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 Hyperactivity EP | 붕가붕가레코드, 2011

아직도 가능성

아침의 작년 앨범은 가능성이 보이는 앨범이었다. 참조목록이 너무 명확하다든지, 가능성은 이미 재작년 첫 EP에서 충분히 봤다든지 하는 불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난 그 앨범에서 잠재력이 있는 밴드만이 뽑아낼 수 있는 순간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EP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었던 것도 사실이다.

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Hyperactivity](2011)에 대해 예상(혹은 기대)했던 바는 “02시 무지개”가 시작되자마자 터져 나오는 칩튠 사운드와 함께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맞다. 아침이 이번 EP에서 시도하는 사운드는 신시사이저다. “첫사랑 자전거”를 제외한 모든 트랙에서 신시사이저 소리가 넘실거린다. 그래서 어떻냐 하면, 의외로 잘 어울린다. 비록 8비트 사운드가 토마토 위에 실수로 뿌린 소금처럼 거슬리긴 하지만, “02시 무지개”에서의 신스는 기억에 남을 만한 훅을 만들어낸다. “Hyperactivity”처럼 앰비언트한 신스의 활용도 나쁘진 않다. 최소한 이 EP의 전자음들을 두고 ‘아침답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Hyperactivity]는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간단히 말해, 이 EP는 ‘신스 사운드를 시도했다’라는 의미 이상을 가질 수 없는 EP다. 송라이팅이 전작들에 비해 약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첫사랑 자전거”는 “맞은편 미래”의 다채로운 사운드에 비하면 심심하기만 하다. “02시 무지개”에서 “거짓말꽃”보다 짜릿한 훅은 찾아볼 수 없고, “Dissolve”에는 “불신자들”에서 들려준 활기나 “Signal Flows”의 긴장감 중 어느 쪽도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흥미로움을 즐기기 전에 예전 곡들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지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가사 역시 인상적이지 않다. ‘어리석은 마음/어리석은 말들/우리는 어째서 그걸 사랑이라 불렀을까'(“Hyperactvity”)라는 읊조림은, 이들이 ‘믿음이 타고 있다/그곳에 고기를 구워먹자'(“불신자들”) 같은 가사를 썼던 밴드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위악처럼 느껴질 뿐이다. ‘달님은 모든 걸 알면서도 무심한 척/손톱 손질 중'(“불꽃놀이”) 같은 인상적인 표현, ‘지키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손은 보다시피/두 개뿐이라'(“맞은편 미래”) 같은 소박하지만 진솔한 다짐, 둘 다 신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첫사랑 자전거”가 그나마 울림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풀어놓고는 있지만 어디에선가(정확히는 일본 쪽에서) 읽어본 가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전히 참조목록이 너무 눈에 띈다는 점도, 수록곡들이 (고작 네 곡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사방팔방 퍼져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그것이 의도했다고 하더라도). 하지만 굳이 그런 점을 들추지 않는다 해도, 이번 EP는 새로운 시도만으로 박수를 보내기엔 적지 않은 약점들을 지니고 있다. 아침은 여전히 자신들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엔 명백한 후자다. | 글 정구원 [email protected]

ratings: 2/5

 

수록곡
1. 02시 무지개
2. 첫사랑 자전거
3. Hyperactivity
4. Dissolve

관련 링크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http://www.bgbg.co.kr
아침 공식 커뮤니티: http://club.cyworld.com/ach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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