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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팬들에게 올해 여름은 특별한 계절이었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3주 연속으로 인천, 지산, 낙산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연달아 열렸기 때문이다. 페스티벌이 끝나자마자 곧장 스티비 원더와 스매싱 펌킨스의 공연도 열렸으니 음악 팬들에게 2010년의 여름은 특히 가난했던, 그러나 행복했던 때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올해로 5살이 되었고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이하 지산)은 작년보다 60%가 늘어난 7만 관중을 유치했으며 낙산 해수욕장의 [Summer Week&T]는 카니예 웨스트를 섭외하며 한국 힙합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세 축제는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이 ‘국제적인 음악 페스티벌의 장소’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한 모종의 대답이란 점에서 중요할 것이다.

여기서는 [Summer Week&T]를 제외하고(며칠 뒤에 공연 후기가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올해 열린 펜타포트와 지산을 되짚어볼 것이다. 두 개의 문제의식이 있다. 하나는 대중음악, 특히 록 음악의 수용자가 한정된 국내 상황에서 두 페스티벌의 경쟁구도가 첨예하게 형성되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지자체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이 과연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음악 페스티벌의 속성상 라인업(섭외)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짚어야할 것이다. 이 구도에서 LCD사운드시스템과 이언 브라운 외에 인상적인 라인업을 구성하지 못한 펜타포트가 매시브 어택, 뱀파이어 위켄드, 펫샵보이스와 뮤즈, 벨 앤 세바스찬과 코린 베일리 래 등을 섭외한 지산에 압도적으로 제압당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라인업에 의존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가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 록페스티벌의 섭외가 사실상 일본의 [섬머소닉 록페스티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라면 더더군다나. 결국 문제는 기획력이다.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록페스티벌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400억 규모라고 할 때 차별화된 독자성은 필연적이다.

반면, 두 행사가 지자체와 대기업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은 신선한 관점을 제공한다. 펜타포트는 이미 ‘트라이포트’ 시절부터 인천공항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허브’를 지향하는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이었고, 지산은 올해부터 엠넷(M.net)이 주최사로 개입한 행사였다([Summer Week&T]는 SK텔레콤이 주최했다). 이런 상황은 마치 90년대 중반, 삼성과 LG가 영화와 음악 산업에 뛰어들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그 결과가 별로였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경제효과 운운하는 언론사의 호들갑이 우려스러운 건 그 때문이다. 록페스티벌은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이자 총체적인 문화적 경험의 장이다.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느냐만 따지는 건 투기적 관점이지 문화적 관점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다. 그리고 또한 태도와 기획의 문제다. 너무 기본적인 얘기겠지만, 역시나 기본이 늘 어려운 법이다. 10년도 안된 한국의 음악 페스티벌은 질적 변화를 요구받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00812 | 차우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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