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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layer “Eyes Of The Insane” [Christ Illusion]
: 슬레이어(Slayer)를 기억하지 못하는 록 팬들도 꽤 될 거라 생각한다. 마치 한층 폭력적이고 오락성 넘치는 K-1에 자리를 내주고 한물 가버린 프로복싱의 운명처럼, 쓰래쉬 메틀은 이제 조금 웃긴 음악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트렌드에 타협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들의 음악을 우직하고 밀고 가는 이런 아저씨들이 있다는 것은 조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1990년대 중반 들어 메탈리카(Metallica)가 얼터너티브 록과의 접목을 시도한 [Load](1996)를 발표했고, 이미 헤비 사운드의 대세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과 콘(Korn)이 되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예전 스타일의 음악을 발표해왔다. 2000년대 들어 [God Hates Us All](2001)을 발표하고 잠잠하던 슬레이어가 5년만에 발표한 앨범 [Christ Illusion]은 1992년 밴드를 떠난 데이브 롬바르도(Dave Lombardo)가 복귀해 화제가 되었다. 리프와 비트를 초극한으로 쪼개는 가공할 스피드와 파괴력, 그리고 과격하고 비타협적인 가사는 초창기 슬레이어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듯하다. 데이브의 화려한 킥 드럼 비트와 중저음 헤비 리프가 압권인 “Eyes Of The Insane”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묵직하고 후련한 쓰래쉬 메틀 싱글이다.

2. New York Dolls “We’re All in Love” [One Day It Will Please Us To Remember Even This]
: 슬레이어의 앨범보다 훨씬 놀라운 복귀 앨범도 발표되었다. 언제 적 뉴욕 돌스(New York Dolls)더란 말인가. 간간이 발표된 라이브 앨범을 뺀다면 본작은 이들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Too Much Too Soon](1974) 이후 무려 32년만에 발표된 다소 뜬금없는 앨범이다. 원년 멤버 중 보컬 데이비드 요한슨(David Johansen)과 기타리스트 실 실베인(Syl Sylvain)만이 참여한 이 앨범은 사실 들을만한 곡이 거의 없는 졸작에 가깝다. 각각 1991년과 2004년에 사망한 자니 썬더스(Johnny Thunders)와 아써 케인(Arthur Kane)의 부재는 당연히 크게 느껴지며, 50살이 훌쩍 넘은 로커들의 맥없는 연주와 목소리는 다소 안쓰럽다. 펑크 록과는 거리가 있는 13곡의 평범한 로큰롤이 시종일관 흐르지만 첫 곡인 “We’re All in Love”는 왕년의 날카로운 펑크 리프를 그런대로 재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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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ames Figurine “55566688833” [Mistake, Mistake, Mistake, Mistake]
: 제임스 피거린(a.k.a Jimmy Tamborello)은 테크노 그룹인 피거린(Figurine)을 이끌었던 글리치 일렉트로니카계를 대표하는 지성파 뮤지션이다. 우리에게는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의 멤버이자 원맨 밴드인 디엔텔(Dntel)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솔로 데뷔 앨범 [Mistake, Mistake, Mistake, Mistake]는 랩탑 테크노의 대가답게 모든 곡이 정교한 비트와 루프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보컬을 삽입한 감각적인 싱글 곡들을 다수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글리치 이펙트와 친숙한 보컬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55566688833”는 뉴 오더(New Order)가 연상되는 사랑스러운 신쓰 팝 넘버이다.

4. Beyonce “Deja vu” [B’day]
: 완벽한 몸매와 과감한(혹은 낯 뜨거운) 패션 컨셉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섰던 비욘세는 얼마전 열린 [2006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R&B 장르 최고 뮤직비디오상을 수상했다. 그냥 넘어갈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수상 전 긴 코트를 벗어 던지는 과감한 쇼맨십으로 다시 한 번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았다. 비욘세는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출신답게 외모와 춤 실력도 뛰어나지만 여성 댄스 팝 스타들 중에서는 비교적 가창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앨범 [B’day]에서도 그녀의 노래는 흠 잡을 데가 별로 없다. 이 앨범은 1970년대 복고풍 훵크와 최신의 어반(Urban) 댄스 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 흥겨운 음반이다. 특히 힙합 뮤지션 제이 지(Jay-Z)가 피처링한 “Deja vu”는 그루브감 넘치는 베이스 리듬과 복고풍 무드를 조성하는 브라스 세션이 인상적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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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Yo La Tengo “The Story of Yo La Tengo” [I Am Not Afraid Of You And I Will Beat Your Ass]
: 이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이 많았을 것 같다. [Summer Sun](2003) 이후 3년만에 발표된 본작은 이들의 대표작인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1997)에 버금가는 수작이지 싶다. 이 앨범은 마치 욜 라 텡고 사운드의 종합판을 만들어낸 것처럼 다채로운 음향실험과 아름다운 선율로 충만하며, 극단적인 노이즈 실험과 서정적이고 우아한 팝송을 무리 없이 뒤섞는 특유의 문법도 여전하다. 좋은 곡들이 많지만 단연 백미는 의미심장한 제목을 달고 있는 엔딩 트랙 “The Story of Yo La Tengo”이다. 12분에 육박하는 대곡인 이 곡은 아이러 캐플란(Ira Kaplan)의 실험적인 기타 노이즈의 향연과 웅얼거리는 듯한 조지아 허블리(Georgia Hubley)의 보컬이 이색적인 공간감과 질주감을 선사하는 압도적인 사이키델릭 록 넘버이다. 20060917 | 장육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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