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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na Apple – Extraordinary Machine – Epic, 2005

 

 

과거와의 결별, 새로운 시작

무려 5년 만에 발매된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의 3집 [Extraordinary Machine]은 자그마한 해프닝을 몰고 왔다. 앨범은 2003년에 “피오나의 신보 발매가 늦어지는 것은 소속사(Epic)와의 갈등 때문이다”라는 소식과 함께 mp3로 전세계의 팬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이 소식은 입에서 입을 거치는 사이 “피오나의 앨범이 돈이 되지 않는 앨범으로 치부되어 음반사에서 발매를 거부당하고 있다”는 것으로 변화했다. 이 소식에 분노한 애플의 팬들은 음반사에 사과(apple)를 보내는 캠페인을 하는 등 음반사에 피오나의 열렬한 인기를 확인시켜주었다.

결국 피오나의 음반은 발매되었다. 그런데 음반 발매 이후에 밝혀진 ‘갈등’의 정체는? “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앨범을 발매해주지 않았다”가 아니라 피오나가 음반을 다 만들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재녹음할 비용을 요구했는데, 음반사는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으니 그냥 발매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오나 애플은 승복하지 못했고 결국 앨범 발매가 늦어진 것이다. 앨범이 나오자마자 부랴부랴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봐서 음반사로서도 상당히 억울했던 듯. 하지만 결국 피오나는 재녹음비용을 받아낸 모양이니 팬들의 캠페인이 무용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해프닝도 해프닝이지만, 오랜만의 피오나 앨범에 대한 팬들의 성원은 뜨거웠고 앨범은 2005년 10월 빌보드 차트 7위로 데뷔한다. ‘5년만에 돌아온 피오나 애플’의 이번 앨범에 평론가들도 높은 점수로 환영하였다. 그렇다면 앨범은 어떤가. 앨범의 첫 곡 “Extraordinary Machine”은 기존의 피오나 애플 팬이라면 상당히 아연해할 만하다. 가볍고 부드러운 터치로 고전 블루스를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곡 뿐 아니라 음울하고 강한 비트를 가지고 있었던 앞의 두 앨범 [Tidal](1996), [When the Pawn…](1999)과 달리 이 앨범은 산뜻한 질감을 지녔으며, 기계음이나 신디사이저보다 실제 밴드의 내추럴한 연주에 가깝게 프로듀싱 되었다. 성인을 위한 스탠다드 팝을 연상케 하는 곡이 많아진 것이다.

“피오나 애플이 밝아지다니 실망이다”라는 평가와 “성숙해졌다. 너무 좋다”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실제 이모저모 살펴보면 그렇게 밝아진 것도 아닌 데다가 가사를 들어보면 여전히 할 말 다 하고 사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앨범은 ‘피해의식 = 피오나 애플’이라는 공식을 부수고 있으면서 동시에 거침없이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즉 [Extraordinary Machine]은 그녀가 자신을 둘러싼 선성적인 시각과 선입견으로부터 드디어 자유로워졌다는 느낌을 준다.

인터넷에 mp3로 유출된, 재녹음하기 이전 버전의 “Red Red Red”를 들어보면 피오나가 이 앨범에서 의도한 바는 명확해진다. 본래 앨범의 두 번째 곡으로 내정되었던 듯한 이 곡은 그녀의 전작을 연상시키는 강한 비트와 음울한 신디사이저 효과음으로 채워져 있었으며, 보컬은 동굴 속의 비명을 연상시키듯 울리며 멀리서는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 전작에서 들려준 음울한 곡의 세련된 발전태라고 할 수 있을 이 곡은, 실제 발매된 앨범에서 영 다른 분위기로 모습을 드러낸다. 갖가지 음산한 효과음과 비트가 사라졌으며 블루스/재즈 밴드의 현악과 드럼, 브라스가 공간을 감싼다. 프로듀싱에 따라서 곡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나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피오나는 이 앨범의 컨셉트를 블루스 및 재즈라는 고전 장르에 충실한 형태로 잡고 있는 듯하다. 이는 어릴 때부터 접해온 음악 장르의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의도로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결국 ‘어두운 상처와 폭력’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효과음의 대부분과 결별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같은 노래라도 전혀 다르게 들린다. 다른 예를 들자면 “O’ Salor”와 같은 노래는 공간을 채워주던 비중 있는 비트가 정식발매본에서는 사라졌는데, 반면에 “Extraordinary Machine”의 경우에는 공간을 채워주는 현악과 생연주가 보다 풍성해졌다.

지금까지 피오나 애플은 블루스나 재즈라는 형식에 담긴 ‘고통에 대한 승화’라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담아내는데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 위의 장르가 명백히 남성중심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을 떠올릴 때, 피오나 애플의 성취는 주로 포크나 펑크에 의존해 온 다른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그것과 차별화된다 할 수 있다(포크와 펑크는 어린 시절부터의 수련 없이 ‘비교적’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장르이며 때문에 여성의 참여에 관대한 경향을 보여 왔다).

처음부터 피오나 애플이 특별한 송라이터인 이유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장르를 데뷔 당시 18살이었던 여자아이가 자신의 고통을 토로하는데 활용하며 완전한 장악력을 발휘하였다는 점에 있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싱 형태는 9살부터 피아노로 작곡을 했다는 피오나에게 보다 본래적인 형태, 그러니까 가공되지 않은 송라이팅 단계의 그것에 좀 더 가까운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좋은가? 결국 취향에 따라 찬반이 나누어질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Extraordinary Machine]이 전작에 비해 내적인 힘이 부족한 앨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Extraordinary Machine”이나 “O’Sailor”는 전작의 “Shadowboxer”나 “Paper Bag”같은 곡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무색하지 않다. 다만 이 변화된 분위기는 과거와의 결별이며 동시에 그녀의 새로운 시작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가사는 각별하게 음미해볼 만하다. 20051206 | 김남훈 [email protected]

8/10

Ooooh mister wait until you see
오우, 미스터, 기다려봐요,
What I’m gonna be
내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를 보게 될 테니까
I’ve got a plan, a demand and it just began
나에겐 계획이 있고 요구가 있고 이제 막 시작을 했죠
And if you’re right, you’ll agree
당신이 제대로 볼줄 안다면 동의할 거예요.
Here’s coming a better version of me
여기 더 좋아진 버전의 내가 갑니다

– “Better Version of me” (譯 : raindog)

* 이 글은 벅스웹진에 올라갈 예정인 글입니다.

수록곡
1. Extraordinary Machine
2. Get Him Back
3. O’ Sailor
4. Better Version of Me
5. Tymps (The Sick in the Head Song)
6. Parting Gift
7. Window
8. Oh Well
9. Please Please Please
10. Red Red Red
11. Not About Love
12. Waltz (Better Than Fine)

관련 사이트
Fiona Apple 공식 사이트
http://www.fiona-ap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