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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 – You Are There – Temporary Residence/Pastel Music(라이선스), 2006

 

 

슬픈 추상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쓸쓸한 분위기와 남루한 장면들을 기억하는가.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우주 공간 속의 이름 없는 행성에는 너무나 인간다운 외계인들이 앉아 있는 낡은 선술집 같은 것이 등장하곤 했다. 그것은 은하계라는 두려운 미지의 추상공간을 나약한 인간들이 악다구니치며 살아가는 익숙하고도 비루한 현실공간으로 치환해버리는 절묘한 만화적 상상력의 구현이었다. 모노(Mono)의 음악이 가끔 그렇게 들릴 때가 있다. 그들의 사운드는 극도로 추상적이고 차갑게 다가오지만 그 속에는 청자의 감성을 부여잡는 지극히 현실적인 비애감과 따스한 서정이 도사리고 있다.

3집 앨범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2004)를 발표하고 공연활동에 매진하던 모노는 2005년 12월 월즈 엔드 걸프렌드(World’s End Girlfriend)라는 밴드와 함께 작업한 합동앨범 [Palmless Prayer / Mass Murder Refrain]을 자국 일본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이 앨범은 우아한 스트링과 피아노 선율 위주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소품으로 기억된다(모노의 팬들이라면 꼭 들어보길 바란다 [음원 제공 페이지]). 그리고 마침내 이들의 정규 4집 [You Are There]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은 전작의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였던 스치브 앨비니(Steve Albini)가 엔지니어링만 담당하고 프로듀싱을 밴드 스스로가 맡아 밴드의 자체적인 역량이 더욱 발휘된 작품이다. 나아가 본작은 이전 3장의 정규 앨범을 뛰어넘는 최고의 연주력과 미감을 뽐낸다. 모노 사운드의 핵심인 타카아키라 “타카” 고토(Takaakira “Taka” Goto)와 요다(Yoda)의 트윈 기타가 만들어내는 섬섬옥수의 트레몰로 음과 끝간데 없이 부유하는 드론 노이즈는 여전하며, 여기에 전작에 이어 스트링 세션이 가세하여 더욱 웅장하고 클래식한 사운드를 창출한다.

깊은 심연에서부터 나직히 떠오르는 듯한 드론 사운드로 시작되는 앨범의 대표곡이자 13분여의 대곡 “The Flames Beyond the Cold Mountain”은 애절한 기타 선율과 불길한 베이스 음과 함께 고조되어 중반부에서 마침내 폭발한다. 극단적인 노이즈와 휘몰아치는 트레몰로 기타 음이 조성하는 비장미는 가히 압도적이다. 반면 이어지는 “A Heart Has Asked for the Pleasure”는 3분대의 소품으로서 명징한 기타 아르페지오와 첼로 선율을 중심으로 소박한 포크 연주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역시 맑은 기타 음이 인트로에 등장하는 “Yearning”은 4분여가 지나면 무거운 비트와 함께 단조의 스트링 선율이 펼펴지며 진혼곡 같은 무드로 이어지다 “Com(?)”을 연상시키는 파괴적인 노이즈가 오래도록 난사되는 가장 거칠고 파괴적인 느낌의 대곡이다. 성기고 청아한 피아노 연주가 독특한 반전을 이루어내는 “The Remains of the Day”를 지나면 마지막 곡 “Moonlight”을 만나게 된다. 이 곡은 도입부에서는 명상적인 무드를 조성하는 앰비언트적인 접근과 오케스트라풍의 풍성한 스트링 연주를 선보인 뒤 예의 부유하는 노이즈가 휘몰아치면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분노의 노이즈를 휘몰아갔던 [One Step More and You Die], 환희와 격정으로 넘실대던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와 비교한다면, [You Are There]는 슬픔과 허무의 극한에서 다시 희망을 품는 듯하다. Temporary Residence의 제레미 드바인(Jeremy deVine)은 이렇게 표현한다. “[You Are There]는 기쁨이 내재해 있는 비극의 재현이며, … 그것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처럼 헤비한 것이 아니라 베토벤(Beethoven)처럼 헤비하다.” ‘이렇게 비장하고 심각해서 가뜩이나 심난한 세상을 어찌 살까’라는 쓸데없는 걱정도 해보지만, 이들이 선사하는 아름답고 파격적인 소리의 향연은 “극한의 상실감과 불안이 휩쓸고 간 후 남겨진 텅빈 희망의 백지”같기도 하다. 20060320 | 장육 [email protected]

8/10

* 이번 앨범의 라이선스 반을 발매한 파스텔 뮤직이 전해온 반가운 소식 하나. 4월 초에 모노의 내한공연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수록곡
1. The Flames Beyond the Cold Mountain
2. A Heart Has Asked for the Pleasure
3. Yearning
4. Are You There?
5. The Remains of the Day
6. Moonlight

관련 글
Mono [Walking Cloud and Deep Red Sky, Flag Fluttered and the Sun Shined] 리뷰 – vol.7/no.2 [20050116]

관련 사이트
Mono 공식 사이트
http://www.mono-4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