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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공연에 있어서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해외 아티스트들을 포함하는 본격적인 첫 록 페스티벌(‘트라이포트’나 ‘메탈페스트’ 같은 아픈 경험은 빼버리자)이었고, 그렇기에 펜타포트의 형식이나 분위기는 이후에 등장한 다른 페스티벌의 롤 모델이 되었다. 해외 뮤지션들의 방한을 익숙하게 만들어 준 것도 펜타포트의 공이 크다.

이런 펜타포트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이건 머드 페스티벌이잖아!’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던 송도 부지를 떠나, 약간의 잔디밭을 가진 드림랜드에 새 장을 펼쳤다. 블로그, 트위터 등의 온라인 홍보나 서울 시내 번화가에선 홍보용 포스터도 눈에 많이 띠었다. 작년에는 빈약하게만 보였던 라인업도 올해는 해외 유명 뮤지션들의 등장으로 펜타포트의 초창기 시절, 화려했던 라인업을 잠시 떠올리게도 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요소들보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건 ‘지자체 행사의 한계’와 ‘페스티벌의 정체성’에 관련된 부분이다. 펜타포트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이라는 지리적 특성(인천은 오랫동안 헤비메탈 음악의 본거지였다)이 반영된 모습은 내내 볼 수 없었다(아! 올해엔 얼마 전 새로 당선된 시장님의 ‘순시’가 있긴 했다). 공연장 내에 입점했던 많은 점포들 또한 홍대에서 보던 바로 그 가게들이었고, 송도에서 드림파크로 이전했다는 점 말고는 거의 바뀐 게 없는 공연장 내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부분들이 왠지 ‘공무원스럽게’ 보였다. ‘작년에도 그랬으니 올해도 그렇게’ 같은 태도 말이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하 GMF)이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지산)은 펜타포트보다 나중에 생겼음에도 수 년 전의 펜타포트에 필적할 만한(혹은 더 인기 있는)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이는 활기보다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제로 삼은 차별화 전략의 성공이라 볼 수 있다. 펜타포트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라인업의 경우, 3일 간의 헤드라이너들로부터 공통의 성격 혹은 장르적 일관성을 찾기는 어려운데 그에 대한 대안적 고민이 필요하단 얘기다. 물론 펜타포트가 ‘장르적 구분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사’를 표방하지만, ‘스케줄 맞는 록 스타 모셔오기’의 느낌을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후바스탱크와 이언 브라운이라니). 지산과의 경쟁 구도가 확정된 상황에서 펜타포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할 때를 맞이한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국내의 어떤 페스티벌보다 펜타포트를 좋아한다. 진심이다. 지난 5년 동안 내내 ‘개근’했고, 갈 때마다 정신줄을 놓고 놀다가 즐기다가 돌아온다. 바닥이 진흙밭이건 들어간 화장실이 더럽건, 왔다갔다하는 교통편이 불편하건 상관없이 말이다(부대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놀기로 작정하고 가는 사람들에게 그건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고 또 즐기려고 참가한 페스티벌이 전보다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펜타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쉬워도, 사람들이 외면해도, 그렇기에 결국 더 많은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20100812 | 이재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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