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7년 3월 29일
장소: 홍대 인근 카페
질문: 최민우
정리: 최민우

이 인터뷰가 행해진 날짜를 본 사람이라면 이 글에서 맨 처음 나와야 하는 말이 무엇인지도 알 것이다. 인터뷰가 이루어진지 거의 반년만에 인터뷰 내용을 게재하는 입장에서는 사과말고는 딱히 덧붙일 말이 없다. 또한 오랜 시간을 인내한 뮤지션 측에 대한 죄송함 역시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고. 다만 그들의 음악이 ‘베스트 셀링’보다는 ‘스테디 셀링’에 속한다는 점으로 때를 놓친 데 대한 사죄를 덮어보려 할 뿐이다.

톡식바이어스플뤠르아이비의 두 번째 음반 [Uncertainty/Composition](2007)은 그들의 인상적인 데뷔작에 비해 훨씬 간결하고 짧은 소리들을 담고 있다. 다른 장르의 음악도 그렇겠지만, 전자음악 역시 소리가 간결하고 짧아진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노래’를 지향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물론 ‘노래’의 범주를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와 간결한 형식미’를 구사하고 있다는 식으로 다소 넓게 받아들여야 이런 생각이 말이 된다).

뮤지션 본인들이 비록 이 음반의 작업과정에서 ‘uncertainty’를 구현하고자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들리는 것은 ‘certainty’로서의 잘 짜인 일렉트로닉 소품 모음집이다. 혹은 그들의 말을 빌자면 ‘펑크 록의 마인드로 만든 일렉트로닉 음반’이라 해도 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음반의 곡들은 전작과 달리 감상의 측면에서 에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그로 인해 희생을 감수해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음반이 갖고 있는 장점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 인터뷰에서 좀 지나치게 자꾸 언급한 데서 볼 수 있듯 ― 이런 종류의 음악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는 데에 있어 이 글의 필자는 지금도 역시 유보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것이 뮤지션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그 이유는 밑의 인터뷰에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있고, 또 그것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려 한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 정도는 일단은 옆으로 제쳐놓아도 괜찮을 것이다.

* 질문에는 멤버 두 명이 번갈아 대답했지만 정리할 때는 하나로 통일했다. 멤버들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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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iv]: 이름 얘기부터 시작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이름 어렵다는 소리 많이 듣지 않나요?
톡식바이어스플뤠르아이비(이하 TBFI): 네. 사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해요. 음반 사러 가도 이름 때문에 못 샀다는 사람들도 있고… (웃음)

[weiv]: 이름의 유래 역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TBFI: 대학교 때 우리가 쓰던 아방가르드 희곡이 있었어요. 거기서 따 온 거죠. 언젠가 음악을 하게 되면 이 이름으로 활동을 해야겠다, 하면서.

[weiv]: 무슨 뜻인가요?
TBFI: 별다른 뜻은 아니고, 그 희곡에 나온 단어들을 조합한 거에요. 독을 추구하는 담쟁이 넝쿨에 대한 얘긴데, 느낌이 좋았거든요,

[weiv]: 미술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TBFI: 정확히 말하면 전공한 건 아니에요. ‘사이드’로 해 온 건데, 아카데믹하게 교육받은 게 아니라 외부적으로 그런 사람들이랑 교류가 있다 보니까, 시작은 그쪽에서 하게 된 거죠. 미술 쪽 사람들이랑 공동작업을 하다 보면서. 사실 말이 난 김에, 저희 데뷔작이 그런 걸[註: 음악과 미술의 결합] 좀 조롱하려 한 것도 있었어요. 물론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뿌리는 같을 수도 있고, 그렇게 상충되는 컨셉이 충돌하다 보니까 아이러닉한 느낌을 자아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weiv]: 이왕 그런 얘기가 나온 김에, 그런 것들[보도 자료의 내용들]이 실제적으로 들리는 음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誅: 여기서 보도 자료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TBFI: 들리는 것과는 관계가 없죠.

