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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령 – SmackSoft – upper music, 2008

 

 

회귀

10년 전 황보령이라는 이름은 홍대 앞 인디 씬을 해석하기 위한 하나의 지표였다. 미술가, 예술가, 음악가라는 다층적인 그녀의 정체성은 뉴욕과 한국의 거리(distance)만큼이나 이질적이었고 그로인해 홍대 앞 인디 씬이라고 호명된 공간의 스펙트럼을 투시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김윤아와 이상은(혹은 리체), 남상아 등이 그녀와 함께 거론되었고, 1집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도 그런 맥락에서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앨범을 아우르는 허무주의적 감수성과 이질적인 사운드가 충돌하며 내뿜는 정서적 충격은 기존 한국 음악이 내보이지 않던 것이었다. 그러나 싱어송라이터가 아닌 밴드 구성으로 작업한 두 번째 앨범 [태양륜]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것은 1997년과 2002년의 차이 같은 것이었다. 그 사이 홍대 앞의 환경은 변했고 수용자들의 감수성도 변했다. 생산자와 수용자 양쪽 모두에서 인디 씬의 가시적인 분화가 시작된 때 등장한 그의 시도가 휘청이는 인상을 줬던 게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7년이다. 황보령의 새 앨범이 나왔다. 모두 4곡이 수록된 EP로 제목은 그녀가 함께 했던 밴드명과 동일한 [SmackSoft]다. 신윤철이 ‘그리운 사람’과 ‘해’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참여했다. 그런데 2.5집이다. 3월에 발매될 3번째 앨범의 선행 EP라는 점에서 이 앨범은 그 동안 황보령의 음악적 변화 혹은 지향점의 모색에 대한 가이드 정도의 역할을 한다. 결과는 일단 만족스럽다. 응집된 어떤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여전히 관조적이다. 무심하게 독백하다가 메말라 갈라지는 목소리가 전달하는 정서도 여전히 직관적이다. 멜로디나 사운드는 오히려 1집의 연장에 있다. ‘그리운 사람’과 ‘한숨’이 특히 그렇다. 각각의 곡에 사용된 퍼커션과 첼로가 그런 기시감과 공감각을 전한다. ‘해’와 ‘다시 살아나’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감상이다. 묵직한 기타 리프가 주도하는 ‘해’는 반복되는 프레이즈로 구성된다. 중첩된 멜로디와 보컬이 번갈아 착실하게 포개지며 후반부의 절정으로 이끈다. ‘다시 살아나’도 마찬가지다. 평이하게 흐르던 보컬은 기타와 함께 고조되면서 극적으로 변한다. 완고하지만 성실한 사운드다.

흥미로운 건 이런 소리로부터 연상되는 어떤 이미지들이다. 90년대 후반 즈음의 홍대 앞이나 클럽 풍경 같은 게 어른거리다 사라진다. 그녀의 불안정한 목소리, 과거지향적인 사운드는 그때 그 시절 황보령이라는 지표를 새삼 환기시킨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깨끗이 지워진 것 같다. 복귀가 아니라 회귀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녀는 도대체, 어떤 맥락인가. 이에 대해선 정규작이 공개된 3월 즈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봄을 기다리게 하는 앨범이다. 20090108 | 차우진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그리운사람 (memoirs)
2. 해 (daydreams)
3. 다시살아나 (blossom)
4. 한숨 (sigh) – Acoustic Version

관련 글
황보령 [태양륜] 리뷰 – vol.4/no.6 [20020316]
황보령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 관련 글 – 네이버 블로그 [시베리아 횡단열차]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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