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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 Stripes – Get Behind Me Satan – V2, 2005

 

 

거라지 록 리바이벌, 창고의 일장춘몽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네오 거라지 록의 열풍은 그 많은 냉소와 비관적인 예언을 피해가지 못했다. 즉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의 정규 4집 [Elephant]의 성공을 끝으로 별 다른 수작도 나오지 않았고 평단과 팬들의 관심은 급격히 식어간 것이다. 그간 본 본디스(The Von Bondies)의 [Pawn Shoppe Heart](2004), 하이브스(The Hives)의 [Tyrannosaurus Hives], 뷰(Vue)의 [Down for Whatever](2004), 디트로이트 코브라스(The Detroit Cobras)의 [Baby](2005) 등 거라지 록 리바이벌 씬을 대표하는 밴드들의 신작은 꾸준히 발표되었지만 초기만큼의 신선함도 없었고 각 밴드마다 차별성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씬을 이끌어온 화이트 남매에게 기대해 볼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한 동안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는 음악 활동보다는 몇몇 가십거리로 더 유명세를 탔다. 잭 화이트는 그간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본 본디스의 리더 제이슨 스톨스타이머(Jason Stollsteimer)와의 폭행사건이 있었고, 2004년 9월에는 그의 고딕 패션까지 따라하며 결혼설까지 무르익게 했던 연인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와 결별하기도 했다(그녀는 올해 5월 컨트리 싱어 케니 체스니(Kenny Chesney)와 결혼했다).

그 와중에 만들어낸 음악은 어떨까?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의 정규 5집이자 메이저 레이블(V2)에서 두 번째로 발표된 [Get Behind Me Satan]을 접한 뒤 먼저 드는 느낌은 이제 “지저분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앞세운 거라지 블루스 록”이라는 이들의 음악적 색채는 많이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두 멤버의 모습만 등장하는 붉은 톤의 앨범 재킷은 여전하지만, 고풍스런 드레스 같은 걸 입고 있는 멕 화이트(Meg White)와 마술사 같이 코디한 잭의 모습은 꽤나 생소하다. 고딕? 앨범의 대표곡인 “Blue Orchid”의 어딘지 동화적이면서도 호러 영화같은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를 보면, 잭 화이트의 관심이 고딕쪽에 가 있음이 분명해진다. 그러나 헤미 메틀의 기타 리프같이 묵중하지만 깨끗해진 기타 톤과 나름대로 댄서블한 곡의 전개는 고딕 스타일과 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고 너무 정제된 느낌이다.

한편, 이 앨범에는 거칠고 투박한 블루스 록 스타일을 구사했던 일렉트릭 기타 위주의 전작들에 비해 다양한 악기와 연주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먼저 “My Doorbell”, “The Denial Twist”, “Take, Take, Take” 등 거의 모든 곡에 잭의 피아노 연주가 등장하는데, 특히 피아노 반주로만 전개되는 잭의 솔로 “I’m Lonely (But I Ain’t That Lonely Yet)”는 거의 피아노 블루스 같다. 또 잭의 마림바(marimba) 연주가 곁들여진 “The Nurse”와 “Forever For Her (Is Over For Me)”, 잭의 슬라이드 기타와 멕의 트라이앵글 연주로 시작되는 “Red Rain” 등도 의외의 시도이다. 물론 빠르고 경쾌한 밴조(banjo) 기타 연주가 매력적인 컨트리 넘버 “Little Ghost”,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같이 들리면서도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다운 질척하고 거친 거라지 블루스 록 넘버 “Instinct Blues” 등 완성도 높은 곡들도 있지만, 앨범은 전반적으로 건반을 앞세운 맥빠진 무드의 곡들이 반복되고 있으며 연주도 장황하다(어쿠스틱 기타 스트로크가 심플하게 전개되던 “Take, Take, Take”의 코러스 부분에 등장하는 웅장한(?) 피아노 연주는 정말 고역이다).

생각해보면 거라지 록 리바이벌의 급격한 쇠퇴는 장르의 태생적 한계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원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에 얼마 못 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리바이벌의 운명 말이다. 거라지 록 리바이벌은 아류라고는 할 수 없는 독창성과 진지함을 지니고 있었지만 결코 한 세대를 관통하며 롱런할 만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이 앨범은 또 다시 증명하는 것 같다. 20050710 | 장육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Blue Orchid [뮤직비디오]
2. The Nurse
3. My Doorbell
4. Forever For Her (Is Over For Me)
5. Little Ghost
6. The Denial Twist
7. White Moon
8. Instinct Blues
9. Passive Manipulation
10. Take, Take, Take
11. As Ugly As I Seem
12. Red Rain
13. I’m Lonely (But I Ain’t That Lonely Yet)

관련 글
White Stripes [White Blood Cells] 리뷰 – vol.3/no.23 [20011201]
White Stripes [Elephant] 리뷰 – vol.5/no.10 [20030516]

관련 사이트
The White Stripes 공식 사이트
http://www.whitestripes.com
The White Stripes 비공식 사이트
http://www.whitestrip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