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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Ferdinand – Franz Ferdinand – Domino, 2004

 

 

Ich heiße super fantastisch

변화의 조짐은 2~3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이트 스트라이프스(The White Stripes)와 스트록스(The Strokes) 등이 주도한 록의 새로운 물결에 대해 매체에서는 네오 거라지 록 또는 거라지 록 리바이벌이라는 명칭을 붙여줬다. 비록 주류 무대에서는 아직도 링킨 파크(Linkin Park)나 콜드 플레이(Cold Play) 등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저변의 움직임은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제 록의 대세는 신조류 쪽으로 거의 기울어 가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점점 더 다양해져 가는 신진 그룹들의 음악세계에 거라지 록이라는 스타일 범주가 너무나 비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매체와 평단에서는 록의 새로운 조류를 아우르기 위한 또 하나의 명칭을 고안해냈다. 이름하여 뉴 록 레볼루션(The New Rock Revolution)이다. 과거 뉴 웨이브나 얼터너티브 록 등과 마찬가지로 이 말도 음악적인 면에서 그리 적절한 용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현상에 대한 감지적 개념으로서 어느 정도 그 유용성을 인정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뉴 록 레볼루션의 음악적 본질은 한마디로 업템포의 로큰롤이다. 인터폴(Interpol)과 같은 예외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를 필두로 한 1960년대파나 스트록스를 위시한 1970년대파 대부분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다. 이러한 조류는 2000년대의 젊은이들이 1990년대적 감성인 우울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뉴 메탈의 공격적인 분노와 포스트 브릿 팝의 나른한 무기력은 실상 우울의 정서가 지닌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다. 현재 록 씬에서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라디오헤드(Radiohead)가 뉴 메탈의 원형인 그런지로 시작해서 포스트 브릿 팝의 선구자로 변신해간 사실은 이 점에서 너무나도 상징적이다. ‘너도 싫고 나도 싫고 세상도 싫다’는 1990년대식 자기 고립은 2000년대에 들어 ‘우리 함께 놀아보자’는 개방성과 포용성에 자리를 내준다. ‘로큰롤에서 롤이 빠지면서 음악이 영 재미없어졌다’는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말처럼 뉴 록 레볼루션 그룹들은 록에 결부된 위선과 심각성을 폐기하고 로큰롤 본연의 신명을 복원하는데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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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Ferdinand

스코틀랜드 출신의 4인조 그룹 프란즈 퍼디난드(Franz Ferdinand)는 2004년 영국 록 씬의 가장 주목받는 신인 중 하나다. 음악적인 면에서 이들은 스트록스, 인터폴, 핫 핫 힛(Hot Hot Heat), 랩처(The Rapture) 등과 함께 뉴 록 레볼루션의 1970년대파로 분류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현지의 평가 역시 ‘스트록스에 대한 영국의 응답’ 또는 ‘스코틀랜드의 인터폴’ 등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의 펑크/포스트 펑크에 영향 받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들과 다른 밴드들 사이의 특별한 연관은 발견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해서 이들은 스트록스처럼 귀엽지도 않고 인터폴처럼 쿨하지도 않다. 이안 커티스(Ian Curtis)나 데이빗 번(David Byrne)의 젊은 날을 연상케 하는 이들의 생김새는 ‘독특하다는 표현에 가장 잘 들어 맞는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프란즈 퍼디난드는 스트록스나 인터폴에 비해 훨씬 박력있고 화끈하면서도 아트스쿨적 감각이 깃든 음악을 들려준다. 바운싱감 넘치는 경쾌한 로큰롤에 조이 디비전(Joy Division), 폴(The Fall), 갱 오브 포(Gang Of Four), 큐어(The Cure), 디스코 등의 양념으로 맛을 낸 이들의 사운드는 한편으로 대단히 친숙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참조를 위해 언급된 그룹들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프란즈 퍼디난드 음악의 초점은 리듬과 리프에 있다(“Take Me Out”의 강렬한 리듬과 “40′”의 필살 리프를 들어보라). 그렇다고 이들의 멜로디가 전혀 보잘 것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멜로디 위주의 팝 음악을 하는 동료들(스트록스 등)과 비교할 때 좀 다른 종류의 선율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멜로디는 기본적으로 리듬감을 살리는데 봉사하는 도구로서 기능한다. 때문에 이들의 노래는 따라 부르기 보다는 먼저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결코 춤 추기에 친절한 음악이 아니다. 3~4분 여의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곡의 구조는 춤을 위한 리듬의 일관성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이들의 음악은 마치 서로 다른 2~3곡을 모아 한 곡으로 편집한 듯한 느낌을 준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전혀 이질적인 요소들의 조합과 병치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이 결코 어색하거나 작위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요소들을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포섭하는 능력은 이들이 지닌 음악적 재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프란즈 퍼디난드가 이 앨범을 만드는 방식은 2002년에 발표된 코럴(The Coral)의 데뷔 앨범과도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다. 한마디로 ‘우리가 아는 음악은 몽땅 다 집어넣어 보자’는 접근법이다. 차이가 있다면 코럴이 1960년대 음악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 반면 프란즈 퍼디난드는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의 음악을 재료로 쓰고 있다는 점 정도다. 사실 프란즈 퍼디난드와 유사한 사운드를 들려준 그룹은 전에도 많았고 지금도 적지 않다. 일례로 2003년 한 때 바람을 일으켰던 브리티쉬 시 파워(British Sea Power)도 기본적으로는 프란즈 퍼디난드와 동일한 계열의 음악을 연주한 그룹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프란즈 퍼디난드 수준의 결과물에 이르지 못했고 그들이 일으킨 바람은 결국 찻잔 속의 돌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프란즈 퍼디난드의 데뷔 앨범은 코럴의 데뷔 앨범과 함께 2000년대에 발표된 예외적인 작품의 하나로 기억될 만하다. 무엇보다도 이 앨범은 하나하나의 수록곡이 이들의 말처럼 ‘super fantastisch’하다. 디스코를 적극적으로 포섭한 “Auf Achse”와 “Come On Home”, 로버트 스미쓰(Robert Smith)가 폴의 백업을 받아 노래하는 듯한 “Cheating On You”, 그리고 멋진 데뷔 싱글 “Darts Of Pleasure” 등 여기에 수록된 11곡은 추천곡 선정을 지극히 어렵게 할 만큼 다들 뛰어나다.

2004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이 앨범을 올해의 앨범 후보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Darts Of Pleasure”와 “Take Me Out”이라는 멋진 싱글들을 통해 이들의 능력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정도 퀄리티의 음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앨범으로서 [Franz Ferdinand]의 최대 강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쇠퇴하지 않고 유지되는 강력한 에너지다. 일반적으로 평판이 좋다는 앨범들도 대개 전반부의 힘을 지탱하지 못하고 중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앨범은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더 힘을 낸다. 그래서 앨범을 다 듣고 나면 만족감보다는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감정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에서 미처 수습할 여유도 없이 음반이 끝나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듣는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나면?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이 앨범의 중독성은 실로 엄청나다. 20040209 | 이기웅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Jacqueline
2. Tell Her Tonight
3. Take Me Out
4. The Dark Of The Matinee
5. Auf Achse
6. Cheating On You
7. This Fire
8. Darts Of Pleasure
9. Michael
10. Come On Home
11. 40′

관련 사이트
Franz Ferdinand 공식 사이트
http://www.franzferdinand.co.uk