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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싸이트 토끼(Lucite Tokki) – Self – 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2011

 

순결한 도발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 “요즘 홍대 인디음악 트렌드는 뭔가요?” 이런 종류의 질문에 답하기 쉬운 방법은, 이를테면 이런 식일 것이다. “당신은 북유럽 스타일의 볕이 잘 드는 카페에 앉아 진하게 내린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앞에 두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고 있죠. 그리고 그 공간을 잔잔하게 부유하는 어쿠스틱 사운드. 당신이 떠올릴 수 있는 이런 감성이 요즘 홍대 인디음악의 주류라면 주류겠네요.” 단출한 악기구성과 감정을 덜어낸 담담한 보컬, 청자는 팬시한 하나의 소품처럼 그 음악을 입고 바른다. 물론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홍대씬을 부러 비약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부인하기 어려운 것은, 최근 몇 년간 홍대 인디씬의 상업적 중심을 관통해온 정서가 ‘달달함’과 ‘말랑말랑함’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정서는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에 의해 방점을 찍었다.

루싸이트 토끼의 EP [Self](2011)는, 그들이 파스텔뮤직을 떠나 만든 첫 번째 작업물이다. 회사가 원하는 이미지로부터 변화하고 싶었던 이들은, 안락한 집을 떠나 독립을 선언했다. [Self]라는 음반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 믹싱, 녹음실 섭외와 음반 재킷 디자인까지 모두 그들의 손을 거쳤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위한 그들의 이유 있는 도발로 읽힌다.

“Go”는 루싸이트 토끼의 변화를 가장 확실히 엿볼 수 있는 곡이다. 기타와 목소리가 주를 이루던 사운드에는 쟁글거리는 전자사운드와 기계음이 채워졌고, 차분했던 음들은 통통 튀어 오른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들의 변화가 더욱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쿠스틱 곡들에서다. 힘을 뺀 담담한 목소리와 살랑거리는 기타 선율에 적당한 무게가 실린 “Thief”와 “I’m here”는 풋풋하고 사랑스런 느낌을 벗어난, 사뭇 강단 있는 사운드로 새로운 루싸이트 토끼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이전까지의 색깔을 완전히 탈색해버린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1집 때부터 간간히 시도해오던 선 굵은 록을 더욱 끌어안았다는 쪽에 가깝겠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던 장르가 록이었고 달달한 느낌의 곡들이 사랑을 받을수록 그러한 욕심이 묻혀버려 아쉬웠다던 한 인터뷰에서의 발언처럼, [Self]에는 루싸이트 토끼의 음악적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배어 있다. 자신들의 목표를 부지런히 완성해가는 과도기적 시기의 좋은 결과물로 보인다. 20110410 | 우해미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go
2. thief
3. I’m here

관련 사이트
루싸이트 토끼 홈페이지
http://www.lucite-tokk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