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효리 “Get 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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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의 “Do Somethin'”을 좋아한다. 그리고 “Get Ya'”를 들으며 한국 가요계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힘든지(혹은 쉬운지) 새삼 깨닫는다. 가요계에서 암약하는 표절 전문 변호사가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상상을 야기하는 이 곡은 ‘그게 그거 같긴 한데 꼭 그게 그거라고 볼 수는 없으면서도 그게 그것이 아닌 것도 아닌’ 법률적 가요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 정도면 이제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잡게 된 것 같다. 클리셰가 오믈렛에 잘못 뿌린 케첩처럼 사방에 튀어 있는 이 지루한 클럽 댄스곡이 주는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10 Minutes”나 “애니모션(Anymotion)”에 비해 훨씬 재미없다는 것 뿐이다. 프로듀서 김도현의 이름은 “I’m gonna get ya’!”라는 후렴과 함께 윈도 XP 오류 메시지처럼 뜬다. 창을 닫을 때 오류보고를 보낼 필요는 없다. 어차피 대답은 없으니까.

2. 東京事變 “修羅場 (single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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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경사변의 두 번째 음반은 전작보다 약간 무거워졌고 좀 더 ‘난해하게’ 들린다. 그리고 음반의 첫 번째 싱글인 “修羅場”은 음반 버전보다 싱글 버전이 낫게 들린다. “修羅場”의 음반 버전(‘adult ver.’)은 ‘재지’하게 처리되었는데, 절도 있는 비트와 깨작거리는 훵키한 배킹 기타가 받쳐주는 싱글 버전에 비해 지루하다. ‘일본스럽게’ 깔끔한 플라멩꼬 기타 연주와 센스 있게 치고 빠지는 전자음을 뒤얽은 편곡 솜씨도 훌륭하다. 동경사변의 두려움 없는 잡탕 로큰롤에는 여전히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3. 페퍼톤스(Peppertones) “Ready, Get Set, Go! (radio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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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승부/이름조차 잊어버린/이순간, 지옥으로 돌진하는 전차//붉게 충혈된 의지는/오직 하나뿐인 진실/순간 거짓말처럼 시간은 멈추고 펼쳐지는 저 지평선”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빨간망토 차차와 카드캡터 사쿠라 오프닝 담당자에게 안부 메일을 보내고 싶어진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노래 가사도 지어 볼 생각이다. “어제의 친구는/오늘의 창공 속으로/내일로 향한 결단은/다시 한번 로망스” 등등. 페퍼톤스의 정규 데뷔작은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호응을 얻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감각 있는 뮤지션이라는 평판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독적인 훅을 갖고 있는 이 노래 어디에도 어째서 한국어로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불러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없다. 만약 페퍼톤스가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잊혀진다면 끝내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4. The Flaming Lips “Yeah Yeah Yeah Song” (*leaked)
: 플레밍 립스의 신보 [At War With The Mystics]의 오프닝인 이 곡은 간단히 요약하면 “Bohemian Rhapsody”의 플레밍 립스 버전이다. 마음껏 찌그러뜨린 보코더를 비롯한 기기묘묘한 각종의 효과음들과 헐벗은 노이즈 뭉치들을 조화에 대한 고려 없이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은 플레밍 립스의 장기이다. 여기에 키치적인 ‘오페라적(operatic)’ 합창이 끼어 들고 자신감 넘치는 멜로디 라인이 웨인 코인의 코맹맹이 목소리에 실려 “Bohemian Rhapsody”의 구성을 은근슬쩍 따라간다. 따라 부르기 좋은 후렴구가 내내 귓가에 남는 이 곡은 플레밍 립스의 방법론이 새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신선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즐겁게 증명한다.

5. Massive Attack “Live With Me”
: 매시브 어택의 [The 100th Window]는 좋은 음반이었다. 문제는 [Mezzanine]이 걸작이었다는 것이다. 이 곡은 올 3월 27일 발매 예정인 베스트 음반에 실린 신곡이다. 크레딧에는 여전히 3D와 닐 데이빗지(Neil Davidge)의 이름만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100th Window]의 연장선상에 있는, 음울하고 창백하며 에스닉한 기운이 감도는 앰비언트 팝의 둘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3D 대신 다른 사람이 보컬을 맡았으면 조금 더 신선한 기운아 꿈틀거렸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100th Window]와 마찬가지로 이 곡도 훌륭한 곡이다. 이런 밀도의 사운드 텍스처를 이렇게 투명하게 엮어낼 수 있는 것은 매시브 어택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곡에는 긴장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이 흐르는 곡 자체의 힘 때문에라도 매시브 어택을 훼이보릿 리스트에서 밀어낼 수는 없다.

6. Scope “A Secret Revolution”
: 홍보를 하려면 별 수 없이 거라지 록이라고 홍보를 하긴 해야겠지만 스코프의 이 곡은 거라지 스타일의 로큰롤이라기보다는 ‘진짜’ 올드 록이다. 행진곡처럼 두드려대는 스네어 드럼에 이어 튀어나오는 후(The Who) 같은 리프, 스톤스(The Rolling Stones) 풍의 야비한 창법, 비치 보이스(Beach Boys)식 코러스, 가사(“The smell of difference is hard for you to take/…/Do I plot and conspire against you?”), 제목, 후줄근한 녹음까지 최근 노래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크레딧을 보기 전에는 재발매작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이것이 과연 참신한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즐거운 경험인 것 또한 사실이다.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이 글을 쓰는 지금 TV에서는 [마지막 왈츠(The Last Waltz)]중 “The Shape I’m In”이 나오는 중이다. 맥주에 어울리는 올드 록 레퍼토리가 더 필요했던 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

7. 일롭!(Elope!) “Loveride”
: 롤러코스터(Rollercoaster)와 클래지콰이(Clazziquai)의 장단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이 곡에 대해 할 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말해 보라면 클럽 하우스의 관습에 철저히 복종하면서 3분 30초를 그럭저럭 끌고 가지만 그 이상의 여운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겠다. 사운드의 두께와 구성이 그 관습조차 지탱하기에 좀 벅차게 들린다는 말도 덧붙이고 싶다. 하지만 정작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것이다. 최근 가장 ‘유행의 선두’에 있는 음악으로 여겨지는 라운지/애시드 재즈/프렌치 하우스는 전자음악이 겪는 어떤 운명을 의미심장하게 들려준다. 전자제품이 그렇듯, 당대에 유행하는 전자음악은 당대의 가장 첨단처럼 들린다. 그로 인해 얻는 대가는 당대가 지났을 때 다른 음악에 비해 전자음악의 쇠퇴 혹은 촌스러움이 유난히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것은 나오자마자 그런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들이 그 운명을 훌륭히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20060223 | 최민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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