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06113747-KINR-001385_s

9와 숫자들 – 9와 숫자들 – 튠테이블 무브먼트/파고뮤직, 2009

 

 

소박하고 낭만적인 감흥

9와 숫자들은 그림자궁전의 리더이자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우두머리인 9, 즉 송재경의 프로젝트 밴드다. 프로젝트 밴드라고 말할 수 있는 까닭은 본인이 음반 발매 후 가진 인터뷰(http://music.bugs.co.kr/webzine/contents/list/?st=496&gc=3973)에서 그렇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들, 그러니까 1(김석: 베이스), 8(이우진: 키보드), 7(엄상민: 드럼) 등의 멤버들은 로로스, 아톰북, 아일랜드 시티 등의 밴드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은 각 웹진과 블로거들이 지난 10년의 대중음악을 나름대로 열심히 결산하던 지난해 말 조용히 이 데뷔 음반을 발매했고, 두어 달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음반을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1980년대’와 ‘가요’, 그리고 ‘1980년대의 가요’다. 이때 ‘1980년대’는, 일단 말은 이렇게 해 놓긴 했지만, 앞뒤를 좀 넉넉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뭣하면 197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이라 해도 된다. 요점은 우리가 ‘가요’라는 말을 ‘방화’라는 말과 비슷하게 쓰던 시기의 음악이 이 음반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단어들은 음반의 형식적 다양함 뿐 아니라 정서적 일관성까지 포괄한다. 맨체스터 사운드를 나름 시도한 듯한 로큰롤(“석별의 춤”, “선유도의 아침”), 펫 샵 보이스 풍의 신서 팝(“낮은 침대”), 레게(“이것이 사랑이라면”), 컨트리(“슈거 오브 마이 라이프”), 포크(“연날리기”) 등, 이런 저런 스타일을 대중없이 건드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정서적 통일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음반이 산만하다는 인상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 음반에 동원된 다양한 스타일들은 그것들이 가진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대신 일종의 배경처럼 활용되면서 멜로디의 안과 밖을 부드럽게 감싸는 데 만족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그 멜로디들은? 9와 숫자들은 오늘날의 ‘예민한’ 청자들이 틈만 나면 과시하는 ‘단련된’ 귀에는 지나칠 정도로 소박하게 들릴 게 분명한 그 때 그 시절의 음률을 별다른 저항 없이 가져오고 있다. 특정한 이름들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총체적 분위기’로서 말이다(“나 어떡해”가 떠오르는 “삼청동에서” 정도는 예외로 쳐야 할지 모르겠다). 놀라운 점은 거기에 정말로 어떤 심리적 저항도 없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음반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 그러니까 “말해주세요”나 “석별의 춤”, “선유도의 아침” 등에서 드러나는 1980년대에 대한 그토록 노골적인 회상이 역설적으로 ‘모던’하게 들린다는 생각마저 든다. 심지어는 ‘함께 있어도 별들처럼 아득한 그대/스쳐가는 짧은 말에도 난 숨을 죽이네'(“말해주세요”)라는 가사까지도 말이다.

그런 ‘모던함’이 밴드의 의도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 때문이라는 건 옳은 지적이다. 더불어 이런 종류의 시도가 가능해진 것 역시 그런 변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의 ‘혁신적인’ 한국 음악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요’라는 단어를 쓰고 싶을 경우 한 번 더 생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사실 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1980년대를 음악적으로 회상하고자 ‘가요계’를 수놓던 이름들을 부르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비록 그게 완전히 성공적인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음반에 들어 있는 것은 ‘고급스런’ 팝송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 만든 ‘가요’를 세례 받은 세대가 만들 수 있는 음악, 정감 있는 전자음과 따스하고 낭만적인 선율이 잘 맞물려 있는 음악이다. 시작으로서도, 과정으로서도 만족스럽다. 밴드의 다음 음반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00303 | 최민우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그리움의 숲
2. 말해주세요
3. 오렌지 카운티
4. 석별의 춤
5. 칼리지 부기
6. 슈거 오브 마이 라이프
7. 삼청동에서
8. 실낙원
9. 이것이 사랑이라면
10. 선유도의 아침
11. 연날리기
12. 디엔에이
13. 낮은 침대

관련 사이트
9와 숫자들의 홈페이지
http://www.iam9.co.kr
파고뮤직 홈페이지
http://www.fargo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