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poon “The Two Sides of Monsieur Valentine”
: 스푼(Spoon)의 신보 [Gimme Fiction]은 헤비한 팝송으로 가득하다. 그런 음악을 만들던 사람들은 1960년대의 아이들이었고, 코스텔로(Elvis Costello)와 레논(John Lennon)을 절반씩 섞은 것 같은 브릿 대니얼(Britt Daniel)의 목소리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기타 코드를 따라가는 우아한 첼로 선율과 건반 아래쪽을 슬렁슬렁 눌러대는 피아노, 살짝살짝 들어가는 기타 노이즈와 둔탁한 사운드 프로듀싱은 싫건 좋건 “Eleanor Rigby”가 모두를 사로잡던 어떤 순간의 기억들을 상기시키(거나 혹은 상상하)게 한다(도입부에서는 첼로가 시타(sitar) 비슷한 소리도 흉내낸다).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정신 없이 몰입할 수 있는 곡.

2. Art Brut “Modern Art”
: 거라지는 음악인가 스타일인가? 단정하고 깔끔한 막시모 파크(Maximo Park)가 스트록스(The Strokes)의 아이라면 네오 거라지 펑크 씬의 앙팡 테러블(처럼 보이는) 아트 브럿은 스투지스(The Stooges)의 사생아일 것이다. 무지막지하게 날리는 기타 노이즈와 신경질적인 비명으로 똘똘 뭉친 이 곡을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은 기교도, 멜로디도, 재치도 아닌 ‘청춘의 열정’ 하나다(이제 갑자원에 진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복고적으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진짜 옛날 노래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이 청춘의 열정이 휘발되면(대개 이런 건 금방 휘발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기 팝(Iggy Pop)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양아치 생활을 하던 시절은 오일 쇼크와 함께 끝났는데.

3. Meshuggah “Shed”
: 북유럽 데쓰메틀 밴드 중 최근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메슈가(Meshuggah)의 신보 제목은 [Catch 33]이다. 이 제목이 조셉 헬러(Joseph Heller)의 부조리 소설 [Catch 22]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반 전체에 부조리하고 건조한 그루브가 넘쳐흐른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음반의 대부분이 미들 템포로 일관하는 복잡한 엇박과 변박으로 시종하며, 조용한 대목에서도 선율을 비롯한 정서적 측면은 무자비하게 억눌려 있다. 배경음악 없이 총격전만 벌어지는 갱 영화 같기도 하다. 청자는 환각 아니면 환장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일단 듣고 나면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어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음악이다.

4. Missy Elliot “Lose Control”
: “Music”의 미시 엘리엇 버전?(“Music makes you lose control!”) 그녀의 경력에 범작 음반은 있어도 졸작 음반은 없었다. 우리를 즐겁게 했던 그 수많은 싱글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녀의 신보 [The Cookbook]의 첫 싱글인 이 곡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초기 일렉트로-하우스의 영향이 농후하게 드러나는 이 곡은 어떤 면에서 [Miss E… So Addictive]의 마이크로 싱코페이션 비트를 좀 더 복고적으로 뭉뚱그려 본 것 같기도 하다. 설사 이 곡이 좀 실망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다음 싱글들을 기다려 볼 수 있을 것이다. 넵튠스(The Neptunes)가 매만진 “On & On” 같은 곡들 말이다.

5. 라이너스의 담요(Linus’ Blanket) “Labor In Vain”
: 만약 라이너스의 담요를 증오하는 사람이라면 신보 발매 전 미리 나온 이 싱글을 여전히 증오할 것이다. 반면 라이너스의 담요에 열광하는 사람이 이 곡을 듣는다면 찬물로 세수를 한 기분이 들 것이다. 연주를 아무리 잘 하고 사운드 프로듀싱을 아무리 때깔나게 했다고 해도 이런 종류의 곡은 사실상 첫인상에서 승부가 난다. 이 싱글에서 그 첫인상은 희미하다. 간판 둘레의 네온사인은 기억하지만 정작 간판에 쓰여진 가게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영어 가사에 대한 내 의견은 이미 여러 번 밝혔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또 같은 말을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곡의 인상을 희미하게 만들어 버린 데 그 영어 가사의 역할이 지대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완전히 수포로(in vain)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는데 성공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곡이다. 라이너스의 담요에 대해 몇몇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6. 아스트로 비츠(Astro Bits) “Undo”/”Undo (Mix)”
: ‘윤상과 김동률의 사운드 이노베이터’라는 홍보문구를 접하게 되면 아스트로 비츠의 음악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줄지 대충 짐작하게 된다.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팝’이라는 말로 흔히 묘사되는 그 음악 말이다. 그러나 짐작하는 것과 듣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아스트로 비츠의 음반은 짐작하는 것 이상의 소리를 담고 있다. 통통 튀는 베이스 라인과 복고풍 신서사이저 선율, 간간이 삽입되는 브레이크비트, 훵키한 기타 샘플 루프가 분위기를 돋구는 이 곡은 어느 정도는 ‘클리셰’에 빚지고 있으며, 지나치게 꽉 찬 ‘의욕과잉’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살짝 울리는 하울링 노이즈를 꿰뚫듯이 나오는 하우스 비트가 등장하는 도입부를 비롯해 아스트로 비츠가 사운드를 다루는 솜씨에 토를 달수는 없다. 그러나 이 곡의 리믹스 버전은 리믹스 작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일깨워줄 뿐이다.

7. 와이낫?(Ynot?) “R.H.C.P(Rhythm Heroes’ Core Play)” 외
: 문화공동체 풀로엮은집(http://www.puljib.org/)에서 기획하는 ‘푸른음반 프로젝트’는 일종의 후원 제도이다(자세한 내용은 링크된 홈페이지와 [컬처뉴스]의 기사를 참조하기 바란다). 최근 네 밴드(노 네임 써(No Name Sir), 드라이브 샤워(Drive Shower), F.O.R, 와이낫?)의 싱글이 발매되었는데, 정신 없이 몰아치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찬양가인 “R.H.C.P”는 유난히 돋보이는 곡 중 하나이다. ‘자아성찰적’인 F.O.R의 “Ashes From Universe”, 운디드 플라이(Wounded Fly) 시절보다 훨씬 간결하고 밝아진 노 네임 써의 “난 그래”, 열혈청춘의 네오 펑크를 선보이는 드라이브 샤워의 “Novice Guitarist” 등은 평균 이상의 활력과 완성도를 들려준다. 이런 ‘대안적 운동’ 앞에서 보일 수 있는 태도는 (부정적인 것을 포함한) 관심 아니면 참여일 것이다. 쿨하고 건방진 댓글적 비웃음이 아니라. 20050718 | 최민우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