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싱글 리뷰에는 약간의 변화가 있다. 각 싱글에 점수를 도입해 보기로 했다. 일종의 베타 테스트 버전인 셈이다. 고작해야 점수 하나 다는 것임에도 테스트 버전임을 핑계로 몇 곡 고르지도 않았다. [weiv]의 기준에 따라 10점을 만점으로 한다.

이제 그렇게 해 보기로 한 이유를 간략하게나마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비평에 해당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점을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어떤 곡이 좋다 혹은 좋지 않다, 훌륭하다 혹은 형편없다는 평가는 필자가 아무리 독자와의 평등한 관계를 원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불균등한 관계이며, 선언 또는 통보의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그 부분만큼은 필자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비평 자체가 그런 것이다.

단지 이것이 세탁기 수리공의 선언 혹은 통보와 다른 점은 사람들이 비평을 하는 이의 입장을 (모터를 갈아야 한다는 입장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평가가 가장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weiv]의 독자라면 특히 더 그럴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읽으면서 생겨나는 일종의 (불평등한) 대화 상태에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면 자신이 할 말도 적절히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비평에 속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통보할 필요가 있다. 점수는 이를 위한 간명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렇게 이유를 대긴 했지만 사실, 이 점에 대해 이 코너의 필자는 아직 확신이 없다. 그래서 읽는 이들의 반응에 따라 계속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할 생각이다. 여러분의 회신을 기다린다.

1. Pearl Jam “World Wide Suic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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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펄 잼의 음악에 열광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밴드에게 ‘열광’이란 단어는 그들이 한창 잘 나갈 때조차도 그리 어울리지는 않았다. 여전히 블루지한 리프, 여전히 잔뜩 뭉쳐 성긴 사운드, 여전히 강력하고 ‘스피리추얼(spiritual)’한 보컬, 펄 잼의 신곡 “World Wide Suicide”는 우리가 늘 들어 왔던 펄 잼의 로큰롤이다. 굳이 귀에 밟히는 것이라면 곡 초반부에 기타가 와와 페달을 배킹 코러스처럼 잠깐 활용한다는 것 정도밖에 없다. 그래도 펄 잼의 로큰롤은 여전히 좋다. 이 밴드에게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은 (‘불굴의 의지’에 대한) 존경에 가깝다. 어쩌면 처음부터 펄 잼은 그런 밴드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6/10)

2. The Streets “When You Wasn’t Famous”
: 끓는 기름에 뿌린 물방울처럼 탁탁 튀기는 거라지 비트, 재치 있게 배치한 효과음, 예의 그 단단하고 순박한 엠씨잉, 한 번에 꽂히는 분명한 코러스. 만약 당신이 스트리츠(The Streets)의 팬이라면 이 싱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A Grand Don’t Come Free]가 훌륭한 팝/랩/힙합 음반이었다고 회고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이 싱글을 통해 곧 나올 그의 신보 [The Hardest Way To Make An Easy Living]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스타일 자체가 전작과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지만 스트리츠 표 거라지 비트는 오늘날 가장 즐거운 음악 중 하나이다. 있을 때 즐기는 게 좋다. (8/10)

3. Guns N’ Roses “Better (D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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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건스 앤 로지스다. 역사상 가장 긴 발매 연기 기간을 가진 음반으로 기록될 것이 거의 확실한 건스 앤 로지스(정확히 말하면 액슬 로즈(Axl Rose))의 신보 [Chinese Democracy]의 수록곡으로 추정되는 데모 버전 세 곡이 인터넷을 통해 유출되었다(…고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홍보 차원에서 일부러 흘린 것 같기 때문이다). 곡은? 솔직히 말해, 썩 좋다. 이미 장사가 다 끝난 음악을 들고 나왔음에도 좋게 들리는 면이 있는 것이 옛정 때문인지 액슬이 곡을 잘 만들어서인지는 모르겠다. 가상하게도 일렉트로닉한 효과까지 들어간 것 때문에 감동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데모 버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겨우 이거 만들려고 그 세월과 그 돈을 홀랑 날려보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중국 인권 문제가 북한으로 옮겨간 게 언젠데 저 음반 제목은 또 어쩌려고 그러나. (2/10)

4. The Secret Machines “Alone, Jealous & Stoned”
: 시크릿 머신의 데뷔작은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모던 록 버전 같았다. 곧 발매될 신보 [Ten Silver Drops]의 첫 싱글인 이 곡은 프로그레시브한 모던 록 같다. 신서사이저의 앰비언트한 울림과 묵직한 드럼의 타격으로 문을 여는, 흔히 ‘에픽(epic)’이란 말로 표현하는 점층적 구성과 ‘모던’한 감성이 뒤섞인 이 7분 짜리 곡은 사실 정말로 ‘프로그레시브하게 복잡한’ 곡은 아니다. 곡의 무게중심은 ‘울적한 발라드’에 더 기울어 있다. 그러나 중반부의 탄력적인 전개와 솜씨 좋게 쌓은 사운드의 층, 훌륭한 코러스는 만만하게 만들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쉽지 않은 울림을 담고 있는 좋은 곡. (7/10)

5. Princ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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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그렇다. 프린스다. 그가 2004년에 [Musicology]를 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가 아직 음반을 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음반의 내용물에는 더 크게 놀랐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욕심을 과거에 천착하면서 이루려는 그의 방식은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는데, 그게 또 괜찮게 들렸으니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프린스의 2006년 신보 [3121]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프린스가 옛날에 꼭꼭 숨겨둔 곡들로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이 음반은 복고라 하기도 멋쩍을 정도로 1980년대 프린스 사운드와 그루브를 본격적으로 재현한다. 그게 또 좋게 들리는 걸 보면 이번에도 뭐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작 곡 얘기가 없는데, ‘S 라인’으로 꿈틀거리는 신서사이저와 프린스의 날카로운 보컬이 새끈하게 잘 어울린 훵크 넘버라는 설명이면 충분하다. 들어 보라. (7/10) 20060306 | 최민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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