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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토끼(Neon Bunny) – Seoulight – 도기리치, 2011

 

분홍 설탕 한 스푼

임유진의 솔로 프로젝트인 야광토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그녀가 록 밴드 검정치마의 키보디스트였다는 것과 얼마 전에 이 데뷔작을 냈다는 것, 그리고 도기리치가 검정치마의 조휴일을 중심으로 한 ‘연합체’라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음반을 듣고 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9와 숫자들의 인상적인 데뷔작에 이어 야광토끼의 [Seoulight] 역시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멜랑콜리한 감성을 인디 씬이라는 음악적 조건에서 동시대의 트렌드라는 프리즘에 투과한 작업으로 기억될 공산이 크다. 여기서 동시대의 트렌드란 영국과 북유럽 산(産) 일렉트로 팝이다. 음반의 가장 빛나는 곡 중 하나인 “북극곰”은 애니(Annie)의 “Heartbeat”를 직접적으로 소환한다. 그러나 이것을 그 동네 음악의 아류라 말할 수는 없다. 과장 없이 유연한 그루브와 담백한 사운드, 간결한 멜로디는 이런 종류의 음악에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들을 훌륭하게 충족시킨다.

무엇보다 야광토끼는 좋은 노래를 만드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의 세 곡(“Long-D”, “조금씩 다가와줘”, “북극곰”)이 남기는 감흥은 특별하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Long-D”의 신서사이저 인트로와 간질거리는 코러스, 상쾌하게 내달리는 “Can’t Stop Thinking About You”를 듣다 보면 페이퍼 모드(Paper Mode) 시절의 윤상이나 초기 015B 등의 음악과도 연결점을 찾고 싶어진다. 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지만 산만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왈츠 풍의 처량한 “나와 둘이”나 중독적인 훅을 가진 카랑카랑한 로큰롤 “Falling” 등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Seoulight]를 올해의 발견이라고 하는 건 이를 것이다. 그러나 이달의 발견으로는 넘칠 테니 일단은 1/4분기의 발견이라 해 두자. 그만큼 인상적인 데뷔다. 다만 이 음반이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전형성을 탈피했다’고 보는 (소속 레이블의 홍보자료를 포함한) 일부의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나 검정치마, 국카스텐의 음악을 ‘남성 로커의 전형성에 매몰되었다’고 싸잡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굳이 ‘전형적 여성 싱어 송 라이터’라는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지 않아도 [Seoulight]에 들어 있는 음악은 충분히 흥미로우며, 오랫동안 즐길 가치가 있다. 20110410 | 최민우 [email protected]

덧. 리뷰의 제목은 이제니의 시에서 따 왔다.

8/10

수록곡
1. Long-D
2. 조금씩 다가와줘
3. 북극곰
4.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5. 니가 내게 주는것들
6. 나와둘이
7. Falling
8. Comm Ave.
9. LaLaLa

관련 글
전형적인 여성 싱어 송 라이터? – vol.13/no.8 [20110416]
시와: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란 과연 무엇인가 – vol.12/no.8 [20100416]

관련 사이트
야광토끼의 미니홈피
http://www.cyworld.com/neonbun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