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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ham Coxon –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 – Transcopic/Parlophone, 2006

 

 

오늘도 달린다

1998년부터 자가레이블 트랜스코픽(Transcopic)을 통해 1, 2년의 텀을 두고 꾸준히 솔로 음반을 내온 그레이엄 콕슨(Graham Coxon)의 사운드는 블러(Blur) 탈퇴와 본격적인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며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밴드 시절 발매한 석 장의 솔로 음반이 곡 자체보다는 기타가 만들어내는 노이즈 사운드에 천착한 듯한 인상이라면, 4집 음반 [The Kiss of Morning](2002)부터는 본격적인 ‘송라이팅’에 초점을 맞춘 음반이었다. 더 이상 그의 음악은 과도한 노이즈로 인해 듣기 버거운 사운드가 아니었으며, 어떤 점에서는 최근 블러의 작업물 보다도 훨씬 ‘블러다운’ 느낌이 강한 팝 음반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작업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반응 또한 호의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4년 발매한 5집 음반 [Happiness in Magazines]는 그의 경력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음반이었다. 블러의 앞선 5장의 앨범을 프로듀싱 하였던 스테판 스트릿(Stephen Street)과 함께 작업한 이 앨범에서 콕슨은 연주가로서 기타플레이의 다채로움과 송라이터로서의 안정적 작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양손에 잡는 성과를 거두었다. 더 이상 그에 대해 ‘블러의 前기타리스트 출신’이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이 음악 그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오히려 [Think Tank]의 비평적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블러와 데이몬 알반이 패배자처럼 취급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그리고 2년 만에 역시 전작의 스테판 스트릿과 손을 잡고 작업한 솔로 6집 음반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2006)는 아마도 다시 한번 그의 경력에서 ‘최고작’의 위치에 오를 것이다. 앨범은 전작 [Happiness in Magazines]의 ‘파워코드’ 기타팝 성향을 이어가고 있는데, 한층 능숙하고 재기 넘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싱글로 발매된 첫 트랙 “Standing on My Own Again”의 까슬까슬한 기타 톤을 들으며 버즈콕스(Buzzcocks)나 잼(The Jam)의 이름을 떠올리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나 홀로 서서’라는 (블러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제목이 주는 흥미보다도 곡 자체가 주는 ‘활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어지는 “I Can’t Look at Your Skin”과 “Don’t Let Your Man Know” 등 음반은 전체적으로 ‘날 것 그대로(raw)’의 느낌이 강한, 기타가 주도하는 로큰롤로 채워져 있다.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는 슬로우 템포 포크송들의 함량 역시 양질의 것이라 할 만하지만(어쿠스틱 다운비트의 “Just State of Mine”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연출한다), 아무래도 먼저 귀가 가는 트랙은 휘몰아치는 사운드의 “Gimme Some Love”나 변칙적인 리듬운용이 빛을 발하는 “What’s He Got?” 같은 트랙들이다. 요약하자면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는 시종일관 ‘기타로 달리는(guitar-driven)’ 앨범이다. 멜로디나 킬링훅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어서도 확실히 진일보한 면을 드러내고 있으며, 내지르는 성향이 강해졌지만 여전히 불안정하고 수줍은 듯 노래하는 그의 보이스 컬러 역시 앨범의 사운드와 좋은 궁합을 만들어낸다.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는 [Happiness in Magazines]에 이어 그레이엄 콕슨이 결국 블러를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선택이 절대 무모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음반이다. ‘기타플레이에 대한 애정’과 ‘좋은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보기 좋게 결합한 근래 보기 드문 준수한 품질의 앨범이다. 더 이상 기타가 주도하는 로큰롤의 영역이 남아 있지 않은(혹은 않다는) 시점에서도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는 기타팝/록이 여전히 중년의 침침한 방구석에서만이 아니라 십대들의 파티장에서도 연주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이지만 [Love Travels at Illegal Speeds]의 사운드는 그 이름만큼이나 ‘속도위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20060319 | 김태서 [email protected]

8/10

*이 글은 벅스웹진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수록곡

1. Standing on My Own Again
2. I Can’t Look at Your Skin
3. Don’t Let Your Man Know
4. Just a State of Mind
5. You & I
6. Gimme Some Love
7. I Don’t Wanna Go Out
8. Don’t Believe Anything I Say
9. Tell It Like It Is
10. Flights to the Sea (Lovely Rain)
11. What’s He Got?
12. You Always Let Me Down
13. See a Better Day

관련 글
Graham Coxon [The Kiss Of Morning] 리뷰 – vol.5/no.11 [20030601]

관련 영상

“Standing on My Own Again”

관련 사이트
그레이엄 콕슨의 레이블 트랜스코픽(Transcopic) 사이트
http://www.transcopic.com/transcopic.html
국내 그레이엄 콕슨 팬페이지
http://transcopic.hiho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