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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gend – Get Lifted – Sony Urban Music/Columbia, 2004

 

 

레젼드-카니예 커플의 전략적 소울

존 레젼드(John Legend)의 본명은 존 스티븐스(John Stephens)이다. 레젼드라는 성은 다재다능과 깊이를 겸비한 그의 음악적 재능을 높이 평가하여 동료들이 붙여준 별칭이다. 레젼드는 5살 때부터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20대 초반부터 질 스콧(Jill Scott), 로린 힐(Lauryn Hill) 등과 같은 네오 소울 뮤지션들과 교류하였으며, 이후 자넷 잭슨(Janet Jackson), 알리샤 키스(Alicia Keys),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등과 일하며 음악적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갔다. 뿐만 아니라 정규 음반준비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곡들을 이미 작업해 놓았으며, 이를 토대로 라이브 앨범을 자체 제작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존 레젼드는 ‘준비되어 있는 뮤지션’이었다는 소리인데, 사실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지금과 같은 대박의 반열에 오르기 전부터 그와 연줄을 잘 만들어 놓은 것이야말로 진짜 확실한 준비 내지는 예지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카니예 웨스트가 크게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카니예 본인의 앨범은 물론 존 레젼드의 정규 앨범도 덩달아 연기되었지만 그래도 2004년 12월 28일, 해는 넘기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쓴 데뷔 앨범 [Get Lifted]가 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음반 비수기 시즌을 틈타 은근한 반향을 일으켰다.

앨범의 시작은 이렇다. 간결한 피아노 연주와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소울풀한 보컬이 호감을 주는 인트로가 끝나면, 그 분위기를 이어받은 “Let’s Get Lifted”가 첫 곡으로 등장한다. 이런 패턴의 연주는 알리샤 키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카니예가 솜씨를 낸 비트가 발 없는 귀신마냥 어느새 다가와 버리는 “Used To Love U”로 넘어가면, 알리샤 키스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레젼드-카니예 커플만의 오붓한 분위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는 “Alright”, “She Don’t Have To Know”를 연속해서 듣고 있노라면 레전드-카니예 커플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 곡들에서는, 튀지 않으면서도 인상에 남는 찰진 비트, 호흡은 짧지만 가볍게 그루브를 타며 곡의 분위기를 무리 없이 이끄는 레전드의 보컬, 더불어 뜬금 없이 튀어나오는 법이 없는 레젼드의 피아노까지,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잘 상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그들만의 색깔은 언뜻 듣기에 그저 여유 있게만 보이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계산하고 설계하여 레젼드의 영역과 카니예의 영역 어느 한쪽의 희생 없이 공존하려는 그들의 전략에서 비롯되었다.

다음 트랙인 “Number One”은 샘플링과 그리고 랩까지 카니예의 손길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곡이고, 명료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와 레젼드의 찰진 음색만으로도 모든 공간이 꽉 차는 “Ordinary People”은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연상시킨다. 뒤이은 “Stay With You”는 “Ordinary People”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여유와 연륜을 보여주는데, 자신의 음성을 여과기로 사용하여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증폭시켰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클래식 소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어둠 속에서 희망을 찾다’라는 교훈을 가진) “So High”와 “It Don’t Have To Change”가 버티고 있는데, “So High”가 흑인 영가 특유의 비장미에 근거하여 만들어 졌다면 “It Don’t Have To Change”는 흑인 영가 특유의 낙천성을 강조하여 만들어졌다.

존 레젼드와 카니예 웨스트의 커플은 그야말로 선수들의 만남이다. 존 레젼드는 (그와 일했던 뮤지션들의 면면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뮤지끄(Musiqe), 플로트리(Floetry)에서부터 자넷 잭슨(Janet Jackson), 어셔(Usher)를 아우를 정도로 성향이 매우 다양하고 폭이 넓다. 고전 소울에 대한 깊이와 파퓰러한 감성까지 두루 갖춘 그는 감각에 있어서 만큼은 천부적이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같이 일하는 뮤지션의 성향에 따라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재주를 시기 적절하게 접목시킬 줄 안다는 점이다. 그리고 카니예 웨스트 또한 도드라지는 카리스마보다는 어울림을 주는 비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레젼드와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따라서 이 음반을 ‘소리’라는 개념으로 접한다면 그들의 조우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존 레젼드가 굳이 자신의 솔로 데뷔 앨범에서 카니예와의 어울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냐는 점이다. 성향이 다른 뮤지션들과 카멜레온처럼 조우하던 신출귀몰함은 그가 스텝의 입장이었기에 취해야 할 당연한 자세였지만, 솔로 앨범을 내는 데에도 굳이 다른 뮤지션과 성향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건 불필요해 보인다. 존 레젼드도 혼자서 충분히 정규 앨범을 만들어낼 수 있고,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든지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카니에 웨스트가 과하게 앨범에 관여한 것은 별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소울을 음악으로 실현시키기 고민해야 할 시간을, 비슷한 비중을 가진 또 하나의 프로듀서와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시간으로 쪼개 쓰게 되므로, 결국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색보다는 어울릴 수 있는 색을 찾으려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존 레젼드의 색깔을 희석 시켜 그가 말하는 ‘소울 음악’을 부자연스러워 보이게 만들었다. 이 앨범이 존 레젼드의 데뷔 음반이 아니라 레젼드-카니예 커플의 프로젝트 음반이었거나, 중견 가수가 된 존 레젼드가 어느날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고 음악적 감흥에 활력을 얻고자 펼친 윈-윈 전략이었다면 오히려 더 편하게 들었을 것이다. 20050716 | 박연세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Prelude
2. Let’s Get Lifted
3. Used To Love U
4. Alrightl
5. She Don’t Have To Know
6. Number One (feat. Kanye West)
7. I Can Change (feat. Snoop Dogg)
8. Ordinary People
9. Stay With You
10. Let’s Get Lifted Again
11. So High
12. Refuge (When It’s Cold Outside)
13. It Don’t Have To Change (feat. The Stephens Family)
14. Live It Up (feat. Miri Ben-Ari)

관련 사이트
존 레젼드 공식 홈페이지
http://www.johnleg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