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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water – Songs We Should Have Written – Jetset, 2004

 

 

원형을 해치지 않는 재미있는 변형의 미학

새로운 창조물보다 익숙한 것의 변형에 더 흥미를 느낄 때가 있다.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와 취향을 드러내면서 선배들의 음악에 오마주를 보내는 커버 앨범 같은 것 말이다. 대게 이러한 앨범은 다수의 밴드들이 참여하는 헌정작이나 뚜렷한 컨셉을 담고 있는 편집앨범으로 발매되는 것이 보통이며, 한 밴드의 단독 작업인 경우 아직까지 자작곡이 충분하지 않고 지명도가 낮은 신인급 밴드가 발표하는 것이 보통이다. 제목부터가 솔직한 파이어워터(Firewater)의 [Songs We Should Have Written]은 이런 점에서 다소 예외적인 커버 앨범이다. 파이어워터는 ‘경찰이 경찰을 쏘다’라는 도발적인 이름의 밴드 캅 슈트 캅(Cop Shoot Cop)을 이끌었던 토드 애슐리(Tod Ashley)가 만든 뉴욕 출신의 인디 록 밴드로서 1996년에 결성되어 이미 4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중견 밴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4장의 앨범 중 [Psychopharmacology](2001)와 2003년 신작 [The Man on the Burning Tightrope]는 이들의 복고 취향을 잘 드러내는 앨범들로서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주로 미국 평단으로부터 꽤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일단 [Songs We Should Have Written]의 수록곡 리스트는 그리 낯설지 않다. 비틀즈(The Beatles)의 “Hey Bulldog”이나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Paint It Black”과 같이 유명한 곡은 물론이고 프랭크 시내트라(Frank Sinatra)나 자니 캐시(Johnny Cash) 등의 고전도 뻔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곡들은 대중들에게 너무 익숙하고 이미 많은 뮤지션들이 연주했기 때문에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파이어워터는 이러한 점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원곡의 분위기나 연주 방식을 따르면서 이를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첫 곡인 “The Beat Goes On”는 셰어(Cher)가 몸담았던 혼성 포크 팝 듀오 소니 앤드 셰어(Sonny & Cher)의 1967년 앨범 [In Case You’re In Love]에 실렸던 곡으로서 스윙 무드를 조성하던 브라스 연주는 투박한 기타 리프와 화려한 해먼드 오르간 음으로 대체되어 있으며 일리전 필즈(Elysian Fields)의 여성 보컬리스트 제니퍼 찰스(Jennifer Charles)가 들려주는 가식적인 음성도 그녀의 평소 스타일에 비해 다소 의외지만 묘하게 감칠맛을 더한다. 또 탐 웨이츠(Tom Waits)의 [Rain Dogs](1985)에 수록되었던 “Diamonds and Gold” 역시 탐 웨이츠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무드와 독특한 퍼커션 연주를 되살리면서 마림바(marimba) 연주를 강조하고 애절한 스트링 선율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한다. 한편, 두 번째 트랙으로 실린 프랭크 시내트라의 “This Town”과 함께 전설적인 컨트리 싱어 리 헤이즐우드(Lee Hazlewood)의 작품인 “Some Velvet Morning”은 리 헤이즐우드와 낸시 시내트라(Nancy Sinatra)가 듀엣으로 불렀던 스탠더드 팝 넘버로서 웨스턴 무드의 기타 연주와 해먼드 오르간이 강조되어 한 마디로 흙먼지 풀풀 나는 마카로니 웨스턴 풍의 싸이키델릭 발라드로 멋지게 재창조되고 있다. 특히, 늙은 아저씨가 순진한 소녀를 꼬시는 내용인 이 노래에서 토드 애슐리의 느물거리는 저음에 이어지는 페이징(phasing) 이펙트를 먹은 제니퍼 찰스의 청아한 보이스는 리 헤이즐우드와 낸시의 목소리만큼이나 안 어울리지만 그만큼 재미있는 부조화를 형성한다. 또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이 [Evil Heat](2002)에서 커버한 박진감 넘치는 일렉트로니카 버전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 앨범의 압권은 의외로 가장 익숙한 곡인 “Paint It Black”에서 튀어나온다. 파이어워터는 템포를 느리게 하고 시타(sitar)와 류트형 찰현악기인 사랑기(sarangi)와 같은 인도 악기를 활용하여 원곡에 잠재되어 있던 에쓰닉한 무드를 부각시키며 농밀한 싸이키델리아를 조성하고 있다. 그밖에 자니 캐시의 컨트리 고전 “Folsom Prison Blues”를 멋진 거라지 로큰롤로 해석한 “Folsom Prison”의 도입부에는 ‘hello’라고 말하는 자니의 목소리를 잠깐 삽입해 두는 재치를 발휘하고 있으며, 경쾌하고 훵키한 기타 스트래치와 브라스 세션으로 흥겨움을 더하는 스카의 고전 “Storm Warning”이나 소프트 보이스(The Soft Boys)의 멤버였던 싱어송라이터 로빈 히치콕(Robyn Hitchcock)의 작품 “I Often Dream of Trains”도 원곡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만큼 개성적으로 커버되고 있다.

[Songs We Should Have Written]을 통해 드러나는 멤버들의 취향은 누가 봐도 구닥다리에 가깝다. 골동품 상점의 입고 리스트 같은 선곡도 그렇고 인도 민속악기나 해먼드 오르간 같은 구식 악기를 고집하는 연주방식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 앨범은 혁신적이고 세련된 사운드에 익숙한 청자들에겐 비웃음거리가 될지 몰라도 잘 만들어진 커버 곡의 매력을 아는 사람에겐 값나가는 재활용품일 것이다. 복고가 반드시 구태의 모습을 띠는 것은 아니다. 검증된 고전과 히트곡을 커버하는 행위는 가볍게 해볼만한 안전한 시도이긴 하지만 선곡의 일관성과 개성적인 해석이 뒷받침된다면 신선하고 유의미한 작업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파이어워터의 시도는 순진한 정공법보다 변칙성과 약간의 익살을 담고 있기에 지루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썼어야 할 노래들’이라는 이 앨범의 제목은 ‘우리라면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다소 뻔뻔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 하다. 물론 이들이 썼다면 그 같은 명곡이 되었을 지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20040302 | 장육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The Beat Goes On
2. This Town
3. Diamonds and Gold
4. Folsom Prison
5. Storm Warning
6. Hey Bulldog
7. Some Velvet Morning
8. This Little Light Of Mine
9. Paint It Black
10. Is That All There Is?
11. I Often Dream of Trains

관련 사이트
Firewater 공식 사이트
http://www.firewater.tv
Jetset 레코드의 Firewater 페이지
http://www.jetsetrecords.com/bands/firewater/default.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