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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us 5 – The Minus 5 – Yep Roc, 2006

 

 

여기 또 하나의 로망

마이너스 파이브(The Minus 5)는 1993년에 결성되어 10년을 훨씬 넘게 활동해온 베테랑 밴드이다. 리더인 스캇 맥커피(Scott McCaughey)는 1982년 시애틀에서 결성된 인디 팝 밴드 영 프레시 펠로우스(The Young Fresh Fellows)를 이끌고 있고 1994년부터 알이엠(R.E.M.)에서 세션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피터 벅(Peter Buck)과는 절친한 동료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그래피에 쓰여 있듯이 그는 500장 팔린 앨범도 내봤고 500만장이 팔린 앨범에도 참여해 봤던, 산전수전 다 겪은 미국 인디 록의 산증인 가운데 하나인 인물이다.

그러나 스캇의 재능과 인맥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파이브가 인디 씬에 이름을 알린 것은 윌코(Wilco)와 함께 작업한 [Down With Wilco](2003) 이후의 일이다. 이들이 주목을 끌지 못했던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단 고정 멤버들보다는 객원 연주자들을 대거 동원하여 앨범을 내는 프로젝트 밴드 형태인데다, 팝적이지도 않으면서 실험적이지도 않은 어중간하고 평범한 인디 팝 스타일로는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이너스 파이브의 7번째 정규 앨범 [The Minus 5](일명 [Gun Album])는 이전까지의 소탈하고 단조로운 사운드에서 탈피해 멜로디컬한 팝 사운드와 루치(rootsy)하고 다소 거친 로큰롤이 적절히 조화된 ‘들을 거리 많은’ 작품이다. 쟁글 팝, 파워 팝, 얼트 컨트리(alt-country), 펑크, 포크 등의 장르가 뒤섞여 조금은 몰개성적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자학적인 가사와 거칠고 정신없는 펑크 리프를 담은 “Aw Shit Man”, 부기-우기(boogie-woogie) 리듬을 살린 상큼한 쟁글 팝 “Out There on the Maroon”, 화성 전개와 보컬 하모니 측면에서 비틀즈(The Beatles)의 영향이 농후한 “My Life As A Creep”과 “All Worn Out”, 윌코 풍의 컨트리 록 “With A Gun”, 슬라이드 기타 퍼레이드 “Cigarettes Coffee and Booze”, 퍼즈 톤의 기타 리프를 실은 드라이빙감 넘치는 “Leftover Life To Kill”과 흥겨운 로커빌리 넘버 “Original Luke”까지 수록곡들은 미국 인디 록의 요소들을 망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토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나온 것은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객원 뮤지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인 알이엠의 피터 벅과 윌코의 제프 트위디(Jeff Tweedy)는 물론이고 포시스(The Posies)의 켄 스트링펠로우(Ken Stringfellow), 미니스트리(Ministry)의 빌 리플린(Bill Rieflin), 발라드 넘버 “Cemetery Row”를 부른 디셈버리스트(The Decemberists)의 콜린 멜로이(Colin Meloy) 등 게스트들의 면면은 정말로 화려하다.

이쯤해서 궁금해지는 게 있다. 나름대로 음악 비즈니스와 네트워크 관리를 잘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스캇인데, 앨범 재킷에 생뚱맞게 그려진 권총이 무엇을 뜻하는지. 첫 곡인 “Rifle Called Goodbye”의 제목처럼 자살에 대한 암시? 그런 것까지는 아닌 것 같고 마치 자신과 세상 모두에 대한 ‘욕설’이나 ‘술주정’ 같은 느낌이다. 자신을 “그저 중년의 위기에 빠진 또 한 사람의 잡놈일 뿐(just another fucker with a midlife crisis)”이라고 내뱉는, 거의 모든 곡들을 술독에 빠지기 전에 썼다는 대책 없는 냉소주의자이자 알콜중독자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곡들은 쾌활하고 건강하다. 그리고 알이엠, 윌코과 같이 활동해 왔으면서도 그만큼 빛을 보지 못한 음악 인생에 대한 자기비하나 찌질한 한탄이 묻어나는 것이 결코 ‘쿨’하지는 않지만 그 또한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숨기기는 어렵다. 솔직히 ‘석양이 져가는 양조장’을 이토록 흥겹게 노래하는(“Twilight Distillery”) 주정뱅이 뮤지션의 로망은 매력적인 구석도 있는 것이다. 20060814 | 장육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Rifle Called Goodbye
2. Aw Shit Man
3. Out There on the Maroon
4. My Life As A Creep
5. With A Gun
6. Cemetery Row
7. Twilight Distillery
8. Cigarettes Coffee And Booze
9. Leftover Life To Kill
10. Hotel Senator
11. Bought A Rope
12. All Worn Out
13. Original Luke

관련 사이트
The Minus 5 공식 사이트
http://www.minus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