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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rut – Gulag Orkestar – 4AD/강앤뮤직(수입), 2006

 

 

World In My Eyes

앨버커키(Albuquerque)는 뉴멕시코(New Mexico) 주에 위치한, 리오그란데 강을 끼고 있는 작은 도시다. 올해 21살의 청년이자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에 이은 또 다른 대학 중퇴 뮤지션인 잭 콘돈(Zach Condon)은 여기서 10대 시절을 보냈고, 그때부터 마그네틱 필즈(The Magnetic Fields)의 영향을 받은 싸구려 로파이 레코드를 제작하고 에밀 쿠스트리차의 영화에 빠졌으며,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연이어 중퇴한 뒤 유럽을 떠돌아다니며 집시 음악에 미쳐 살다가 현재는 뉴욕 브룩클린에 거주하고 있다.

베이루트(Beirut)는 그의 원맨 밴드다. 밴드는 2006년 5월 정규 데뷔작 [Gulag Orkestar]를 인디 레이블 바 다 빙!(Ba Da Bing!)에서 발매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EP [Lon Gisland]를 발매했다(이 두 장의 음반은 나중에 4AD를 통해 합본으로 배급된다). 음반 제목의 굴락(gulag)은 러시아의 강제 노동 수용소를 뜻하는 말이며, 오케스타르(orkestar)는 발칸 반도 지역 브라스 밴드의 명칭이다. 수록곡의 제목들 중에는 그가 거쳤던 독일과 폴란드, 슬로바키아의 지역 이름들이 있다(예를 들어 두 번째 곡인 “Prenzlauerberg”의 소재가 된 프렌쯜라우어 베르크(Prenzlauer Berg)는 베를린에 있는 ‘젊음의 거리’다).

뉴트럴 밀크 호텔(Neutral Milk Hotel)의 드러머 제레미 반스(Jeremy Barnes)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이 음반에서 그는 트럼펫, 우쿨렐레(ukulele), 피아노, 오르간, 퍼커션, 아코디언, 만돌린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Gulag Orkestar]는 발매 즉시 매체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연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음반을 2006년의 가장 기이하고 흥미로운 인디 팝/록 음반 중 하나로 꼽았다(그렇다. ‘월드 뮤직’이 아니라 인디 팝/록 음반이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주의 깊게 읽은 사람들이라면, 베이루트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위의 진술을 통해 알기 어려운 내용만 추가해 보자. 발칸 브라스 밴드 음악의 영향이 느껴진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밝고 힘차’다기보다는 ‘슬프고 맥빠진’ 느낌을 준다. 그나마 활기찬 편인 “The Bunker”도 패잔병을 위로하는 행진곡에 더 가깝다. 보컬은 라디오헤드(Radiohead)나 그랜대디(Grandaddy)처럼 감상적으로 흥얼거리며(crooning), 음반에서 가장 강력한 훅을 들려주는 “Prenzlauerberg”에서는 많이 취한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처럼 웅얼거리기도 한다. 우쿨렐레와 함께 철렁거리는 “Postcards From Italy”나 싸구려 신서사이저 소리로 조립된 “Scenic World”와 “After The Curtain”는 마그네틱 필즈의 영향 아래 놓인 예쁜 곡이다. “Bratislava” 같은 곡에서는 칼렉시코(Calexico)의 그림자도 언뜻 스쳐 간다.

즉 이것은 ‘미국 로 파이 인디 록 키드의 눈에 비친 월드 뮤직의 세계’다. 자기가 좋아하고 들었던 음악을 모두 큰솥에 집어넣어 삶아낸 것처럼 흐물거리는 베이루트의 음악은 월드 뮤직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음악이라기보다는 월드 뮤직의 도구와 정서를 차용한 인디 팝/록에 더 가까운 음악이다. 그럼에도 그것이 ‘수단’에 머무르기보다는 ‘대등한 지위’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음악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베이루트의 작업은 최근 뉴욕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슬라빅 소울 파티(Slavic Soul Party) 같은 밴드의 음악과 만나면서 동시에 헤어지고 있는 셈이다. 슬라빅 소울 파티가 발칸 브라스의 떠들썩함을 소울, 힙합, 훵크의 어법을 통해 강력하게 재창조해내고 있다면 베이루트는 발칸 브라스 음악의 패배주의적 정서를 인디 팝의 매력적인 멜로디로 감싸안고 있다. ‘진짜’ 발칸 브라스 음악의 팬이나 월드 뮤직의 애호가라면 이런 결과물에 살짝 눈썹을 치켜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우리도 ‘팝송이나 가요 같은 월드 뮤직’을 들을 때 종종 하는 짓이니 별 상관없다. 20070511 | 최민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CD 1: Gulag Orkestar
1. The Gulag Orkestar
2. Prenzlauerberg
3. Brandenburg
4. Postcards From Italy
5. Mount Wroclai (Idle Days)
6. Rhineland (Heartland)
7. Scenic World
8. Bratislava
9. The Bunker
10. The Canals Of Our City
11. After The Curtain

CD 2: Lon Gisland EP
1. Elephant Gun
2. My Family’s Role in the World Revolution
3. Scenic World
4. The Long Island Sound
5. Carousels

관련 영상

“Elephant Gun”

관련 사이트
Beirut 공식 사이트
http://www.beirutba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