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rl Talk | All Day | Illegal Art, 2010

심심한 대작

걸 토크(Girl Talk), 본명 그렉 길리스(Gregg Gillis)는 지금 현재 아마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매쉬업 아티스트일 것이다. 그의 전작들인 [Night Ripper](2006)과 [Feed The Animals](2008)는 둘 다 영미권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오픈소스 다큐멘터리인 [찢어라! 리믹스 선언(RiP!: A Remix Manifesto)]에도 출연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의 장기는 메인스트림 팝이나 록, 인디록, 일렉트로닉 등 수많은 샘플들을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힙합이나 R&B, 소울 싱글들을 버무려 신나는(그리고 때때로 웃기는) 파티 트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작 이후 2년만에 발표된 이번 신보는 그의 레이블인 일리걸 아트(Illegal Art)를 통해서 웹상에 무료로 공개되었다. 이번에도 변함없이 재미있는 리믹스가 귀에 걸린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Windowlicker”에 맞춰서 솔자 보이(Soulja Boy)가 랩을 한다거나(“Get It Get It”), 뉴 오더(New Order)의 “Bizarre Love Triangle”이 깔리고 그 위로 릴 웨인(Lil Wayne)의 목소리가 놓이는 식이다(“On And On”). 음반을 많이 들을수록 이런 재미있는 부분이 귀에 잘 걸릴 것이다. 마치 패러디 코믹물을 볼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이고, 곡 전체, 더 나아가 앨범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전작들에 비해 늘어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작의 곡들 중 5분이 넘어가는 곡이 하나도 없었던 데 비해, [All Day]의 경우엔 모두 5분이 넘어가는 대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게 되면서 전작들로부터 느낄 수 있었던 오밀조밀한 샘플 구성의 재미가 많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포티셰드(Portishead)의 비트를 타고 빅 보이(Big Boi)가 랩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1분 이상 계속되면 처음에 맛본 신선함은 사라지고 단조로움만이 남는 법이다. 샘플을 잘게 쪼개는 식으로 가공을 하면 그나마 좀 덜하겠지만, 걸 토크의 경우 샘플에 가공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이런 단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걸 토크는 피치포크 미디어(Pitchfork Media)와의 인터뷰에서 ‘전에 비해 매우, 매우 복잡하고 장르와 스타일을 최대한도로 넘나드는 재료를 가지고 하나의 응집력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확실히 [All Day]는 전작들에 비해 한층 거대하고 기나긴 작품이다. 여전히 들으면서 ‘아, 이 샘플이 저것과 섞였네!’ 하는 재미 또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작품이 이전에 비해 덜 신난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걸 토크의 작법 자체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나는 그의 센스가 이전보다 조금 퇴보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 글 정구원 lac[email protected]

ratings: 3/5

 

수록곡
1. Oh No
2. Let It Out
3. That’s Right
4. Jump On Stage
5. This Is The Remix
6. On And On
7. Get It Get It
8. Down For The Count
9. Make Me Wanna
10. Steady Shock
11. Triple Double
12. Every Day

멀티미디어

Girl Talk – Let I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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