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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o – Restraint – Dreamy, 2004

 

 

여전한 우울과 내향성, 그리고 변화의 전조

2003년 말 라이선스 앨범 [Coming To Terms/4 EPs]가 발매된 이후 극소수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은밀히 회자되던 아르코(Arco)의 음악은 꽤 널리 알려져, 지금은 팬 사이트가 생기고 개인 홈페이지 등에 많은 음원들이 떠돌고 있는 정도가 되었다. 이상한 것은, 아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은 모두들 이들의 음악을 우울, 사색, 수줍음이란 단어로 표현하고 혹자는 매우 쓸쓸한 느낌의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다(필자도 조금의 책임은 통감한다). 시대의 막막함과 우울함을 해소할 카타르시스를 원함인가. 우울한 음악에 대한 갈증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마치 자신들의 일기장을 펼쳐보이듯 앨범 수록곡들을 매달 한 곡씩 홈페이지에 올린 이들의 행위는 소박함 그 자체였고, 마침내 발표된 새 앨범 [Restraint]는 제목 자체를 ‘절제’로 지었듯 답답할 만큼 내성적이고 욕심 없는 사운드로 일관한다. 즉 느리고 성기지만 섬세한 미감을 발하는 클린 톤의 기타 음, 크리스 힐리(Chris Healey)의 나직한 속삭임, 베이스와 드럼의 미니멀한 활용을 통한 처연한 다운비트, 장식미를 부여하는 브라스 활용 등 아르코식 슬로코어를 정의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특히, 전작의 “Babies’ Eyes”의 여린 감성에 닿아 있는 “Perfect World”의 꿈결 같은 선율과 “Happy New Year”의 서정은 뼈가 시리도록 아름답다.

한편, 기존의 곡들에 비해 다소 특색 있는 곡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빠른 어쿠스틱 기타 백킹으로만 연주되다가 간주부에 스산한 노이즈가 잠시 신경을 자극하는 “Stream”이나 리버브와 디스토션을 강하게 먹였지만 피치를 낮춰 ‘웅웅’거리는 소리로 산파되는 기타 노이즈와 불길한 음향들이 혼령처럼 부유하는 “Last Bus”의 실험은 자칫 감상만 흘러넘치게 될 수도 있었던 앨범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Restraint]는 4년 전의 전작 [Coming To Terms]의 내성적인 속삭임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지만, 이런 실험적인 접근은 앞으로 아르코가 펼쳐보일 새로운 시도의 전조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아르코의 이 앨범에는 평화에 대한 기원이 담겨 있다. 그리고 다소 순진한 이 기도(?)를 빌어 이 글을 읽는 모든 그와 그녀들에게 올 해 마지막 인사를 올린다. “행복한 새 해를 상처 입은 모든 이들에게 / 지금 모든 일이 밝아지기를 기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 불빛이 창백하게 흐린 지금 / 행복한 새 해를 / 행복한 새 해를”(“Happy New Year”). 용감하시라. 이 불한당 같은 시대에, 우울한 침체의 시대에… 20041217 | 장육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Diary
2. Stream
3. Perfect World
4. Dunwich
5. Silent Wonder
6. Somehow
7. Meant
8. Get Through This
9. Second Skin
10. Last Bus
11. Happy New Year

관련 글
Arco [Coming To Terms/4 EPs] 리뷰 – vol.5/no.22 [20031116]

관련 사이트
Arco 공식 사이트
http://www.arco.org.uk
Dreamy Records의 Arco 페이지
http://www.dreamyradio.com/dreamy2002/arco/release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