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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밴드 – Last One – Pelican & Electric Muse, 2005

 

 

변방의 기타 소리

인디 음악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일까, 아니면 주류에 속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들의 음악일까? 그러면 인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혹은 인디 음악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정서가 낡아가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일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이상하게도 ‘인디’라는 용어가 사람들에게 제각각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인디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미학적으로 이해하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들은 그리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인디’라는 용어는 이미 정의된 어떤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의미들이 정의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인디라는 개념의 혼동(혹은 혼용) 자체가 바로 인디의 정체성을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점이 (인디 음악의) 생명력이고 건강함이고 운동성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지금 소개할 이 밴드는 그런 점에서 어쩌면 최근에 등장한 밴드들 중에 가장 인디적인 밴드가 아닐까 싶다.

밴드 이름이 다방 밴드다. 2002년에 [Pig Over Seoul]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발표한 뒤, 카바레 사운드에서 2집 [Product]를 발표한 밴드다. 이름마저 다방 밴드인데, 두 번째 음반의 커버 사진은 시장 어귀의 어느 허름한 다방의 입구를 찍어놓아 적당히 키치적이며 적당히 인디적인 느낌이 물씬 나기까지 했다. 이 두 번째 앨범의 음악은 때론 유머러스하다가 때론 슬프게도 들렸는데, 그런 독특한 페이소스는 이들의 사운드가 하나도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로-파이 감수성을 드러내기 때문이기도 했고, 멤버들이 모두 전주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전주는 몇 차례 국제 영화제가 열린 도시이며, 그래서 국제적인 도시라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여전히 변방인 곳이다. 하긴 한국에서 서울을 제외하면 어디 변방이 아닌 곳이 있을까마는, 그들의 변두리 감수성은 바로 그들이 전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밴드인데다가 멤버들의 국적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다방밴드는 호주교포 2세인 이명재(보컬, 기타)와 전주 토박이 정성환(베이스), 미국에서 온 타이, 캐나다 출신의 고드(색소폰, 현재 탈퇴) 4인조로 2002년 봄에 결성되었다. ‘2002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 숨은 고수로 참여한 뒤 자신들의 힘으로 데뷔 음반 [Pig Over Seoul]을 발표하고, 2004년에는 카바레사운드를 통해 2집 [Product]를 발표했다. 이 와중에 색소폰을 맡았던 고드가 탈퇴하고 후임으로 윤효상(기타)이 들어오는 변화가 있기도 했다. 멤버들의 정체성이 다양해서일까, 이들의 음악은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다른 말로 장르화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방밴드의 음악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감수성부터 기타 팝, 인디록의 감수성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으며, 서정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진지하면서도 키치적이다.

이런 점은 얼마 전 발매된 EP [Last One(돗대)]에도 고스란히 묻어있다. 서정적인 인트로가 끝나자마자 셔플 리듬이 몰아치는 “Sadness”와 직관적인 미드 템포의 사운드가 흔들림 없이 진행되는 “45”, 90년대 인디 록의 대명사인 픽시스를 떠올리게 하는 “It’s a Lie”, “The Immigration Song”, “Phylum” 그리고 김현식의 목소리로 익숙한 “골목길”의 커버곡까지 담긴 이 미니 앨범은 짧지만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마치 완고한 인상을 가진 사내를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다. 이들의 사운드에서 느껴지는 완고한 느낌은 고집스러운 청년의 것이 아니라 고집스러운 중년의 사내에 가까운 것이다.

미니 앨범이라서 그리 할 말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들은 이 짧은 앨범에서 그들이 지향하는 방향,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인디 밴드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좋은 밴드이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인디는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고, 방법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인디는 변방의 목소리(였)다. 당신이 인디를 어떻게 정의하든 그것은 사실이다. 애초부터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자들, 지도도 없는 자들이 스스로 길을 찾으며 만들어낸 방식이 바로 인디펜던트, 단순하지만 ‘독립’이라는 뜻의 이 단어가 인디 음악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전주(를 포함한 지역 공동체)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 그리고 인디 음악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인디 밴드 = 홍대 앞 밴드’라는 단순한 공식이 그 모든 의미들을 단순화시키고 있지만, 그에 대항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이런 거침없는 건강함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든 음악이든 건강해야 한다. 웰빙이라는 추상적인 기호로서의 건강이 아닌 땀 냄새가 진동하고 날 것의 펄떡거림이 느껴지는 그런 건강함. 역사적으로도 무모하고 도발적이기도 한 그런 건강함이 이 대책 없이 조직화되었으되 파편화된 세계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다방밴드는 드물게, 발견할 수 있는 반짝거리는 밴드이고 [Last One(돗대)]는 귀중한 앨범이다. 20051101 | 차우진 [email protected]

7/10

* 컬쳐뉴스(http://www.culturenews.net)에 실린 글을 수정했습니다.

수록곡
1. Sadness
2. 45
3. It’s A Lie
4. The Immigration Song
5. Phylum
6. 골목길(Alle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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