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418101703-plea평화를 호소하는 인디 록 공연: Plea For Peace 2004

 

‘평화를 위한 호소'(Plea For Peace: 이하 P4P)라는 더 이상 시의적절할 수 없는 제목을 단 인디 밴드들의 합동 전미 순회공연은, 그동안 태평양을 오가는 왕성한 활동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도 이름이 알려진 스카 펑크 음악인이자 인디 레코드사 아시안 맨(Asian Man Records)의 대표이기도 한 한국계 미국인 마이크 박(Mike Park)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의 자세한 경력과 살아온 이야기에 관해서는 이번 [weiv] 특집에 함께 실린 인터뷰를 참고하면 될 테니, 여기서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P4P 투어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일단 투어 홈페이지에 실린 소개말을 그대로 옮겨와 보기로 한다.

1999년 창설된 ‘평화를 위한 호소’ 재단은 비영리 조직입니다. 우리의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음악의 힘을 통해 평화 이념을 증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만인의 평등함을 믿으며, 평화 이념을 공유하고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을 위해 행동 및 교육의 장(場)을 창출하는 데 우리의 노력이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까지 우리 재단은 전국적 및 세계적 차원의 음악 순회 공연을 능동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10대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열 수 있도록 기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 시설은 스포츠나 기타 학교 및 친구들이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것들 말고도 다른 데 관심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1년 내내 열릴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음악 연주, 예술 창작, 무용, 대화 등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것입니다. 창립 이래 우리 재단은 미국에서 세 차례, 일본에서 두 차례 자선 순회 공연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자선 활동을 통해 10만 달러가 넘는 기금을 모았고, 앞으로도 음악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일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호소’를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들이 투어를 통해 마련한 기금 중 일부는 이미 여러 자선활동에 쓰였는데,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2000년 일본 공연시 코베(神戶) 대지진 구호를 위해 기부한 150만 엔, 2003년 히로시마 평화 박물관에 기부한 100만 엔,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 기근 구호를 위해 지출한 457달러이다.
마이크 박이 조직한 첫 합동 순회공연은 1998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스카'(Ska Against Racism)란 제목으로 열렸다. 재단 설립 이후 2000년에 현재의 제목을 걸고 시작된 P4P 투어는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밴드들과 함께 공연함으로써 나름의 국제적인 면모도 갖추게 되었다. 투어의 헤드라인을 맡은 알칼라인 트리오(the Alkaline Trio), 그리고 같은 해 투어와 같은 제목으로 발매된 자선 기념 음반에 참여한 이이(eE)와 일본의 뉴웨이브 밴드 폴리식스(Polysics) 등의 면면에서 드러나듯, 그간 주종을 이루었던 스카 펑크로부터 음악적으로도 폭을 넓혀가는 것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브 시티(Sub City) 레이블과 아시안 맨의 연합을 통해 확장된 2001-2년의 ‘P4P / Take Action’ 투어는 10대 청소년 자살이라는 사회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전화 핫라인 네트워크를 후원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2003년의 P4P는 3회의 짧은 일정으로 일본에서만 진행되었는데, 팟샷(Potshot), 스톰(Storm), 뉴로테이카(ニュ-ロテイカ), 우츠미 요코(うつみようこ), 케무리(Kemuri) 등 지역 밴드들이 대거 무대에 올랐다.
4월 19일 미네아폴리스에서 닻을 올려 대략 3개월에 걸쳐 미국 방방곡곡을 도는 2004년 P4P 투어는 시대가 시대인 만큼 정치적인 쟁점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다시 이들의 말을 인용해 보자.

