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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운30(LowDown30) – Jaira – 석기시대, 2008

 

 

시대 착오적 진심의 음악

노이즈 가든(Noizegarden)을 기억하는가. 1집이 발매된 지 벌써 12년이 흘렀고, 2집을 끝으로 활동을 접다시피 했으니 이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먹고 살기 바쁜 30대 이상의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2집도 훌륭했지만 특히 1집은 그 당시 나오기 시작했던 수많은 인디 앨범들 가운데 ‘전설’이나 ‘명반’ 같은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앨범임에 분명했다. 개인적으로도 아주 오랜 기간 즐겨 들었던 앨범이었고, 친구에게 CD를 빌려주었다 잃어버린 후 절판된 CD를 구하느라 무진장 애쓰던 기억까지 더해진 앨범인지라 더더욱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앨범이 되었다.

그런 노이즈 가든의 기타리스트 윤병주가 기타/보컬로 활동하던 로다운30(Lowdown30)의 데뷔앨범이 나왔다. 그동안 아주 간간히 공연을 해오던 로다운 30의 음악을 접해본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노이즈 가든의 이름과 음악을 떠올리며 이들의 앨범을 들었을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앨범을 수차례 꼼꼼히 듣고 난 후 떠오른 생각은 ‘아니 어쩌려고 이런 시대착오적인 음악을…’ 이였다. 1970년대 스타일의 클래식 록에 헤비메탈보다도 적극적 소비층이 적다고 할 수 있는 블루스 록이 더해진 훅 하나 찾기 힘든 정통 록음악에다 심지어 밴드편성도 그 흔한 피처링 하나 없는 클래식한 3인조 편성이다. 그러고 보니 윤병주의 음악(물론 로다운30을 윤병주만의 음악이라고 하긴 어렵겠지만)은 노이즈 가든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때도 ‘섬’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이냐 외에 어떤 관심도 접근도 신경 쓰지 않는 태도. 그 때문에 ‘전설’이 되었지만, 그게 더 좋았던 것인가 아닌가에 대해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두번째 곡 ‘데빌맨’ 중간 부분 윤병주의 기타 솔로가 나오는 순간. 시간은 순식간에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이즈 가든 때와는 많이 달라진 음악적 스타일이지만 묵직하게 날이 서 있는 윤병주 특유의 거친 기타 톤은 오히려 더 강한 텐션을 준다. 귀에 들어오는 멜로디는 적지만 앨범 내내 긴장을 놓기 힘든 그런 느낌.

하지만 노이즈 가든의 음악을 기대하며 앨범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모두 당혹감을 느꼈을 듯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보컬(박건)의 존재감. 윤병주의 기타와 한 쌍을 이루던 박건의 보컬 대신 윤병주가 직접 보컬을 맡고 있는데, 그의 탁한 목소리가 블루스에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나 종종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결코 잘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로다운30이 노이즈 가든도 아닌데 왜 그렇게 비교되어야 하냐고 억울해 할만도 하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이지 싶다.

헌데 이들의 연주와 음악이 어떤 경지에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연주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3인조 편성으로 이렇게 밀도 높은 연주를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지 않을테다. 물론 연주를 조금 알거나 블루스 록 매니아만이 이들의 음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괜찮아’ 같은 노래는 자신들의 스타일을 놓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몸을 흔들 수 있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마치 CCR의 히트곡 같다고 할까.

이들의 음악이 또 하나의 ‘전설’로 남을지, 아니면 수많은 인디 앨범 중 하나로 스쳐갈지 점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노이즈 가든의 음악을 기대한 사람에게나, 최근의 ‘홍대 앞 인디 씬’의 재기 넘치는 밴드음악을 기대한 사람 모두에게 당혹감을 안길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애초 어떠한 고려 없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장르)에 대한 천착으로 시작해 만든 앨범이기에 그에 맞는 잣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트렌드의 시대에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집착이 좋은 음악의 기본이라는 점을 보여준 앨범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성과이다.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중요한 건 ‘전설’도 ‘인기’도 아닌 ‘지금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은 이런 무거운 생각을 기어이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20081229 | 박정용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습지의 추억
2. 데빌맨
3. 괜찮아
4. 괜찮아 (반복)
5. 벨라 고다이버 (Bella Godiva)
6. 아임 고잉 다운 (I’m Going Down)
7. 중독
8. 어느 작은 날
9. I Saw The Devil Las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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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로다운30 홈페이지
http://www.lowdown3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