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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hemical Romance – The Black Parade – Reprise/Warner, 2006

 

 

검은 테트리스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의 신보 [The Black Parade]의 국내 발매 담당사가 내건 홍보문구는 ‘검은 행진에 동참하라!’이다. 이 음반이 (밴드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컨셉트 음반이며, 그 주제가 ‘붕괴와 죽음’이고, ‘black parade’가 죽음에 대한 은유라는 걸 알게 되면 그 행진에 동참할 생각은 사라진다. 그러나 높은 판매고를 향한 행진에는 동참할 생각이 있다. 이 음반은 그럴 자격이 있다.

뉴저지 출신 5인조 ‘스크리모(screamo)’ 밴드의 세 번째 정규 음반이자, 전작 [Three Cheers For Sweet Revenge](2004)가 소 뒷발로 쥐 잡은 격의 히트 음반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이 음반 [The Black Parade]를 듣는 로큰롤 팬들은 싫건 좋건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밴드들의 흔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밴드의 리더이자 프론트맨 제러드 웨이(Gerad Way)가 선수치듯 털어놓은 이야기를 듣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이 음반은 퀸(Queen)과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비틀스(The Beatles)를 네오 펑크의 ‘발광’과 매끈한 멜로디를 촉매로 ‘화학적으로(chemical)’ 엮어 놓은 음반이다. 이런 생각에는 느낌 이상의 근거가 있다. 음반의 첫 곡 “End”는 [The Wall]의 첫 곡 “In The Flesh”에서 테마의 일부를 빌려오고 있으며, 붕괴와 죽음이라는 컨셉트 또한 거기서 빌려 온 듯하다. 음반의 전체적인 흐름은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따르고 있으며, 히든 트랙의 시끌벅적한 마무리마저 비슷하게 느껴진다. 밴드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뮤지션은 퀸이다. 첫 싱글 “Welcome To The Black Parade” 중반부의 기타 톤과 기타 오케스트레이션은 브라이언 메이(Brian May)의 톤과 스타일을 그대로 취하고 있으며, 곡의 구성 또한 “Innuendo”와 “Bohemian Rhapsody”를 섞어 놓은 모양새다.

그래서, 결국 이 음반은 ‘프로그레시브하고 오페라틱한 이모 펑크 컨셉트 음반’인 셈이다. 거기에 1970년대 AOR(“I Don’t Love You”)과 아메리칸 하드 록(“House Of Wolves”), 탐 웨이츠(Tom Waits)를 넘보는 그로테스크한 뮤지컬(“Mama”)이 양념보다는 약간 큰 비중으로 끼어든다. 이 모든 것들이 솔직하게 드러나면서도 그것들이 마치 이 밴드가 처음 시도한 것인 양 들리는 것이야말로 이 음반이 거둔 진정한 성과다. “Welcome To The Black Parade”의 뮤직 비디오에서 볼 수 있듯 밴드는 여전히 ‘고딕스러운’ 분장을 한 채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비디오의 스타일이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Bullet With Butterfly Wings”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이는 것이 닮은꼴 찾기에 재미가 들린 탓인지 밴드의 전략 탓인지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이번만큼은 밴드의 시각적 이미지가 ‘애비도 에미도 근본도 뿌리도 없는 포스트모던한 차용’의 수준에 머무르지는 않는 것처럼 들린다.

[슬램 덩크]처럼 말해 보자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그런 즐거움을 준다. 그저 그런 팝 펑크 밴드처럼 보였던 이 밴드는 이 음반을 통해 그린 데이(Green Day)의 [American Idiot] 이래 가장 뛰어난 펑크 록 음반을 만들어냈고, 동시에 팝 펑크가 ‘예술적’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수 있을 음반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럼으로써 음반 자체가 ‘펑크’라고 부를 수 있는 음악의 범주를 뛰어넘어 버렸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그 점 때문에 [The Black Parade]가 ‘걸작 네오 펑크 음반’의 목록에는 이름을 올릴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테트리스에 맞먹는 중독성을 지닌 이 음반이 ‘올해의 록 음반’ 리스트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061103 | 최민우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End
2. Dead
3. This Is How I Disappear
4. Sharpest Lives
5. Welcome To The Black Parade
6. I Don’t Love You
7. House Of Wolves
8. Cancer
9. Mama
10. Sleep
11. Teenagers
12. Disenchanted
13. Famous Last Words
14. Blood (Hidden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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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Day [American Idiot] 리뷰 – vol.6/no.19 [20041001]

관련 사이트
My Chemical Romance 공식 사이트
http://www.mychemicalroman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