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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cemberists – The Crane Wife – Capitol/EMI Korea, 2006

 

 

Bloody Mary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에서 ‘crane wife’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에는 많은 변형이 있지만, 일반적인 형태는 다음과 같다. 한 가난한 남자가 문 앞에서(혹은 밖에서) 상처를 입은 (또는 화살에 맞은) 학을 발견했다. 그는 학을 집으로 데려와 보살펴주고 건강하게 만들어 돌려보냈다. 학을 놓아준 뒤 한 여성이 그의 집 앞에 나타났고,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인은 비단으로 기가 막힌 옷을 짠 뒤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절대 그녀가 옷을 짜는 광경을 보아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옷을 팔아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사내는 부인이 점점 더 많은 옷을 짜도록 했다. 부인이 점점 허약해지는 것이 분명해지는 것과 비례하여 그의 탐욕도 커져갔다. 남자는 결국 그녀가 비단을 어떻게 짜길래 그렇게 대단한 비단이 나오는지 보고 싶어서 그녀를 엿보았다. 그는 학 한 마리가 베틀 앞에 앉아 자기 몸에서 깃털을 뽑아 비단을 짜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학은 그를 보자 날아가 버렸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디셈버리스츠(The Decemberists)는 오레곤 주 포틀랜드 출신의 6인조 밴드다. 이 밴드는 밴드의 리더이자 브레인이자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콜린 멜로이(Colin Meloy)의 동화적인 상상력에 바탕을 둔 가사, R.E.M.과 스미스(The Smith)라는 두 대양 사이에 놓인 싸이키델릭, 포크, 쟁글 팝, 컨트리, 챔버 팝과 로큰롤의 영토를 유연하게 횡단하는 음악으로 미국 인디 록의 풍요로운 대지 위에 굳건히 뿌리박혀 있는 음반들을 꾸준히 생산해 왔다. 2001년의 자체 제작 EP [5 Songs]로 시작된 그들의 여정은 [Castaways And Cutouts](2002), [Her Majesty](2003)를 거치며 날이 갈수록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고, 작년에 발매한 [Picaresque](2005)에 이르러서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찬사를 얻어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대망의 메이저 데뷔 음반, [The Crane Wife]다. 이 음반은, 말하자면, 아케이드 파이어(The Arcade Fire)의 [Funeral]이 탁월하게 보여준 바 있는 종류의 컨셉트 음반이다. 즉 ‘스토리보다는 정서로 연결되는, 다소 복고적인 분위기의 컨셉트 음반’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서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그 정서란 사랑, 배신, 죽음, 폭행, 피. 이런 것들로 인해 파생되는 감정들이다. 그것들을 ‘프로그레시브한 포크 팝’의 어법에 가둔 뒤 예쁜 멜로디를 바른다. 그래서 [The Crane Wife]는 당신이 2006년에 들을 수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음반 중 하나가 된다. 만약 이 진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된(bloodied)’ 정도의 형용사를 덧붙일 수 있다면 유일무이한 음반이다.

몇 년 전 어린이 책에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일본의 전래 동화(라고는 하지만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멜로이는 남북전쟁 시기의 미국을 비롯한 다채로운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배신에 대한 잔혹한 이야기를 다룬 노래들로 음반을 채운다. “O Valencia”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개작한 것이며 “Yankee Bayonet (I Will Be Home Then)”는 남북전쟁 때 죽은 군인의 유령에 대한 이야기이고, “Shankill Butchers”는 실제 있었던 아일랜드의 정치적 살인 집단에 대해 다루는 곡이다.

음반의 첫 곡이자 남편이 아내의 정체를 알아채는 장면을 그리는 “The Crane Wife 3″의 두근거리는 설렘은 아케이드 파이어나 데쓰 캡 포 큐티(Death Cap For Cutie), 릴로 카일리(Rilo Kiley)가 들려준 그것에 필적할 만하다. 음반의 가장 야심찬 시도인 “The Island”에서 밴드는 좀 더 큰 모험을 감행한다. 섬에 침입한 군인이 지주의 딸을 폭행하고 살해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이 곡에서, 밴드는 예스(Yes)와 페어포트 컨벤션(Fairport Convention), 에머슨, 레이크 & 파머(Emerson, Lake & Palmer) 등의 밴드들이 갖고 있던 분위기를 재현한다. 결과는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음반에서 가장 꽂히는 멜로디를 가진 첫 싱글 “O Valencia”와 “The Perfect Crime 2″는 힘찬 에너지로 요동치며, “When The War Came”에서는 육중한 기타 리프도 꾹꾹 밟는다. 길고 부드럽고 몽롱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The Crane Wife 1 And 2″와 오프닝의 두근거림에 부끄럽지 않게 음반을 마무리하는 “Sons And Daughters”까지 듣게 되면 밴드가 2006년 최고의 음반 중 하나를 음반사의 카탈로그에 포함시켜 줬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게 된다. 강렬함과 섬세함, 어느 쪽도 모자람 없이 자신들의 음악을 만들어 낸 음반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밴드의 최고작이며, 그 외의 의미로도 밴드의 최고작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마지막으로 밴드의 이름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지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밴드의 이름은 ’12월 당원(Decemberists)’, 러시아어로는 데카브리스트(Dekabrist)라 불리는 집단에서 따 온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 최초의 근대적 혁명을 꾀한 이들로서, 나폴레옹 전쟁 당시 서유럽 원정을 다녀온 청년 장교들이 그 모체다. 황제에 맞서 농노제의 폐지와 입헌정치의 실시를 목표로 하여 1825년 12월 14일 무장봉기를 일으켰으나 곧 진압되었고 주모자들은 처형당했다(나머지는 시베리아로 유배됐다). 이런 작명 센스가 그들의 음악과 관련이 있는지? 그런 듯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느낌이야말로 이들이 속한 지점일 것이다. 그것을 좋아할지 혹은 싫어할지는 당신의 마음에 달린 문제지만, 적어도 이 음반에서는 싫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20070105 | 최민우 [email protected]

8/10

* 위 글은 라이선스 해설지를 윤색한 것임.

수록곡
1. Crane Wife 3
2. Island: Come And See-The Landlord’s Daughter-You’ll Not Feel The Drowning
3. Yankee Bayonet (I Will Be Home Then)
4. O Valencia!
5. Perfect Crime #2
6. When The War Came
7. Shankill Butchers
8. Summersong
9. The Crane Wife 1 & 2
10. Sons & Daughters

관련 영상

“O Valencia!” ([The Late Show] 중)

관련 사이트
The Decemberists 공식 사이트
http://www.decemberis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