[weiv]: 그렇다면 그것이 음악을 듣는 청자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TBFI: 도움이 된다거나 방해가 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아요. 일단 CD가 나와서 그게 사람들에게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저희가 관여할 수는 없으니까요.

[weiv]: 하지만 그런 것들이 ‘들을 사람만 들으라’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요. 오히려 듣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TBFI: 보도 자료는 저희가 관여하는 건 아니라 그쪽[파스텔 뮤직]에서 담당하는데, 작성 전에 우리가 꼭 하고 싶은 말이라든가 음반 작업 과정의 에피소드 같은 걸 달라고 그래요. 그래서 우리가 그걸 정리하고 보내 주면, 작성하는 것은 그쪽이라 사실 마음에 든다 안 든다 하긴 어려워요.

[weiv]: 보도자료 얘기가 자꾸 나오는데, 저로서는 그게 어쩐지 미술 전시회의 팜플렛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죠. 데뷔작에 딸린 글도 그랬고요.
TBFI: 사실 데뷔작은 ‘노이즈 인스톨레이션’의 일환으로 시작한 거였어요. 노이즈로 설치를 한다. TBFI는 노이즈 인스톨레이션의 한 가지 프로젝트였을 뿐이죠. 그 중에서 이게 가장 확실한 결과물이었고. 처음에는 그냥 솔식(soulseek)에 MP3을 뿌린 건데 그게 핑퐁 레코드 쪽으로 들어간 거에요. 당시로서는 개념 미술에 심취해 있어서 사실 그 영향을 받은 것도 있어요. 그런데 그 음원이 음반으로 나온다니까 ‘컨텐츠’를 준 거죠.

[weiv]: 신보에는 크레딧이 거의 없습니다. 핀볼 이펙트(pinball effect)에 근거했다는 것 말고는요.
TBFI: 핀볼 이펙트라는 건, 그러니까 핀볼게임과 같은 거에요. 일단 구슬이 가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고, 하지만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제어되는 것은 있고, 그 상황에서 아웃풋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weiv]: 그게 혹시 로큰롤 작업처럼 이루어진 건가요?
TBFI: 잼 형식은 아니에요. 이 ‘불확실성’은 데뷔작 때도 하긴 했어요. 이 음반 같은 경우도 우리가 쓰는 시퀀스에 얽매이지 말자고 하면서 작업한 거고요. 불확정성 작곡은, 그러니까, 소스를 우리가 계산해서 사용하는 건 아니고, 일단 랜덤하게 시작하는 거죠. 우연을 많이 찾고. 그리고 그 중에서 좋은 걸 뽑거나 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아이러닉한건 결과물은 그렇게 불확정적이진 않아요. 너무 안 어울리는 거라고 판단된 건 제어하기도 했고요.

[weiv]: 그것과 ‘잼’의 차이점이라면?
TBFI: 잼 같은 건 교감이 중요한데, 그런 건 아니고. 짜여진 구성 안에서 ‘뿌리는’ 거에요. 모차르트도 미뉴엣을 작곡할 때 주사위를 던졌다잖아요. 구성을 정해놓고 우연을 사용해서 곡을 만든 거죠. 기본적인 틀을 짜 놓고 거기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뿌려 놓고 정리를 하고. 음악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로그램을 쓰면 구성에 한계가 있어요. 결국 저희 작업도 그 안에서 다 이루어지는 거고 그 안에서 세분화되는데, 거기서 최대한 벗어나서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weiv]: 합쳐서 30분 정도인데, 곡들은 2분에서 3분 정도입니다.
TBFI: 저번에는 그런 제한에 구애를 받지 않았거든요. 이번에는 일단 짧게 가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이쪽 계열 음악 들으면 음악적으로는 ‘지겨운’ 면이 있기도 하거든요. 저희들 취향 자체가 긴 음악이 싫어요. 메탈리카도 싫어요(웃음). 끝까지 안 들어요. 짧고 확실한 게 좋아요. 우리 음악은 후반부에 드라마틱하게 터지고 하잖아요. 저희는 펄 잼 같은 ‘드라마틱한’ 걸 더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 음악은 사운드 자체에 집중한다기보다는 팝이 가미된 거죠.

