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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잔디밭 위의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미지다. 펜타포트를 생각하고 버릴 옷에 버릴 신발을 걸치고 갔던 작년의 기억은 개인적으로는 통한의 과거로 남았다. 2007년 GMF부터 시작된 이런 환경의 변화는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식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며 앞에서 뛰어 노는 사람, 뒤쪽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즐기는 사람, 굳이 지산까지 와서 풀 돋은 스키 슬로프 위에 올라가 자리를 잡은 고질적 방관자 부류까지, 이번 해 지산은 록 페스티벌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3일간 누적 관객의 수는 7만 9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난해의 5만보다 60%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성장과는 별개로, 행사가 끝난 뒤 불거졌던 것은 상업화 논란이다. 하지만 사실 『테이킹 우드 스탁』을 보면 히피 문화와 반체제를 상징하는 우드스탁 페스티벌 역시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언제 대형 록 페스티벌이 자본을 배제하고 열린 적이 있었던가. 문제는 ‘상업성’ 자체라기보다 일부의 독점, 그리고 팔려거든 제대로 된 상품을 팔았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엠넷과 연계된 M pub이 들여온 밀러는 아폴로18의 멘트처럼 서민들이 마시기에는 비싼 맥주였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표를 샀는데 정작 오지 않는 직행/셔틀버스나, 2000원의 요금에도 불구하고 온수기 고장으로 찬물만 나오는 샤워장, 관리가 허술해서 아무나 텐트를 칠 수 있었던 캠핑 A 구역 등도 문제였다. 결국은 무언가를 팔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산 게 불량품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주차, 화장실, 쓰레기 수거 등에서도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반적인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내년에는 공식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일당 3만 5천원에 하루 3~4시간밖에 못 자고 일했다는 스탭의 경험담이 아니라, 운영에 신경을 쓴 점이 돋보였다는 후기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나 올해 지산의 공연, 특히 헤드라이너 무대에만큼은 엄지손가락 두 개를 드는 게 아깝지 않다. 라인업 중 가장 유명한 밴드로서가 아니라 독보적으로 훌륭한 공연을 보여준 밴드로서의 헤드라이너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형 단독 공연이 아닌 록 페스티벌에서도 흠잡을 데 없이 연출된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작년의 위저나 오아시스가 떼창으로 기억되었다면, 이번 지산의 헤드라이너들은 음악과 조응하는 연출/비주얼 아트의 종합적인 감각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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