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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stürzende Neubauten – Perpetuum Mobile – Mute, 2004

 

 

다른 세기에서 (인더스트리얼) 음악하기

아인슈튀르젠데 노이바우텐(Einstürzende Neubauten)은 1980년 독일에서 결성되었다. 이들은 착암기, 스프링, 쇠파이프, 망치 등과 쇠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물건들을 이용하여 실험적이며 공격적이고 광기가 가득한 매우 독특한 음악을 만들었다. 이들은 초기에는 매우 거칠고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노래부르고 ‘연주’했으나, 점점 세련된 방식으로 변해갔다. 결국 현악을 앞세운 곡이 3곡이나 있는 ‘우아’한 앨범인 [Ende Neu]부터는 조용하면서 다소 나른한 느낌의 음악으로 변한 듯 하였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 이들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서 앨범에 들어갈 곡 중 2곡 정도를 공개했다. 그중 눈에 띄는 곡은 전작들에서 들려주던 곡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Selbstportrait Mit Kater”였다. 여전히 둔탁한 느낌을 주지만 경쾌한 리듬. 독일어 가사를 가진 곡이지만 한번만 들어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영어로 만들어진 재미있는 후렴. 한마디로 따라 부르기 쉬운 인더스트리얼 ‘팝송’을 만들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곡이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나른한 느낌의 전작들과 다르게 생기 있는 곡들로 채워진 대중적인 앨범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전 앨범인 [Silence Is Sexy]와 비슷하게 디자인된 부클릿이 보여주는 것처럼 전 앨범들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앨범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감도는 몽롱한 느낌은 [Silence Is Sexy]를 연상시키고, 가사나 제목에 등장하는 바다, 새, 사랑 등은 [Tabula Rasa]를 연상시킨다. “Der Weg Ins Freie”는 [Tabula Rasa]의 “Sie”의 [Silence Is Sexy]버전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전작과 달리 에어컴프레서와 플라스틱 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곡들이 눈에 띈다. 건조한 느낌의 앨범의 첫 곡 “Ich Gehe Jetzt”부터 플라스틱 관을 에어 컴프레서의 바람으로 연주하여 만든 곡이다. 이 곡은 나름대로는 독특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곡이지만 아인슈튀르젠데 노이바우텐의 곡치고는 평범한 수준의 곡이다. 제목처럼 바다와 파도를 표현한 곡인 “Ozean Und Brandung”는 플라스틱 관과 에어 컴프레서를 이용하여 만든 연주곡이다. 전 곡과 다르게 에어컴프레서를 이용해서 다분히 실험적인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 곡은 다음 곡인 “Paradiesseits”를 위해서 존재하는 연주곡으로 보인다. “Paradiesseits”에서는 무거운 에어컴프레서와 플라스틱 관을 마치 무거운 관악 사운드를 연상시키도록 연주했다. 앨범에서 에어컴프레서를 사용한 곡 중 가장 잘 만들어진 곡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어컴프레서와 플라스틱 관으로 만들어 내는 소리는 그다지 개성이 강한 소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 곡들의 소리는 새로움을 느끼기 힘들다. 실험적인 곡인 “Ozean Und Brandung”도 듣기에 따라 메르즈보(Merzbow)의 화이트 노이즈가 가득한 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앨범의 제목과 같은 “Perpetuum Mobile”는 앨범커버에 있는 ‘Air Cake’를 사용하여 만들었다는 13분이 넘는 대곡이다. 천둥이 치는 듯한 인상적인 도입부로 시작하는 이 곡은 작은 금속 파이프를 쇠로 만들어진 막대기로 치는 듯한 쇳소리가 처음부터 곡의 끝까지 이어진다. 이 쇳소리의 울림은 처음에는 상당히 귀에 거슬리지만 계속 듣다보면몽롱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긴 곡이지만 오래된 연륜을 가진 밴드의 곡답게 완급조절이 잘되어있다. 이번 앨범에도 전 앨범들처럼 현악을 이용한 분위기 있는 곡도 보인다. “Youme & Meyou”와 “Grundstück”이 그런 곡에 해당된다. 이 두 개의 곡 중 “Youme & Meyou”는 전작들에 있는 비슷한 종류의 곡들과 큰 차이점이 없는 곡이다. 하지만 “Grundstück”는 울림이 좋은 쇠들의 연주 위에 현악을 섞어 고요한 공간감을 연출한 인상깊은 곡이다.

아인슈튀르젠데 노이바우텐은 앨범마다 쉽게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밴드였다. 하지만 이번에 이들은 전 앨범과의 차이점을 쉽게 느끼기 힘든 음악을 가지고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결과물은 나쁘지 않지만, 거칠고 개성 넘치는 음악을 들려주던 초기와 비교하면 맥빠지는 앨범에 속한다. 밴드가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조용하고 밝은 느낌으로 변해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와 실험이 중요한 밴드에게 별 변화가 없는 결과물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20년이 넘게 활동한 이들에게 변화할 폭은 좁겠지만, 그래도 다음 앨범에서는 좀더 큰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20040704 | 고두익 [email protected]

6/10

* 한정판에는 본 앨범의 곡 중 4곡이 5.1채널 Dolby Digital과 PCM스테레오로 담겨진 DVD가 들어있다. 음 분리가 그리 잘되어 있는 편은 아니지만, “Grundstück”은 이들의 팬이라면 5.1채널로 꼭 들어보기 바란다.

수록곡
1. Ich Gehe Jetzt
2. Perpetuum Mobile
3. Ein Leichtes Leises Sauseln
4. Selbstportrait Mit Kater
5. Boreas
6. Ein Seltener Vogel
7. Ozean Und Brandung
8. Paradiesseits
9. Youme & Meyou
10. Der Weg Ins Freie
11. Dead Friends (Around The Corner)
12. Grundstück

관련 사이트
Einstürzende Neubauten 공식 사이트
http://www.neubaute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