[weiv]: 그런 예쁜 소리들에 신경을 쓴 건가요.
TBFI: 그건 취향 문제에요. 옷 입는 스타일처럼 지금은 이렇지만 이때 아니면 못하는 거고, 그러니까 그때 당시 기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은 이런 소스나 소리가 좋다는 취향 같은 거. 저희는 꾸준한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취향 따라 변하는 스타일이에요.

[weiv]: 왠지 펑크 마인드로 만드는 전자음악 같네요.
TBFI: 우리끼린 GDM이라 그래요. 그런지 데스크탑 뮤직(웃음). 지저분하잖아요. 우리 악기는 데스크탑이고. IDM 진짜로 하시는 분들은 계산적이고, 편집증적이고, 치밀하세요. 무지하게 따지고. 그래서 앨범을 못 내요. 너무 오래 걸려서(웃음). 그쪽에서는 씬 자체가 활발해서 상호작용이 많이 있겠지요. 우리나라는 이런 씬 자체가 없고 경쟁할 사람들도 없고.

[weiv]: 이런 음악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늘 묻게 되는 거지만, 이런 종류의 음악을 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TBFI: 저희는 추친력이 있어서 올라온 거에요. 사실 이쪽에도 IDM만 연구하는 분들도 많아요. 영국으로 건너가서 몇 년씩 공부하고 그러시고. 사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는 건 아니거든요. 이걸 시작했을 당시부터 음악으로 밥벌어먹을 생각은 없었고요. 환경도 좋잖아요. 혼자서 해도 되고 여럿이 해도 되고, 비용도 저렴하고. 툴을 알고 조작법을 알고 나면 그 다음에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되는 거에요. 성기완씨는 이 음악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맞아요. 아무나 할 수 있어요. 많이들 안 하는 거죠

[weiv]: 왜 안할까요?
TBFI: 노래가 없어서요. 우리나라는 노래가 없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연주음악 듣는걸 힘들어하는 것 같고. 기타 같은 인간적 연주에는 익숙한데 기계음이 반복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요. 노래가 없으니까. 다프트 펑크 같은 것도 영화나 광고에 끼어서 인기가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풀 버전으로 듣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음악은 일단 노래다, 라는 거죠. 사람들이 ‘음악 틀어봐’가 아니라 ‘노래 틀어봐’라고 하고, ‘노래가 별로네’라고 말하잖아요.

[weiv]:그런 상황을 본인들도 잘 알고 시작했을텐데.
TBFI: 그렇죠. 그런데 이런 건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코코어 같은 경우도 꾸준히 하잖아요. 반응이 미약하긴 하지만, 그러면서 스타일이 정립이 되어 가고, 그 가운데 코코어만의 고유한 것들이 생기잖아요. 에이펙스 트윈도 처음과 요즘은 다른데 또 일맥상통한 게 있고. 저희도 그렇게 되고 싶죠. 이걸로 벌어먹겠다고 하면 오래 못해요. 외국 나가서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하는 거죠. 하다 보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봐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음악이 완성되고, 회사에게 피해 안주고 활동하고.

[weiv]: 공연 생각은?
TBFI: 데뷔음반 내고 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도 공연 얘길 많이 하긴 하는데, 일단 공연은 음반과는 다른, 보여주는 쇼인데, 최대한 보러온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잖아요. 보통 전자음악 하면 음악하고 영상 틀고 그러는데 그건 너무 뻔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고, 공연은 꼭 하고 싶어요. 20070911 | 최민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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