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9044427-0809-Rhymea

라임 어택(RHYME ­―A―) & 마일드 비츠(Mild Beats) – Message From Underground 2006 – Big Deal/신의의지/Tyle Music, 2006

 

 

주목할 만한 작은 외침

프로듀서와 엠씨 각각의 이름이 동시에 내걸린 힙합 음반은 국내에서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형식물이 아니다. 본고장에서도 에릭 비(Eric B.)와 라킴(Rakim)의 조합이나 탈립 퀠리(Talib Kweli)와 하이 텍(Hi Tek)의 합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그만큼 둘의 호흡과 음색이 충만한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이었다. 한편 힙합 음악의 뿌리가 이제 막 언더그라운드의 매마른 지각을 뚫고 들어가 미미한 양분을 흡수하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현 시점에서, 자립성을 탄탄히 갖춘 비트메이커와 라임메이커 간의 조화로운 협력과 그것의 온전한 결과물을 기대하기란 조금 섣부른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아무리 ‘힙합이 대세니’ 어쩌니 해도, 순전한 음악(음향)적 차원에서의 국내 힙합은 여전히 마이너리티 장르에 가깝다.

그렇다고 상황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불필요한 회의적 시선을 한국 힙합계에 보내는 것은 뮤지션과 리스너 모두에게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라임 어택(RHYME-A-)과 마일드 비츠(Mild Beats)가 함께 만들어낸 [Message From Underground 2006](2006)을 염두에 두지 않은 생각이라면 더욱 그럴지 모른다. 사실 이 음반은, 잘 매만져지고 세련된 세공을 받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때깔을 가진 마스터피스는 아니다. 라임 어택의 래핑과 마일드 비츠의 루프들은 제 고유의 미덕을 한껏 발휘하고는 있지만, 그 이상의 기획을 획기적으로 꾀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허나 이 둘의 산물이 ‘획기적인 기획’에는 다소 못 미친다 할지라도, 안정적인 ‘디딤발’과 격동적인 ‘차는발’ 사이의 계산을 훌륭히 가져가고 있다는 점에선 긍정성을 지닌다. 믿음직한 ‘디딤발’은 단연 빅딜 레코드 소속의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다. 이번 앨범에서 그는 마이너 코드의 묵직함이 짙게 드리웠던 자신의 전작 [Loaded](2005)에 비해 좀더 가벼운 중량의 샘플과 높은 명도의 비트들을 배열하고 있다. 덕분에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바닥을 긁지 않는 그루비 트랙들이 라임 어택의 똑 부러지는 하이톤 래핑을 잘 살린다. 그리고 이렇게 직선적이고 단출한 멋을 품은 스네어 드럼의 루핑에 맞춰 명확하게 청자의 귀에 날아와 사정없이 꽂혀버리는 라임 어택의 랩게임은 그 자체로 국내 엠씽의 한 경향과 수준을 대변한다.

공격적인 ‘차는발’은 신의의지 레이블 소속의 라임 어택이다. 그의 동선을 유심히 보자. 타이틀곡인 2번 트랙 “MFU(Message From Underground)”는 앨범의 전 수록곡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의식의 요체이다. 듣기 좋게 귀로 빨려 들어오는 라임 어택의 딴딴한 한국말 조각들도 그렇지만, 고답적이면서도 순수성을 내포한 그의 한국어 엠씽의 태도에선 교만함이 아닌 떳떳함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에게 있어 ‘난 rap으로 삶을 배우고 그것을 100% 내뱉음으로 잠든 영혼을 깨우는 자’라 선언하는 명제의 문제의식은, 결코 2006년 현재 한국 힙합씬에서도 진부한 외침 정도로만 들리는 것은 아니다. 라임을 조금 곱씹을 줄 안다고 해서 무조건 훌륭한 랩은 아니며, 단지 언더그라운드에서 마이크를 잡는다고 해서 특출한 뮤지션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라임 어택의 목소리에선 언더와 오버를 떠나 뮤지션 그 자신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라임의 폭격 자체에 언제나 스폿라이트가 비춰지고 있다. 더불어 오버와 언더의 차이는 창작 과정에 있어 상업성이 전략적으로 고려되는가의 문제와 그러한 금전적 이해관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어느 정도로 투자 대상에게 영향을 주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그의 노랫말과 독설이 던지는 의미 역시 공허한 울림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언더 영역의 실력 있는 음악인들이 프로듀싱에 참여한 라임 어택의 온라인 EP [Story At Night](2003)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특유의 악센트를 가진 라이밍에서 펑펑 튀겨 나오는 음운과 리듬의 축포, 그리고 그것이 표현하는 개성적 이야기는 리스너들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올해 CD에 담겨 오프라인물로 발매되기도 하였다. 가리온이 이미 증명했듯 정박의 라임이기에 따라 부르기 쉬운 것도 아니며 따라 부르기 쉽다고 쉽게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킨다면, 힘이 있고 감각적인 라임 어택의 래핑은 단연 허영 깃든 억양과 강세로 부풀려진 얼치기들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그 차이가 명쾌하게 확인된다는 연유로 이번 앨범 [Message From Underground 2006]는 충분한 의의를 가진다.

