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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MOT) – 이상한 계절 – 바운스/SONYBMG Korea, 2007

 

 

지나간 음악(들)의 꿈

못(MOT)의 첫 번째 음반 [Non-Linear]는, 개인적으로는 2004년의 가장 잘 만든 한국 대중음악 음반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잘 만들었다’는 평가와 ‘훌륭한 음반이다’라는 결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에서 자본이나 테크닉보다는 영혼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잘 만든 음반과 훌륭한 음반 사이에는 교집합의 영역이 존재하지만 반드시 일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즉 잘 만들었지만 훌륭하지는 않을 수 있고, 못 만들어도 훌륭한 음반이 될 수 있다.

내게 못의 데뷔작은 명백히 잘 만든 음반이었지만 명백히 훌륭한 음반은 아니었다. 빛나는 순간만큼이나 범상한 순간도 존재했다. 데뷔작임을 믿기 어려운 완성도와 당혹스러울 정도의 직업적 노련함이 공존했다. 동시에 이것이 늘 곁에 둘 수 있는 노래들을 담고 있는 음반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나는 지금 그 악명 높은 ‘평론가의 까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점은 [Non-Linear]가 그런 까탈이 가능한 음반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못의 새 음반이 나오기를 기다린 까닭일 것이다.

햇수로 4년 만에 발매된(조금 더 일찍 나올 수도 있었으나 제작과 유통에서 약간의 난항을 겪었다는 소문이 들리는) 못의 두 번째 음반 [이상한 계절]은 여전한 못의 음악을 들려준다.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투명한 정서, 1990년대 영미권의 ‘세기말 대중음악(트립합, 인더스트리얼, 음악 스타일로서의 ‘라디오헤드’ 등)’을 환기하는 방법론, 과시적이지 않은 재즈 사랑이 혼합된 음악 말이다.

[Non-Linear]에서와 마찬가지로 밴드는 이러한 방법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감정적 진폭의 너비를 희생하지 않는다. 째깍거리는 비트와 함께 파열과 봉합을 반복하는 “Close”, 유리 천장에 부딪히는 새처럼 날아오르는 듯 주저앉는 멜로디가 인상적인 “완전한 세상”, 복잡한 리듬이 깔끔하게 얽히는 “Ghost” 등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제공하며, 밴드가 ‘잘 만든’ 음반과 ‘훌륭한’ 음반 사이의 차이를 전작보다 훨씬 좁혔다는 확신을 제공한다. “전화를 걸어 천국을 주문”(“Close”)하고 “내가 없는 완전한 세상”(“완전한 세상”)을 꿈꾸는 밴드는 도취와 자학 사이를 넘나들며 자신들의 사운드를 완성해간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까탈을 부리고 싶다. 사라진 청춘의 나날과 토막살인(을 연상시키는 상황)을 연결시킨 “다섯 개의 자루”는 음악과 가사 모두 작위적으로 들리고 “사랑없이”나 “서울은 흐림” 같은 곡들은 아무래도 지금 들리는 것보다 더 나은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할 수도 있다. 즉 어떤 이들에게 [이상한 계절]은 바로 얼마 전 지나간 세대의 음악들을 소재로 한 거대한 꼴라주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못의 음악이 돌이키는 것은 지난 음악의 흔적이 아니라 그 음악들이 갖고 있던 꿈이라고 믿을 생각이다. 세상을 거부하는 노래를 당신이 들어주길 바라는 간절함. 그것이 그때 그 시절 음악들의 꿈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두 장의 음반을 통해 못은 한국에서 그때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가 느꼈을 그 꿈들을 되살리는데 성공했다. 이제 이 음률이 노래하는 현실도 듣고 싶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이 문단에서 부리는 마지막 까탈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 나는 이 달콤씁쓸한 음반을 충분히 즐겨둘 생각이다. 20070608 | 최민우 [email protected]

8/10

* 위 리뷰는 [매거진 T](http://www.magazinet.co.kr/)에 올라간 글을 가공한 것임.

수록곡
1. 이상한 계절
2. Close
3. 11 Over 8
4. 시니피에
5. 사랑없이
6. Lucky
7. Heaven Song
8. 서울은 흐림
9. 완전한 세상
10. Electric
11. Ghost
12. 다섯개의 자루
13. 흐르게 둔다
14. 나는 왜

관련 글
못(MOT) [Non-Linear] 리뷰 – vol.6/no.14 [20040716]
‘포스트인디’ 상황의 절망, 현기증, 상실, 불확실성…그리고 ‘자랑’: 못(MOT)과의 인터뷰 – vol.6/no.14 [20040716]

관련 영상

못 “Close”

관련 사이트
못 공식 사이트
http://www.motmus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