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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 Harvey – Uh Huh Her – Island, 2004

 

 

또 다른 중간 좌표

키보드와 전자 리듬을 도입한 [Is This Desire?](1998), 나아가 머큐리 상을 수상한 [Stories From The City, Stories From The Sea](2000)의 다소 매끈하고 온건한(?) 사운드는 상찬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한 성찰 때문이었을까. 피 제이 하비는 새 앨범 [Uh Huh Her]에서 2000년작과는 다소 대립적인 풍경을 불러왔다. 대부분의 악기를 연주했을 뿐 아니라 최초로 자신이 프로듀싱을 한 이 앨범은, 고도로 프로듀싱된 사운드를 거부하고 로파이 홈레코딩의 결과물을 호출했다. 특히 기타가 주도하는 록으로 회귀한 듯한 인상도 준다. 영국의 집에서 4트랙, 8트랙 레코더로 녹음한 산물임을 상징이라도 하듯 앨범 커버는 예쁘고 매끈하지 않은 얼굴을 확대노출했다(물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일은 그녀의 전매특허이긴 하지만).

먼저 초기의 곡들에서 보여준 비탄과 고통, 섹스, 여성적 역할 등은 여전히 그녀의 화두임을 증명한다. 거친 베이스와 기타 리프가 득의양양한 “The Life and Death of Mr Badmouth”는 연인의 입을 독이라고 비유하면서 입을 비누로 씻어버리겠노라 선언하는 무뢰한에 대한 송가에 다름 아니다. 탬버린과 일렉트릭 기타만으로 간결하게 배치한 “Pocket Knife”는 아름다운, 하지만 섬뜩한 살인 발라드로, 웨딩드레스 뒤에 숨겨진 포켓나이프(숨겨진 여성적 파워?)를 번뜩이며 “넌 날 아내로 만들 수 없다”고 선언한다.

그런데 이 앨범의 소리 풍경은 사뭇 대조적이다. 삐걱거리는 목소리와 거친 기타 리프의 “Who The Fuck?”나, 빠르게 질주하는 기타 스트러밍과 음산한 보컬의 “Shame”부터, 몽환적이고 살랑거리는 “You Come Through”, “The Slow Drug”이나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연주되는 간결한 포크 발라드 “The Desperate Kingdom of Love”까지 포진되어 있다. 다른 한편, 막간 역할을 하는 곡의 배치는 의외의 구성이다. 짧은 연주곡 두 곡과, 68초 소품 노래 “No Child of Mine”가 그것으로, 친구 이상의 사이로 소문이 돌았던, 그러나 지금은 결별한 것으로 알려진,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및 배우 빈센트 갈로에 대한 헌정가라는 후문의 “The End”는 그렇다 치더라도, 갈매기 소리만으로 채워진 1분대 소품 “Seagulls”는 의아한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 2000년 전작이 결합과 행복의 메시지를 설파했다면 이 앨범은 다시 어두워진 느낌이다. 물론 하비는 이 앨범이 어둡고 암울한 앨범이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마지막에 배치한 “정신병도…슬픔도 없는 땅”에 대한 노래 “The Darker Days of Me & Him”가 이를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나아가 탄식, 웃음, 헐떡거림 등 다양한 의성어로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 제목의 앨범 타이틀은 이 앨범이 또 다른 식의 중간적 좌표에 위치함을 보여준다. 물론 이는 보기에 따라, 2000년작과는 다른 식의 퇴행의 이름인지도 모르겠지만. 20041217 | 최지선 [email protected]

8/10

* 이 글은 [IF]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수록곡
1. The Life and Death of Mr. Badmouth
2. Shame
3. Who the Fuck?
4. Pocket Knife
5. The Letter
6. The Slow Drug
7. No Child of Mine
8. Cat on the Wall
9 You Come Through
10. It’s You
11. The End
12. The Desperate Kingdom of Love
13. [Untitled] 14. The Darker Days of Me &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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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jharve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