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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동 301호 – 나는 즐거우십니까 – 등푸른 뮤직, 2009

 

 

문 앞에서

B동 301호는 제주 출신의 록 밴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제주의 인디 씬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다. 클럽이 있고, 밴드들이 있고, 그 밴드들이 공연을 한다는 것 정도만 알 뿐이다. 그러나 그 정도만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 클럽이 있고, 밴드들이 있고, 그 밴드들이 공연을 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음반을 녹음하여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음반은 B동 301호의 두 번째 정규작이다. ‘이 앨범은 2008년 5월 3일부터 2009년 5월 11일까지 녹음되었습니다.’라고 부클릿 아래쪽에 자그만 글씨로 적힌 문장에 그 사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수줍게 배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B동 301호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단어들은 ‘1990년대’와 ‘얼터너티브’, 그리고 ‘포크’다. 이 말에 역사적으로 배어 있는 잿빛의 언어적 ․ 심리적 이미지들(우울하고 내면적인 성찰, 다소간 무기력한 분노, 갈 곳 없는 냉소) 또한 밴드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삶의 궁극적 고민들에 대한 마이너리티한 접근”이라는 홍보 자료의 문구는 밴드(정확히 말하면, 아마도 리더 채동원)의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를 잘 정리하고 있다. 선언에 가까운 그 문구에 못처럼 박혀 있는 진정성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다른 문제겠지만.

동시에 이 밴드의 음악에는 영미권 얼터너티브와 동시대적으로 유행하던 ‘가요’와 ‘한국 록’의 영향 또한 강하게 드러난다. 그 둘은 가끔 최소한의 이음매만 갖춘 채 결합한다. 이를테면 “Intro”의 (사실 좀 어색하게 들리는) 블루스 연주에 바로 이어지는, 스매싱 펌킨스 스타일의 ‘영미권’ 리프에 그걸 묘하게 배반하는 듯한 ‘국내풍’ 멜로디를 얹은 “혼자다”의 경우가 그렇다. 브로콜리 너마저 같은 밴드에 비해 B동 301호의 음악이 덜 영악하게 들린다면 그런 까닭이다. 기발한 가공보다는 능숙한 소화에 방점을 찍은 음악이라고 해도 되겠다.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즐거우십니까”의 달콤쌉싸래한 모던 록 스타일마저 최근의 조류보다는 코나(Kona)의 전성기 시절 노래들에 더 가깝게 들리지 않는가?

이제 판단할 시간이다. 질문은 분명하다. 이 음반에 담긴 음악들은 뚝심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시대에 뒤쳐진 것인가? “낮술”의 뭉클한 정서와 “거스르는 사람”의 비장한 분위기, “쉽게 쓰여진 노래”의 체념적이면서도 은근한 자부심에 넘치는 서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로서는 이 음반이 크게 흠잡을 구석은 없는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흠잡을 구석이 없다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평가를 의미하는 것 또한 아니다. [나는 즐거우십니까]는 흠잡을 구석이 없는 것만큼이나 종종 (영미권 평단에서 ‘mediocre’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애매한 상태로 기운다. 이 음반이 표현하는 정서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것에 공감하는 순간 당신은 B동 301호의 초인종을 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겨울새벽 탑동에서”의 서늘함에 공감각적으로 반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음반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다. 20091027 | 최민우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몰라하네
2. 겨울새벽 탑동에서
3. Intro
4. 혼자다
5. 잠긴 문 앞에서
6. 노래 (Street Live Ver.)
7. 쉽게 쓰여진 노래
8. 나는 즐거우십니까
9. 낮술 (feat. 윤수현)
10. 운수좋은날
11. 거스르는 사람 (Hidden Track)

관련 사이트
B동 301호의 싸이월드 클럽
club.cyworld.com/301-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