2004년에 음악은 선거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다가오는 선거는 아마도 투표권을 지닌 시민으로서 우리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일 것입니다. 우리는 선거일 이전까지의 중대한 시간 동안 적극적인 참여를 기본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순회공연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선거 과정 그 자체의 힘과 중요성에 기본적인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주요 목표는 청소년 공동체와 젊은 성인들로 하여금 투표에 흥미를 갖게 하고, 무엇이 올바른가를 스스로 결정하여 미래를 위해 자신들에 목소리가 들리게끔 하는 데 있습니다. 어느 도시에서든 투표자 등록이 가능하며, 공연 관람객들은 어떤 정당의 지지자로든 등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동일한 목표를 내건 1990년대 초의 ‘Rock The Vote’ 캠페인이 제 1차 부시 행정부를 선거를 통해 갈아치우는 데 한 몫 했던 일을 좀 나이 든 록 팬들은 기억할 것이다. 18-25세의 청년층 중 71%가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실정에 비추어볼 때, 이들로 하여금 현실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날로 보수반동 군사적 제국주의의 길로 향해 가는 미국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지만, 이 잔혹한 폭력의 시대에 ‘전쟁 반대, 평화 호소’의 정치적 의미는 너무나도 분명한 것이다.
음악 면에서도 올해의 P4P 투어는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풍성하다. 이전처럼 아시안 맨이나 서브 시티 등 특정 레이블 소속 밴드들 중심도 아니고, 스카 또는 펑크로만 스타일이 제한된 것도 아니다. 스카 밴드 리더가 아닌 싱어 송라이터로 선을 보일 마이크 박, 인디 록의 새로운 중심부로 떠오르는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출신의 커시브(Cursive), 서늘한 여성 보컬을 앞세운 드낼리(Denali), 블랙/데쓰 메탈을 진동시킬 다케스트 아워(Darkest Hour), 극도로 비판적이고 정치적인 랩/스포큰 워드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솔 윌리엄스(Saul Williams) 등.
그동안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에 유난히 관심을 기울여 왔던 [weiv]는, 2001년 마이크 박이 한국에 왔을 때야 비로소 그의 이름을 접한 이래 여러 번 그와 관련된 특집을 구상해 왔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렇게 3년 가까이 흘렀으니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P4P 투어야말로 그의 사회적 활동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기에 서둘러 이번 특집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번에 미처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그의 음악적 성취를 언젠가는 한번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기 바랄 뿐이다. 20040410 | 김필호 [email protected]

추신: 재작년 [weiv]와 인터뷰를 통해 소개된 시카고의 한국계 인디 로커 제니 초이가 최근 이메일 소식지를 보내왔다. 이에 따르면 그녀가 작년에 처음 조직했던 AIR (Asians In Rock) 투어에 올해에는 마이크 박이 헤드라인으로 설 예정이고, 이이, 에이든(Aden), 플러스/마이너스, 리처드 발루유트의 밴드인 와이설 레인(Whysall Lane)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거물급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어쩌면 디어후프(Deerhoof)까지도. 작년 가을에 출시된 제니의 최근 앨범 또한 원래 아시안 맨에서 나올 계획이었으나, 중도에 차질이 빚어져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이렇듯 아시안 아메리칸 인디 록 음악인들이 한데 뭉쳐 하나의 씬을 형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뿌듯한 일이다. Peace & Unity!

관련 글
제 3차 스카 리바이벌’의 선구자, 99.9%의 인디 맨: 마이크 박과의 인터뷰 – vol.6/no.8 [20040416]
Pioneer of the Third Wave Ska Revival, 99.9 Per Cent Indie Man ? An interview with Mike Park – vol.6/no.8 [20040416]
Denali [The Instinct] 리뷰 – vol.6/no.8 [20040416]
Cursive [The Ugly Organ] 리뷰 – vol.6/no.8 [20040416]
Mike Park [For The Love Of Music] 리뷰 – vol.6/no.8 [20040416]
Jenny Choi [Postcard Stories] 리뷰 – vol.6/no.8 [20040416]

관련 사이트
‘Plea For Peace’ 투어 홈페이지
http://www.pleaforpeace.com
마이크 박 홈페이지
http://www.mikeparkmusic.com
아시안 맨 레코드사 홈페이지
http://www.asianmanrecords.com
칭키스 홈페이지
http://www.thechinke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