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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산 – 정당한 선택(Justifiable Decision) – 개화산/Tyle Music, 2005

 

 

정당한 발견, 괜찮은 선택

개화산의 첫 크루 앨범 [정당한 선택] 앞에서 가장 먼저 꺼낼 수 있는 감상의 표제는 단연 ‘엠씨의 발견’이 되어야 한다. 이 음반은 일종의 수확이다. 올 상반기 [전형적인](2005)이라는 솔로 앨범을 필두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 굳히기에 들어간 바 있는 라마(Rama)와, 높은 퀄리티의 EP에 이은 정규 앨범 [Resoundin’](2005)의 발표로 올해 확실한 입지 다지기에 성공한 팔로알토(Paloalto)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수확의 일차적 대상은 개화산의 다른 멤버인 지엘브이(GLV), 사마디(Sama-D), 테비(TEBY) 이 세 엠씨들로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판단의 저변에는, 팔로알토나 라마야 올해 각각 자신의 독집앨범을 통해 적잖은 리스너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는 만큼 다른 멤버들에 대한 조명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놓여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들이 펼쳐놓는 랩 게임이 예상보다 훨씬 더 예사롭지 않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언더그라운드의 다양한 국지적 영역에서조차 쉽게 만나기 어려웠던 개화산 크루의 이 세 남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각기 갈고 닦아온 실력들을 멋지게 대동단결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내가 제일 먼저 놀란 부분은 다름 아닌 지엘브이(GLV)의 범상치 않은 입놀림이었다. 발음상의 정확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허스키한 샤우트 창법을 거뜬히 소화해내고 있는 그의 엠씽은 분명 보통 수준의 그것이 아니다. 더구나 라이밍의 창작에 있어서도 그는 평균 이상의 솜씨를 지니고 있다. 앨범 전반의 음악적 향방을 함축적으로 잘 제시해주고 있는 첫 두 트랙 “Groovy Situation”과 “감동의 무대”에서 그는 앞뒤로 불어오는 팔로알토와 라마의 강풍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개성과 실력의 구심점을 양껏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로 주목할 만한 이는 바로 사마디(Sama-D)이다. 그의 목소리는 저음의 음역대임에도 상당히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음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데, “행운의 사내” 첫 소절에서 특유의 분할박 감각으로 세련된 라임의 변주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욕망의 늪”에서 들려주는 짧지만 인상적인 훅의 아우라를 직접 느껴본 이라면 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주자는 테비(TEBY)라는 엠씨로서, 팔로알토의 감미롭지만 다소 찐한(?) 보이스에 조금 식상함을 느낀 바 있다면 아마도 그에게서 색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멋진 음색과 플로우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다. 본 앨범에서의 참여도는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엠씨 케이(MC K)의 [Chapter 0-Chaos](2003)에서 비중 있는 객원 래퍼로 참여한 바 있는 그의 경력과 작업물들을 고려했을 때, 조만간 선뵈게 될 솔로 EP 앨범이 꽤나 기다려진다.

세 엠씨들의 특징만을 대략적으로 살펴보았으나, 역시 청자들로 하여금 [정당한 선택]을 정당하게 선택토록 만드는 유혹의 손길은 팔 할이 팔로알토와 라마, 저 둘의 존재로부터 나오는 것일 테다. 아닌 게 아니라, 특히 팔로알토는 이 앨범에서 프로듀싱에서만 총 8곡을 담당하며 가시적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여덟 비트라함은 그의 첫앨범 [Resoundin’]에서 자신이 만든 비트들의 양보다 더 많은 숫자로서, 그가 엠씽뿐 아니라 작편곡에의 참여에도 활발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 주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 과연 이번 개화산 앨범을 통해 그의 이러한 행보가 진정한 일보 전진의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우선 그의 솔로앨범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음원의 성질에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팔로알토 1집에서는 상당 부분 미니멀하면서도 적절한 질감으로 쓰였던 샘플링 기법이 개화산의 첫 앨범에서는 보다 더 ‘하이파이 뿅뿅 사운드’에 가까운 작법으로 구현되고 있다. 그 때문인지 그의 기존작들과는 체온부터가 다른, 미끈하고 금속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이는 아마도 미디 모듈 기기를 통한 음원 생성 작업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탓이리라. 또한 그가 들려주는 랩메이킹의 풍요로움에 비해 비트 제조상의 창의적 공정이 다소 처지는 듯한 느낌은 과연 나만의 감상일까.

개화산의 [정당한 선택]은 기대에 비해 못내 아쉬움이 남는 앨범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말할 수 있다. 결국 총체적인 청각을 한껏 동원해 들었을 때의 이 앨범은 그 어떠한 마스터피스만큼이나 잠재적인 요소를 강하게 쥐고 있는 범작 이상의 산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비록 음향상으로 소소한 불만감을 자아내는 측면이 없진 않지만, 어찌 보면 일종의 엠티(Membership Training)와도 같이 느껴지는 이들의 합동앨범은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앨범 동명 트랙 “정당한 선택”의 라임 폭풍이라든지, 약간 유치하긴 해도 듣다보면 왠지 설레는(?) 노랫말의 “Somebody Loves You”가 주는 새콤함, 그리고 거부감 없이 수용되면서도 쉽게 물리지 않는 “개화산 Blue”가 발하는 시원함 등의 미덕은 여타 힙합음반들에서 접하기 힘든 부분이 아니던가. 과욕과 겉멋이 절제된, 기분 좋은 잠재력이 내재된 이 음반을 집어 드는 것은 그렇기에 괜찮은 선택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20051208 | 김영진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Groovy Situation – Paloalto, Rama, GLV
2. 감동의 무대 – Paloalto, GLV, Rama
3. 수퍼두퍼 개화 – 개화산
4. 정당한 선택 – Paloalto, Sama-D, GLV
5. 행운의 사내 – Sama-D, Paloalto, Soul One
6. Aeizoku Interlude
7. 욕망의 늪 – Paloalto, GLV, Sama-D
8. GIRL – Rama, TEBY, Paloalto
9.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때 (Skit)
10. Somebody Loves You – GLV, Rama, Soul One
11. 개화산 Blue – Paloalto, Sama-D, GLV, TEBY, Soul One
12. 서울의 밤 (moonlight mix)

관련 글
팔로알토(Paloalto) [Resoundin’] 리뷰 – vol.7/no.18 [20050916]

관련 사이트
개화산 공식 사이트
http://www.gaehwasan.net/
타일뮤직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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