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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콰이엇(The Quiett) – Q Train – Soul Company/Tyle Music, 2006

 

 

한 걸음 더 진보하는 순간

이제 한국힙합의 장에도 그 순간이 오는 걸까. 소위 파티 튠이라 불리는, 혹은 상업주의 루트에 의해 정형화된 단편적 음악들이 아닌, 힙합음악 본연의 태생적 성격에 보다 충실한, 즉 흑인음악의 다양한 역사적 양태들을 현대적 테크놀로지로 재가공한 혼합물로서의 참맛이 깊게 배인, 그러한 음향의 영역으로 대중의 귀가 열리게 되는 순간 말이다. 안다. 이러한 발언에 스며 있는 작위적 호들갑스러움을. 하지만 더 콰이엇(The Quiett)의 두 번째 앨범 [Q Train](2006)을 두고서 몇 마디 말로 지나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인스트루멘틀이다.

더 콰이엇이 그러한 순간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신진 열차 중 단연 돋보이는 뮤지션이란 걸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그가 그간 보여 왔던 소울컴퍼니 음반들의 총괄적 프로듀싱과 자기만의 고유한 랩 메이킹, 그리고 다른 엠씨들과의 적절한 합작물들을 섬세하게 개관해 온 당신이라면 말이다. 플랫폼에 막 도착한 열차 번호는 2번, 이름은 큐-트레인(Q-Train), 빠르기만 한 KTX보다 안락함이 있는 무궁화호에 가깝다. 투박한 외양에 빠르지 않은 차체를 지녔지만 마디마디 분절돼있는 선로 덕분에 주기적으로 덜컹거림을 느낄 수 있는 무궁화호의 묵직한 리듬감이 연상된다. 한편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에서 피트 락(Pete Rock)에 이르는 음향상의 레퍼런스(reference)들이 음반 속에서 나름의 울림을 내고 있다.

몇 가지 물음으로 앨범을 바라보자. 미국의 매들립(Madlib)만큼 재지(jazzy)하진 않지만 그 못지않은 그루브함을 발산하고 있다고 한다면 이는 과장일까. 일본에서 인기 많은 훵키 디엘(Funky DL)보다 감미롭진 않지만 그에 뒤지지 않을 폭신함을 내포하고 있다 말한다면?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ere)의 간결하고 극명한 사운드의 체취가 더 콰이엇에게서도 풍기는 듯하다면?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지극히 일정한 패턴을 갖고 똑똑 맞아떨어지는 각 악기 파트별 루프들과 그것들의 다소 기계적인 조합에 충실한 더 콰이엇의 제작 공정은 따분하지 않은가? 샘플링에 있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음계상의 독창적 진행이 해외 뮤지션들의 그것보다 꽤나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는가? 물론 이와 같은 물음보다 중요한 것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말리 말(Marley Marl)의 선구적인 컷 앤 믹스 작법과 더 콰이엇의 샘플링 습관 사이의 관계보다 더 관심 둘 만한 것들이 이미 [Q Train]에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콰이엇의 신보는 인스트루멘틀 음반을 먼저 내놓은 바 있는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나 아날로직(Analozik)의 라운지-일렉트로니카 힙합과도 다르다. 그것의 결정적 차이는 베이스 터치의 강도에 있다. 더 콰이엇은 수록곡들의 구석구석에 애시드 재즈나 소울팝 등의 가볍고 경쾌한 음향 조각들을 포진시키고는 있지만, 그것들이 해당 곡의 성격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키도록 하지는 않는다. 앨범을 통틀어 가장 화사한 훵키 트랙인 “Sunshine Luv”조차 그저 그런 라운지로 들리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진한 농도의 베이스 음원들은 대부분의 곡에서 주된 리듬과 선율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무게감이 한껏 실린 베이스 드럼을 위시한 각각의 비트들은 경박한 음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욱이 건반이나 기타를 비롯한 각종 샘플들의 개성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흡착을 가능케 하는 루프(loop) 메이킹은 그의 창작력을 입증한다.

미니멀하고 오레엔탈적인 피아노 루프와 현악음이 ‘비정한’ 느낌을 자아내는 “대면”에 이어, 질료들의 버무림이 예사롭지 않은 “Dolphin Dance”는 동명의 유명 올드 넘버들에 뒤지지 않을 아우라를 품고 있다. 또한 “뒤척임”과 같이 한국 언더힙합의 10년 계보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듯한 곡은 국내 언더그라운드 특유의 무뚝뚝한 기운이 느껴져 반갑다. 부분적으로 참여한 보컬리스트 및 래퍼 들의 흔적도 인상적이다. 서울스타(Seoulstar)의 큐빅(cubic)으로 잘 알려진 정기고(junggigo)는 “그 남자 그 여자”에서 뭉실뭉실한 그만의 창법으로 곡을 상큼하게 띄우고, 매드 클라운(Mad Clown)과 피-타입(P-Type)이 들려주는 각각의 엠씽에선 신인과 중견 라임메이커로서의 패기와 원숙함이 깔끔한 비트 위에서 더욱 빛난다.

하릴없이 진득한 비트가 출렁이는 경음악이 고플 때 선뜻 꺼내들을 만한 국내 뮤지션의 힙합 음반이라는 점만으로도 [Music]은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한 공연장에서 소박한 비트가 떠다니는 대기 위로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던 팔로알토(Paloalto)의 평화로운 모습을 본 적이 있다. [Q Train]은 바로 그와 같은 행복한 몸짓과 표정에 잘 매치되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좀처럼 한국힙합이 나아가기 힘들었던 그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20060210 | 김영진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Go
2. The Streets (feat. DJ Silent)
3. 그 남자 그 여자 (feat. junggigo AKA cubic)
4. 대면
5. Dolphin Dance
6. Interlude (feat. Mad Clown)
7. Martial Beat Arts (feat. DJ Silent)
8. 뭐 (feat. Notorious Kid, Friz & Pumkin of unknownDJs)
9. Music
10. Take The Q Train Remix (feat. P-Type)
11. City Cats
12. 뒤척임 (feat. 이병호)
13. Sunshine Luv
14. 다음에 만나요

관련 글
더 콰이엇(The Quiett) [Music] 리뷰 – vol.7/no.16 [20050816]

관련 사이트
The Quiett 공식 사이트
http://thequiett.net
Soul Company 공식 사이트
http://soulcompany.net
타일뮤직 공식 사이트
http://www.ty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