이 음반은 하나의 메타 텍스트다. 음악적으로는 생생한 날 것의 힙합음악 자체로서 그 역동성을 내세우고, 메세지적으론 대부분의 수록곡을 통해 라임 어택(과 마일드 비츠) 자신의 존재론 고찰에 힘쓴다. “MFU” 뿐 아니라 “개척자”, “비가 오던 날”, “흔들리는 거리”, “예전과는 다른”, “영광의 나날” 등의 주된 서사시들을 통해 라임 어택은 자신의 개인적 현존에 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풀어놓고 있다. 심지어는 ‘사랑’과 ‘헤어짐’ 등에 관한 노래인 “잊어가는 법”에서조차 애절한 노랫말의 대상은 ‘힙합(음악)’이다. 물론 이런 식의 주제와 가사는 진부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자신의 커다란 화두와 그것의 표현에 있어 그의 충실함과 진지함은 다분히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때로 그는 너무 솔직한 나머지 꽤나 격정적인 푸념과 주장을 쏟아내기도 한다. ‘나 정도 되는 MC가 어떻게 10명도 안 되는 곳에서 공연을 해(“비가 오던 날”)’와 같은 성토라든가, 소위 ‘불법 mp3 다운로드’에 대한 뮤지션으로서의 입장을 개인적인 분노 차원에서 표출한 “추격전”의 독설은 노골적이다. 물론 이러한 내뱉음은 다분히 사적인 주절거림, 혹은 갑갑함의 구어적 분출로 해석되기에 그 일말의 비합리적 내용조차도 그의 솔직함이 금세 덮어버린다.

결과적으로 이 두 명의 토종 언더그라운더가 일괄적으로 내고 있는 꽉 찬 사운드는, 2006년 한국 힙합의 장에 나름의 공감 가는 메세지와 함께 한 걸음의 진전을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라임 어택이 내뱉는 언더 뮤지션으로서의 절절한 심정은 몇몇 의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사실, 지나치게 유려한 문장이나 현란하고 어지러운 랩기술보다 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바로 이러한 고민과 노력의 끊임없는 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결코 한국 힙합음악 전반의 성장을 주도할 가장 핵심적 주체를 무브먼트(Movement) 크루라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리쌍이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등을 먹는 것보다 에픽 하이(Epik High)의 타블로(Tablo)가 언더그라운드적 마인드를 갖고 자유로운 독립 음반을 내는 것이 더 나은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다. 근본을 개선시키려는 진보와 혁명은 아래로부터 이루어질 때 진정한 성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이는 결코 거창한 발언이 아니다. 20060420 | 김영진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Rhymes & Beats
2. MFU (Skratch by The Z)
3. 개척자(開拓者)
4. 비가오던날
5. 사건당일
6. 추격전 (Skratch by DaePhal)
7. 적과의 동침 (Feat. Abstract’eller, Skratch by DJ Skip)
8. 흔들리는 거리
9. 예전과는 다른
10. On the live
11. 영광의 나날 (Feat. Paloalto)
12. 잊어가는법 (Feat. Lanya)
13. Outro

관련 사이트
Big Deal Records 공식 사이트
www.bigdeal-records.com
신의의지 공식사이트
www.willrecords.co.kr
타일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ty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