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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오 – DAO – 푸른곰팡이, 2004

 

 

세련되게 드러내지 않기

2000년 문라이즈에서 발매된 스위트피의 1집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에는 문라이즈 컴필레이션 씨디가 함께 들어 있었다. 문라이즈 소속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모아놓은 이 음반은 문라이즈의 색깔을 드러내는 ‘샘플러’면서 동시에 신인들의 다양한 사운드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팬 서비스’이기도 했다. 수록곡들 중에서는 이스페셜리 웬(Especially When)의 “Clare”와 이다오의 “등대지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이 중 “등대지기”는 소박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정갈한 음색이 매력적인 포크 송이었다. 이후 이다오는 문라이즈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에 “슬픈 화성인”을 수록해 어쿠스틱 사운드에 전자음을 섞어 몽환적이면서 세련된 사운드를 만들기도 했고, 하나뮤직으로 옮긴 2002년 즈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음반 작업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나뮤직 컴필레이션 [꿈](2003)에 “작은새나비벌레파리”를 실으며 모던 록의 경쾌함도 선보이기도 한 그는, 2004년 7월에 이르러서야 1집 [DAO]를 발표했다.

음반의 프로듀싱은 조동익이 맡았다. 장필순의 6집에서도 감지되던 조동익의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혼합하고 넘나드는 실험성은 이 음반에서도 드러난다. 게다가 이다오는 첫 음반에 대한 과도한 욕심을 버린 듯 소박하게, 과하지 않게 연주하고 노래한다. 결과적으로 음반은 서정적이면서 역동적인 에너지로 채워졌다.

이 음반을 플레이시키는 당신은 “굿바이 지구”의 낮게 속삭이는 사운드로부터 “거울아이”의 점층적으로 진행되는 몽환적인 사운드의 향연을 지나 “병든 꽃”의 세련된 훅(hook)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은새나비벌레파리”의 마치 비 온 뒤 상큼한 풀 냄새같은 기타 사운드를 지나면 새로 녹음된 “등대지기”의 아득한 전자 드럼과 신서사이저 시퀀싱을 만나, 어쩌면 깜빡 잠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내 “고아”와 “뻔뻔한 물루”의 리버브 사운드/전자음과 날 것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의 교차로에서 잠이 깨어 잠시 어리둥절, 두리번거리게 된다면, “낡은 여관방”의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정감어린 가사, 그리고 쉽게 외우게 되는 후렴구에 다시 방향을 잡아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난 햇살 뒤에”의 아련하게 몽롱한 사운드와 “오렌지 블록”의 흥겨운 비트 사운드는 남은 여정의 배경음악으로서도 충분하고. 이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곡들은 “거울 아이”와 “낡은 여관방”이다. 전자 드럼 루핑과 신서사이저 시퀀싱에 묻어 흐르는 소박한 속삭임이 점차 그 층을 넓혀가며 공간을 빼곡이 채우는 사운드가 “거울 아이”라면, “낡은 여관방”은 ‘모르는 게 무척이나 많던 유년시절’에 바치는 착하고 예쁜, 달콤쌉쌀한 송가다.

사실 이 음반의 매력은 이러한 태도들이 충돌하지 않은 채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따스한 질감, 그 사이사이에 숨겨놓듯 배치한 전자음의 조합의 결과로 드러난다. 하여, 음반은 전체적으로 도시적이면서 서정적인, 소박하지만 세련된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바 창작이라는 것을 더 많이, 더 높이 쌓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쌓여있는 제각각의 욕망들을 하나씩 ‘버리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세련된 창작물이란 결국 그런 과정에서 남은 최소한의 어떤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다오의 데뷔 음반은 반짝이는 고급 다기(茶器)가 아니라,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머그잔 같다. 해질 녘, 이런 잔에 함부로 타서 마시는 차나 커피가 또한 하루의 위안이기도 할 테고. 이런 머그잔은 외면하기 어렵다. 20040727 | 차우진 [email protected],com

7/10

수록곡
1. 굿바이 지구
2. 거울 아이
3. 병든 꽃
4. 작은새 나비 벌래 파리
5. 등대지기
6. 고아
7. 뻔뻔한 물루
8. 낡은 여관방
9. 난 햇살뒤에
10. 오렌지 블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