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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커튼 -아직 하지 못한 말 -미러볼뮤직, 2010

 

뒤늦은 발견: 커튼 뒤의 비밀

‘수상한 커튼’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이다. 나는 어쩌다가 이 커튼 앞에 서 있게 되었는지, 이 수상쩍은 커튼 뒤에는 대체 뭐가 숨어 있을지. 단 두 마디의 말로 구체적이고 흥미가 동하는 모종의 상황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 커튼을 제치고 앨범에 들어 있는 음악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손가락이 간질간질해지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이런 제목을 지을 감각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보다 궁금해지는 이름이다.

정답은 김은희. 수상한 커튼은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로, 세 곡이 담긴 싱글을 작년에 발표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클럽 에반스에서 발매한 [Real Acoustic Vol. 1] 컴필레이션에 “잠”을 첫 번째 곡으로 싣기도 했다. 첫 정규작인 이 앨범에는 어쿠스틱 포크, 모던록, 혹은 보사노바 등의 단어로 설명될 수 있는 아홉 곡이 실려 있다. 또한 그녀는 작사 및 작곡뿐 아니라 연주와 프로듀싱까지 앨범 작업 전반을 이끌었다고 한다.

그러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수상한 커튼’이라는 이름에서 예고되었던 재기를 발견하기는 어려운, 지나치게 평이한 앨범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기타가 주가 되고 피아노가 어우러지는 기본적이고 여백이 많은 구성과, 음표대로 꾹꾹 눌러가며 부르는 정직한 목소리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매력이 묻어나지 않는 듯했다.

그렇게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플레이리스트 한켠에 걸려 있던 이 앨범은 서서히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서부터 나를 각성시켰다. 베인지도 몰랐던 상처가 오히려 아린 것처럼, 보편적이되 진부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고드는 가사들이 설핏 지나가면서, 봉인해둔 내밀한 기억의 외피에 생채기를 냈다. 커튼을 헤치고 예상 외의 빈 벽을 마주했다고 생각했는데 희미한 글씨들로 빽빽이 새겨져 있는 누군가의 아련한 흔적을 뒤늦게야 발견한 셈이다. 그제야 이 앨범이 지닌 담담한 음악의 미덕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나쳐버리지 않았음에 안도하고, 그럴 뻔했던 경솔함을 뉘우치게 만드는 앨범이다. 20101024 | 이수연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잠
2. 안녕
3. 꽃나무 아래에서
4. 캄캄한 방안에 홀로
5. 종이날개
6. 여름은 가고
7. 아직 하지 못한 말
8. 4월
9. 바다와 사막을 지나

관련 사이트
미러볼뮤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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