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01114809-giant

배치기 – Giant – Sniper Sound/Pony Canyon Korea Inc., 2005

 

 

거칠지만 독창적인 것이 낫다

“배치기”는 1983년생 동갑내기인 무웅과 탁으로 이루어진 힙합 듀오다. MC 스나이퍼의 클랜인 “부다베이비(BuddhaBaby)”에서 활동했고, 대부분의 비트를 스나이퍼가 만들어준 것을 보면 대강 이들의 음악을 짐작할 수 있다. [Giant]는 역시나 전체적으로 단순한 기본 비트에 멜로디가 강한 샘플링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스나이퍼 스타일의 음악에 크게 반(反)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MC의 랩스킬은 비트의 제약을 훨씬 뛰어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전체적으로 디스코와 트로트, 훵크와 포크의 질감을 적절하게 뒤섞은 힙합 비트가 앨범의 뼈대다. “외국음악은 영어를 못해서 많이 안 듣는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MC 스나이퍼는 자신의 앨범들에서처럼 ‘족보없는’ 비트를 만들어냈고 이 곡들은 확실히 묘한 매력이 있다. 넵튠스의 스타일이니 카니예 웨스트의 테크닉이니 ‘족보’를 따지기 이전에 가요에서 익숙하게 들어왔던 음악이 힙합이라는 틀안에서 변주된다. 해금 연주를 삽입하고(“Unfade”), 트롯 샘플링도 들어가고(“남자의 로망”), 부드러운 통기타 연주도 있다.(“Unfade2”) 이것들은 가요와 힙합 사이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한국적인” 비트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비트는 배치기의 투박한 정서와 잘 어울린다. 이들은 “yes yes yo” 하나를 외칠 때도 아주 열심히 힘을 실어 외친다. 돈이나 자신의 실력에 대한 집착이 덜한 대신,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에서 오는 격한 감정들을 토해낸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이것 뿐인데 넌/
나 갈 수 있는 길은 이 길뿐인데 넌/
내게 손을 내밀어줄 사람은 없어/
이미 난 세상살이에 선을 긋고 있어/”(“선”)

부모에게 돈 달라고 하는 얘기(“젊은이의 양지”), 우탱클랜을 듣고 우탱이 되고 싶었다는 기억(“Jackson5”), 이별가(“Unfade”)와 정신없는 언어유희로 무장한 힙합의 찬가(“공제선””시적출력”)까지, 이들의 언어는 20대 초반 남자아이들의 투박한 감정 그대로다.

그러나 이 투박한 감정들이 빛을 발하는 것은, 그것들이 고도로 세련된 랩스킬에 실려 전달되기 때문이다. 배치기의 두 MC 무웅과 탁은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이 10년 동안 숱한 논쟁과 함께 발전시킨 한국어 랩의 성과를 앨범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끝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음절에 걸쳐 음운의 구조를 일치시키는 다음절 라임(“시중일관 드라마 같은 뻔한 스토리/지긋지긋해/지끈지끈 아픈머리 한손에 움켜쥐고”), 같은 글자 수를 유지하면서 대구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그 대표적인 테크닉이다.(“한 곡을 위한 나의 막노동/더해가는 내 고통/술에 쪄든 내 몸통/괴롭다 술먹자/피땀흘린 노력과/피치못할 고통은/피차일반 똑같애/생색은 생략해”)

무웅이 상대적으로 저음의 톤으로 위와 같은 라임의 딜리버리에 주력한다면 탁은 플로우와 리듬의 변화를 통해 곡에 다양한 색깔을 입힌다. “반갑습니다”와 같은 곡에서 그는 호흡조절과 셋잇단음표로 치고 들어오는 랩을 통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곡을 현란하게 장식하고 있다. “Unfade”에서는 목소리 톤과 리듬의 변화를 통해 감정의 변화를 전달하려는 시도도 보여준다.

배치기는 대단한 특기를 가진 MC들은 아니다. TigerJK의 현란한 플로우와 억양, 다이나믹 듀오의 세련된 사운드, 에픽하이의 시각적인 가사와 비교해 볼 때 이들의 음악과 랩은 투박하고 거칠다. 그러나 이들 음악에서는 한국 힙합 음악의 자생적인 고민들이 묻어있다. 외국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우리식 힙합을 할 것인가. 아니면 영어를 한국어로 성실하게 “번역”해내는 음악을 할 것인가. 배치기의 데뷔앨범은 10년의 고민끝에 한국 힙합 음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의 가닥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050425 | 선민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Giant
2. 선 작사
3. 젊은이의 양지
4. 남자의 로망
5. Skit #1
6. Unfade
7. 반갑습니다
8. Mrs.
9. 북치기 박치기
10. 하루경주
11. Jackson 5
12. 두통
13. DMC
14. Move The Crowd
15. 공제선
16. 시적출력
17. Dear
18. Unfade 2
19. 천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