 위에 건축된 멜로디는 샤방하기보다는 상큼하기 때문이다. 반면 악기들의 사운드는 지저분하고 정돈되지 않았다. 피리과의 [Butane Gas Mon Cher](2007)를 지배했던 우아한 현(絃) 소리가 빈티지 키보드와 노이지한 기타로 대체된 것을 듣고, ‘벨 앤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으로부터 틴에이지 팬클럽(Teenage Club)으로 갈아탔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네 곡을 담아 2009년에 낸 EP [Pigibit5]까지 챙겨 들은 사람이라면, 이번 앨범이 EP보다 더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이 밴드와 레이블의 의도인지 아닌지를 지금 시점에서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의도와 무관하게 효과는 명확하다. 그건 한마디로 ‘동아시아 B급 문화’의 정서다. 이는 “Beauty Tamura Theme”이나 “Theme of Yoroshiku Kamen”에서 망가 작가 우스타 쿄스케의 명시적 영향이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컨셉트 앨범’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허황된 꿈을 좇는 성노동자 낸시(“Nancy”)와 과거에 사로잡힌 늙다리 축구선수 승수(“Striker 승수”)는 이 앨범의 테마를 이끌어가는 화자들이다. 승수와 낸시는 마지막에 자리한 타이틀곡 “Cherryboy Revolution”에 다시 등장해 전쟁 후 버려진 도시에서 승수는 잠이 올 때까지 자위를 하고 낸시는 그 옆에 있는 데카당스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이게 ‘혁명’이다. 마치 핑크 플로이드의 [Wall]에 나오는 남주인공 핑크(Pink)와 루 리드의 “Wild Child”에 나오는 로레인(Lorraine)이 만나는 장면 같다.

사실 가사는 잘 들리지 않고, 연주력이 출중하지도 않고, 사운드들의 배치는 혼돈스러워서 이어폰으로 들을 때 청자의 변덕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이 도시에 피기비츠가 묘사하는 디스토피아적인 환경과 행태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말에 긍정한다면, 결국 이렇게 ‘2011년 한국의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탄생한 셈이다. 아니, 어쩌면 그런 호칭을 부여받기 위해 피기비츠는 눈뜨고코베인의 [Murder’s High]와 경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것이 찬사인지 저주인지는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20110601|신호미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Beauty Tamura Theme
2. Country Song
3. Striker 승수
4. Nancy
5. Speedoguy #2 (Speedogay)
6. Pigibit5 : Maco
7. Y.O.N.H.A
8. Thirtynager
9. Speedoguy #1
10. Theme Of Yoroshiku Kamen (Tribute To Usuta Kyosuke)
11. Cherryboy Revolution

관련 사이트
피기비츠 블로그
http://pigibit5.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